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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기행 (끝) (80.07.05)

이보규 2007. 8. 27. 23:51

제주도 기행  (마지막 회)  (80.07.05)


 

제주도 민속촉을 떠나 1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곳은

북제주군 구좌면에 소재한 만장굴이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제복을 입고 미리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이 둘러서자 안내원은 신이 난 듯 큰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 만장굴은 규모면에서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굴지의 용암굴로서

화산이 분출할 때 지하에 있는 암장이 지상으로 분출함으로써

생겨난 길이가 무려 6.9㎞로서 입구 에는 폭이 13m  높이 15m에 이르고 있어

마치 고대 로마의 신전처럼 웅장한데…』하는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우리일행은 소풍간 국민학생들처럼

앞서가는 안내원을 따라 굴속으로 들어섰다.

 

인공적으로 만든 터널처럼 둥근 천정과 벽, 그리고 바닥이 모두 암벽으로

비교적 일정하게 높이와 폭을 유지하고 있어 자연동굴로서는 너무도 훌륭했다.


긴 양쪽 벽에는 새의 날개모양 암반이 솟아있기도 하고 용암이 흘러

굳어진 기둥이 있는가 하면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는

사람이 만든 걸작 조각품처럼 돋보이기도 했다.


안내원은 앞서가며 계속 큰 소리로 무엇인가를 설명해 준다.

나는 이 같은 설명을 모두 기억 할 수도 없을뿐 아니라 어두워서 메모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천정에서 가끔 떨어지는 물방울이 옷을 적시고 고르지 못한 바닥은

습기에 젖어 있어 오래 머물고 싶지도 않아 서둘러 나오고 말았다.


나는 굴을 나오면서 지난해 다녀온 전방 휴전선에 북괴가 파놓은 남침용 땅굴을 연상했다.


북괴의 김일성 일당은 6ㆍ25를 이르켜 수많은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가져오게 하고도

반성의 기색이 없이 아직까지 남침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온국민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이곳에 북괴의 남침용 땅굴 모형을 하나 만들어 놓는다면 전방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땅굴을 여기서 보고 국민의 반공의식을 높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모두 힘을 합해 국력을 키워 북괴의 남침 야욕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해야만 한다.

경제발전이나 문화발전도 안정과 질서 그리고 평화를 바탕으로 이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짜여진 자연탐방코스를 돌아보고 오후 6시가 지나서야 숙소에 도착하니

더욱 안개가 덮히고 조용히 내리던 봄비는 점점 빗방울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에 와서 자연보호세미나와 자연탐방등 공식적인 일정은

모두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속에 내일 떠나기로 되어 있었기에 잠을 청했다.


그러나 그 이튿날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 호텔 지배인이

내일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못뜰 것 같다던 말이 적중했던 것이다.


제주도 방문 기념품을 챙겨 떠나려던 계획이 좌절되고 말았다.


지금 공사중인 제주공항시설 확장공사만 마치면 앞으로는

안개 때문에 비행기가 못떠나 발이 묶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보니

빨리 공사를 마쳐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어쨌든 서울에 하루 늦게 가면 그만큼 제주도 관광을 더 할 수 있다는데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마침 제주도청에서 공식일정은 아니나 숙소에 남아있는 일행을 위해 소형버스를 보내 주어

시내 주변광광에 쉽게 나설수도 있었다.


시내에서 멀지않은 오라관광단지를 먼저 둘러보았다.

65만평이라는 넓은 땅을 잘 손질하여 놓고 일부에게만 이용되는

골프 칸트리크럽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좀 아쉽기도 했다.


다음은 고(高)ㆍ부(夫)ㆍ양(梁) 3성의 시조가 땅속에서 솟아났다는 3성혈,

제주의 민속발물관, 바닷가 용의 머리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용두암등을 차례로 돌아 보았다.


특히, 최근에 건립했다는 모충사를 돌아보고 깊은 감명을 받기도.

이는 18세기 이조(李朝) 영(英) ㆍ정조(正祖)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불우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재산을 바쳐 도와준 보기드문 선행으로 왕실에 까지 알려졌다는

제주태생의 의녀(医女) 김만덕(金萬德)과

나라가 위태로울때 목숨을 바쳐 국난을 극복한 의병,

그리고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한 열사들의 정신과 유업을 기리기 위하여

시민의 성금으로 탑을 세우고

기념관을 건립, 공원을 조성한 것은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주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느껴졌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후손에게 부끄럼 없이 자랑스러운 일을 남기고 간다는 사실을

누구나 본받아 실행해야 할 것이 아닌가?


바람이 많고 돌이 많고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는 제주도의 4박5일-

제주도지사님을 비롯한 관계직원의 노고와 따뜻한 환영에 정말 고마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튿날 날씨가 맑아져 비행기에 올라 서울을 향해 나르는 동안 줄곧 생각했다.

우리의 하늘ㆍ땅ㆍ그리고 바다와 강을 모두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어

진정 지상낙원을 하루속히 만들어야 하겠다는 것을.


그리하여 「인간은 자연보호, 자연은 인간보호」라는 균형과 조화의 멋을 만끽하며

오래 오래도록 살고 싶어졌다.     ( 연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