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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古宮)을 산책하면서 (87.08.03)

이보규 2007. 9. 10. 09:38
 

           고궁(古宮)을 산책하면서

                                                       ( 87.08.03 )

                                                                서울특별시 회계과근무

                                                                           이 보 규


하루의 일과 중에서 점심시간에 식사를 빨리 마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동료들과 함께 가까운 고궁인 덕수궁에 들어가 궁내 오솔길을 산책하는 날은

그 날의 일 중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을 더하게 되는 날이다.


도심에서 흙을 밟아 볼 수 있는 것 자체도 즐거움이지만 주변에 잘 가꾸어진 진귀한 정원수를 비롯하여

조상의 숨결이 살아 들리는 듯 돋보이는 건축유물들과 각종 조형물들….


고궁전체 분위기가 문화재로서의 가치 보다 더 보배처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날의 도시 모습과 이곳은 너무나도 대조를 이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덕수궁의 정취를 만끽 하면서 천천히 궁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입구 쪽으로 나오다가

이곳에 서있는 세종대왕의 동상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세종께서는 15세기 초, 조선시대의 네 번째 임금으로서 덕수궁에 계셨던 분은 아니지만

보령 54세의 생애에서 32년 동안 찬란한 절대 왕권을 누리시고 사셨던 위대한 영도자로서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업적과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고 가겼기에

후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여기에 모셔 놓았음에 틀림이 없다.


세종대왕이 살아 계시던 그 시대에는 오늘날 우리 수도 서울이 안고 있는

인구, 교통, 공해, 주택, 청소문제 등이 심각하게 도시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비록 문제의 심각성이나 내용상의 유형을 달리했을지라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

대처하느라 노심초사하였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 하나가 한글 창제로서 당시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의 말과 문화는 있지만

우리의 글이 없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우리글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뜻을 세우고

임금님을 비롯하여 석학들이 집현전에 모여 온갖 지혜와 정열을 쏟아 민족적 숙원을 이룩했기에

우리는 세계 속의 문화 민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제는 우리의 손으로 올림픽대회를 개최할 수 있으리 만큼

발전된 조국을 이룩한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고궁시대를 살던 주인공들의 삶을 뒤돌아 볼 때 이 시점의 우리들의 삶을 같은 시각으로

조명해서 비교한다면 삶의 가치나 질적인 면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물론 옛사람들은 고도의 물질문명의 혜택은 상상도 못해보고 돌아가셨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외형상 드러나는 물질적인 것보다 내면적인 정신적ㆍ가치관의 차원에서 보아야지

성급하게 발전의 척도로 판단 할 수 없는 점이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발전이란 긴 역사적 감각을 가지고 비추어 볼 때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아간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발전의 속도가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최근에 와서 예측하기 없으리만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 수도서울에 있어서도 더더욱 그렇다.


한강이 개발되어 올림픽대로가 생기고 유람선이 떠다니는가 하면

대중교통의 지하철시대가 열렸고 컴퓨터가 생활화되고 여기저기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이제 우리의 서울이 정말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는가?


그러나 오늘의 풍요함은 선조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대가로 누리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조금도 자만하지 말고 우리가 꼭 이룩해야할 일들이 무엇이며

우리가 살다가 떠난 자리에 무엇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아야 할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하는 주인공으로서 서울의 미래상을 내다보면서 설계하고 건설하여

나중에 후회 없는 서울의 모습으로 남겨 주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먼 훗날 후손들이 이 시대를 회상할 때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특히 우리 수도 서울의 공무원 한사람 한사람이 사명감을 가지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나가야 하겠다.


이제 문화재의 가치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덕수궁의 돌담과

이 고궁의 모습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면서 금년에도 예외 없이

나이테 하나를 더해갈 은행나무도 아래로 발길을 옮기면서

언제까지나 영원무궁토록 있어줄 푸른 하늘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