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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일본 시찰기-① 나는 한국인 긍지 사명감 되새겨 (81.01.17)

이보규 2007. 9. 5. 16:14
 

대만ㆍ일본(日本)을 돌아보고-①

                

                "나는 한국인" 긍지 사명감 되새겨

                                     

                                         서울시 새마을지도계장 이보규


외국의 지역사회 개발운동을 연수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선발된 새마을지도자와 함께

대만과 日本(일본)을 차례로 돌아보기로 확정되어 여권을 받아 쥔 뒤부터는

며칠밤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마치 소풍날을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잠을 이루지 못했던 학생시절처럼 즐거운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 두려운 마음까지 뒤엉켜서 인지도 모른다.


난생 처음 외국을 여행하게 된다는 기쁨이 흥분으로 가슴을 조여 오기도 했으나

한편 20여명의 새마을지도자를 인솔해야 한다는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 또한 나를 불안하게 했던 탓이리라.


특히, 외국여행을 앞두고 몇 개월 동안 영어를 익숙시키기 위해 카세트도 듣고

영어학원도 가보았으나 자신이 생기지 않아 더욱 설레기만 했다.


[80년11월 17일].


예외 없이 출발할 날의 아침은 밝아왔다.


아침 7시. 아내가 챙겨준 여행용 소지품을 챙긴 가방을 들고 지방에서 올라온 지도자가 묵고 있는

숙소에 도착, 그들과 함께 택시에 분승,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중앙청 옆에서 금화터널을 지나 성산대로를 따라 공항으로 달리는 아침의 공기는 무척 상쾌했다.


시원한 성산대교를 건너 공항로로 접어들자 도로변에 잘 다듬어진 조경이

이날따라 더욱 돋보이는 듯 했다.


새로 크게 신축한 웅장한 국제공항 청사에 도착하여 일행 모두가 탑승수속을 하는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행 중 지도자 한분이 비행기표를 숙소에서 빠뜨리고 나와 다시 가지러가는 통에

출발시간이 임박할 때 까지 일행 모두가 애태우는 촌극도 벌였었다.


예약된 비행기의 좌석을 체크하고 출국 신고서를 작성한 뒤 환송 나온 분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비행기 탑승구로 들어섰을 때에야 비로소 외국으로 떠나게 된다는 실감이 났다.


당초 출발 예정일이 몇 번인가 연기되어 그때마다 영원히 못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체념하기 까지 했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탑승자 대기실로 들어서면서부터 외국인들 틈에 끼어 줄을 서야만 했다.


「나는 한국(韓國)을 대표하고 있다.」출발을 앞두고 교육을 받던 날

소형책자의 표지에 쓰인 말이었다.

앞뒤에 선 외국인 사이에 서서 나는 이 말을 다시 되씹어 가슴에 채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어려운 시련을 이겨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70년대에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을 앞당기도록 전국 농촌에서 도시에서

근면  자조  협동의 기치아래 밥과 낮이 업이 아무런 보수도 명예도 없었지만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모범 새마을지도자 일행을 돌보기 위해 함께 떠나는 공무원의 신분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자 책임과 사명이 가슴으로 밀려와 다시 한번 입을 굳게 다물게 했다.


나는 어디에 서 있어도 한국(韓國)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러운 한국(韓國)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리라 결심했다.


우리 일행은 타이빼이행 대한 항공 소속 비행기 안으로 올라갔다.

유니폼을 입은 스튜어디스의 친절한 안내로 지정된 좌석을 쉽게 찾아냈다.


지금까지 비행기는 고작 제주도(濟州島) 속초(束草)등을 오고가는 국내선을

몇 번 타본 경험밖에 없는지라 국제선의 비행기 안이 크고 넓은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발시간인 10시 30분이 되자 비행기는 서서히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이어서 폭음을 내며 힘차게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하늘로 오르는 동안 안전벨트를 매도록 지시되었고

이어서 유사시 비상 탈출하는 방법과 바다위에 착륙하면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을

마이크를 통해 안내양이 설명하고 있었다.


순간 불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항상 위험이 수반하게 되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는 훈련과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얼마 후 비행기는 정상궤도를 날고 평온을 찾아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는 가끔 하늘을 나는 꿈을 꾸어왔다. 맨몸으로 양팔을 벌려 산과 강을 건너다니곤 했는데-.

창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구름을 내려다보며 불현듯 꿈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우리 일행이 앉아있는 좌석은 비행기의 앞부분으로 모두가 금연석(No Smoking)으로 되어 있었다.

하루에 보통 두 갑을 피워온 나로서는 걱정이 되었다.

좌석을 지정할 때 나에게 의견을 물어 보았다면 나는 금연석을 원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결심하고 참아냈다.

외국인들도 모두 결코 금연석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

「금연」의 표시는 약속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생활주변에서 금연이라고 쓰여 있는 버스나 극장에서 까지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공공질서를 지키는 일부터 우리는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비행기 안에는 우리 일행을 비롯하여 서양사람, 일본(日本)사람, 중국(中國)사람 등이

평화롭게 어깨를 서로 대고 눈을 감고 있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 등이

어울려 함께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이제 세계는 하나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북쪽에 공산집단이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진다.

우리는 기어코 우리의 소원인 평화통일을 이룩하여 온 겨레가

세계 속에 가슴을 펴고 살아야 한다.


김포공항을 떠난 지 2시간 30분-.

비행기가 기울어 우리의 목적지인 대만(臺灣)의 중정(中正)공항을 찾아내어

구름을 뚫고 내려가고 있었다.

바다가 가까이 보이고 땅이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덧 활주로에 착륙, 속력을 줄이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