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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한 낭설, UCC-블로그 타고 번지며 "정설" 둔갑

이보규 2008. 5. 7. 19:44
허무맹랑한 낭설, UCC-블로그 타고 번지며 ‘정설’ 둔갑

《‘인터넷을 10분 사용하면 요금이 6000원 나온다.’ ‘이명박이 현재 독도 포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큰)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도 미국 쇠고기가 불안해 호주산 쇠고기를 수입해 먹는다.’ 근거 없는 괴담()들이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런 괴담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조장하고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언비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최근 각종 인터넷 괴담이 야기하는 사회적 혼란이 의외로 크다고 보고 앞으로는 명백히 사실을 왜곡하는 사안에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최근 확산되는 근거 없는 ‘인터넷 괴담’의 대표적 사례들을 소개한다. 》



인터넷 달구는 5대 괴담 실태와 진실



“인터넷 요금 폭등할 것” 종량제 괴담

KT,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기존의 월정액 요금제에서 인터넷 사용시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종량제로 전환을 시도한다는 ‘인터넷 종량제 괴담’이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퍼지면서 벌써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되면 인터넷 사용시간이 증가할수록 요금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누리꾼은 인터넷 종량제란 말만 나와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종량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곧 이를 허용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인터넷에서 클릭을 한 번 하면 30원이 든다’ ‘인터넷 10분만 하면 요금이 6000원이 나온다’는 말도 유포되고 있다.

이런 소문이 나돌면서 분노한 누리꾼들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돈이 없는 우리에게 컴퓨터 할 때마다 돈을 내라니 말이 되느냐. 이명박 ×××” 등의 댓글을 달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정책을 책임진 방송통신위원회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이를 검토한 적도 없고 통신업체가 종량제를 주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위 당국자는 “인터넷 종량제는 2004년 일부 통신업체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완전히 철회된 사항”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그 후 잠잠했던 종량제가 갑자기 왜 인터넷에서 유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5일 “인터넷 종량제 추진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부인했다.


“현 정부 독도 팔아넘기려 한다”독도 포기 괴담

이른바 독도 괴담은 올해 2월 통합민주당 김원웅 의원이 “일본 국토지리원이 독도를 측량한 영토주권 침해 행위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항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주권 포기”라고 비난한 동영상이 ‘이명박 독도 포기’라는 제목으로 유포되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지난달 권철현 신임 주일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독도 및 교과서 문제 등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해 “드러내기보다는 가슴에 묻고 국익에 맞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뒤 일각에서 ‘친일본적인 외교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확산됐다.

특히 4월 말 광우병 괴담이 등장하자 갑자기 ‘이미 현 정부의 독도 포기 절차가 시작됐다’는 유언비어로 왜곡됐다. 또 이달 2일에는 ‘독도 포기선언’이 각종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4일에는 이 같은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유포되는 등 퍼져나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독도 포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의 발원지를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며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해명했다.


도 호주산 쇠고기만 먹는다” 광우병 괴담

‘광우병 괴담’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맞는 부분도 있지만 터무니없는 것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미국에서도 자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고 호주산 쇠고기를 수입해 먹는다’ ‘미국에서는 20개월 미만 소의 쇠고기만 먹는다’ ‘화장품, 기저귀 등을 써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미국 치매 환자의 13%는 광우병 환자다’ ‘수돗물로도 광우병이 전염된다’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또 ‘한국은 미친 대통령이 미친 소를 수입해 먹는 미친 나라로 전락했다’는 식의 ‘막나가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전면 개방’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의 96%를 미국에서 소비한다’고 반박했다.

국내 화장품업계도 “2001년 이후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장품에는 쇠고기 원료가 쓰이지 않는다”며 근거 없는 소문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조미료 생산업체들도 “호주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사용할 뿐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일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이른바 ‘노()스트라다무스, 노무현의 예언’ 동영상이란 것도 광우병 괴담의 연장선상에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고 말한 것이 최근 광우병 논란을 예언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으며 유포됐다.


“숭례문 불타 국운 쇠락” 정도전 예언 괴담

올해 2월 발생한 숭례문 화재 사건을 국운()의 쇠락과 연결시킨 이른바 ‘정도전의 예언’도 5월 초부터 인터넷에 등장했다. 숭례문이 불타면 국운이 다해 큰 재앙이 닥치기 때문에 피난을 가야 한다는 황당한 내용이다.

이 괴담은 “1592년 숭례문에 작은 화재가 나자 임진왜란이 발생했고 1910년 숭례문 현판이 떨어지자 한일강제합방이라는 역사적 암흑기에 들어섰다. 1950년 숭례문 성곽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뒤 6·25전쟁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어 이 괴담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독도문제, 물가폭등 등 민생을 도탄에 빠뜨릴 사건이 잇따르는 것이 올해 2월 숭례문 화재에 따른 재앙”이라고 강변하면서 “이런 일이 이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민심의 흉흉한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이런 괴담은 특성상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정도전이 이런 ‘예언’을 했다는 근거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런 황당한 예언에 대해 “실제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기록돼 있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럼에도 흉흉한 민심 때문에 (괴담이) 전국을 흔들고 있다”고 합리화하고 있다.


“감기치료 10만 원” 건강보험 민영화 괴담

새 정부가 건강보험 적자재정 해소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일반 국민이 현행 국민건강보험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치료비를 물게 된다는 건강보험 민영화 괴담도 확산됐다.

이 괴담은 이 하나 뽑는 데 100만 원, 맹장수술비는 3000만 원이 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산 내용까지 공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인터넷에 떠도는 의료비 예측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는 견해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최근 “현행 건강보험 체제(당연지정제)를 변경하지 않겠다”며 “보충적 차원의 민영보험은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국민건강권 보장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사업자의 대형화 전문화, 민간 위탁 등 구조개편을 통해 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물산업지원법의 영향으로 현재 170원대인 하루 수돗물 값이 민영화 이후 14만 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수도사업 민영화 괴담도 현실성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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