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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기행 (Ⅰ) (80.5.24)

이보규 2007. 8. 22. 14:30

 

    제주도 기행(Ⅰ)  

                                               서울특별시 새마을지도계장  이보규

                                               

                                               이 글은 1980년도 "전국 자연보호 세미나" 에 서울시 새마을 지도계장으로서 참석하고

                                               그 내용을 "새마을 신문"에 연재 되었던 글을 여기에 옮김.

 

지난 4월초 나는 제주도에서 자연보호중앙협의회와 자연보존협의회 공동주관으로

열린바 있는 『전국 자연보호 세미나』에 서울시를 대표해서 참석하기 위하여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서자연보호에 대한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물론, 기내에는 이 세미나에 참석할 학계ㆍ유관단체ㆍ내무부ㆍ각 시도 관계 공무원들도 동승하고 있었다.

 

창을 통하여 구름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우리의 강과 산을 굽어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강토요, 조상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왔고

또 우리가 살고 우리의 후손이 살아가야 할 터전이라는 감회가 떠오르는 순간

"김포공항을 떠난 이 비행기는 50분 후에 제주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기내 안내방송이 울렸다.

 

비행시간 50분이라는 짧은 시간과 공간은 우리민족이 유구히 살아온 터전인 우리나라가 국토가

무척 비좁게 느껴졌다.

 

그토록 안타까우면서도 시야에 보이는 산과 들, 강줄기와 옹기종기한 마을들이

더욱 소중해 보이고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갈 터전은 진정 이 곳뿐인 것 같이 느껴졌다.

 

한 가족이 모여살고 있는 집들은 구조나 환경이 맞지 않을 때는

언제라도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옮겨가면 된다.

 

그러나 우리민족을 한 가족으로 한 우리 국민들은 현실적으로

이 터전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이 땅이 바로 우리 모두의 영원한 삶의 터전이요 또한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땅을 알뜰히 가꾸고 다듬어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낙원으로 만드는 일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자연보호의 기본정신도 여기에 있는 것이라 느껴졌다.

 

오직 하나뿐인 지구상에 우리가 살아갈 터전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다시 바꿀 수 없는 이 땅이 있을 뿐이기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 가꾸어야 할 것 같다.

 

불현듯이 어린시절 뛰놀며 자라온 내 고향 괴산(傀山)땅이 눈에 선하다.

푸른 숲이 우거진 뒷동산, 이를 모를 새들이 노래하며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어 줄곧 산에서

살다시피 했던 보금자리.

 

산골짝을 따라 깊어지는 계곡엔 크고 작은 깨끗한 바위사이로

소리 내며 흘러내리는 맑은 시냇물.

 

목이 마르면 두 손으로 바위를 짚고 엎드려 흐르는 맑은 물에 입을 대고 가슴 가득히 마실 때

그 시원한 맛은 잊을래야 잊혀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버려진 휴지조각이나 비닐폐기물ㆍ빈 깡통ㆍ깨어진 유리조각들도 볼 수는 없었다.

 

자연 그대로가 아름답고 깨끗하였기에 오늘에 와서 더 더욱 그리워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대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원시림이나 미개척지와 같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갈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연보호헌장 첫머리에 언급된 대로

『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엄숙한 진리를 터득, 거기에 순응하면서 대처해 나아가야 옳을 것 같다.

 

연보호운동을 통하여 해야 할 일을 하나 하나 손꼽을 수는 없으나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자연훼손 행위와

자연의 원상복귀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 있게 균형을 유지해 가느냐에 따라 문제의 핵심이

풀려갈 것이다.

 

인류가 자연 속에 생존하여 오는 과정을 되돌아본다면

최초의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생활방식이 바뀌는데 따라 자연의 훼손이 시작된 것이라 배워왔다.

 

평탄한 땅위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밭을 일구어 씨를 뿌리며 가꾸었고

강물을 막아 수로를 만들어 논으로 바꾸어 벼를 심었다.

 

공동 집단생활이 시작되면서 서로 왕래하여야 할 필요에 따라 길이 뚫렸으되

자연보호의 문제가 대두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문명시대를 맞아 과학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도시화를 촉진했고

무서운 속도로 자연의 파괴행위가 가속화 하여

자연보호운동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된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세계는 문화ㆍ예술ㆍ관광 등이 하나로 발전하여가고 있으나

구획된 우리의 강토는 영원히 우리의 것이 아닐 수 없다.

 

보이는 산 모두를 울창한 나무를 심어 가꾸고

그 속에 야생동물의 낙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강물은 맑아 들판들을 기름진 옥토로 바꾸어

그 속에서 보다 풍요한 경제ㆍ문화생활을 하는 세계속의 1등 국민이 되어야 하겠다.

 

어느덧 비행기는 바다를 건너 제주도 공항을 찾아내어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