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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 채시라 ‘나이-엄마’ 핸디캡 떨쳤다

이보규 2008. 12. 24. 07:34


천추태후’ 채시라 ‘나이-엄마’ 핸디캡 떨쳤다

 
“아무리 늦게 촬영이 끝나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젖을 준비했어요.”

흩날리는 곱슬머리, 굵은 눈썹과 매서운 눈. 몸에는 10kg에 가까운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손에는 활을 들고 있다.

불혹의 나이,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핸디캡을 딛고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사극 액션에 도전한 채시라의 모습이다.

기사와 방송을 통해 그녀가 멋진 마상 무술을 연기하는 모습이 공개됐을 때 많은 안방극장 팬들이 ‘역시 채시라다’ ‘관록파 연기자는 뭔가 다르다’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변신에 남모를 인내와 각오가 필요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일 충북 단양 군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천추태후’ 제작발표회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채시라는 부상과 둘째 아이의 육아라는 이중고를 극복하며 참여해야 했던 촬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연기와 육아에 대해선 지독한 ‘원칙주의자’인 그녀가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둘째와 떨어져 지방에서 촬영을 해야 했던 것.

아이는 모유로 키운다는 것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 매일 촬영장에서 유착기로 젖을 짰다.

“촬영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 부탁해 주방에 있는 급속 냉장고를 빌렸다. 그리고 매일 새벽에 남보다 1∼2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모유 유착기를 가슴에 대고 젖을 짜서 얼린 후 서울로 보냈다.”

대규모 전투신 등 촬영의 난이도도 높고 시간도 길게 걸려 촬영 때 자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 4시간 안팎. 하지만 몸이 고달파도 둘째 아이를 위한 모유 준비를 거르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모유 수유가 끝났다. 수유 기간에 촬영이 겹쳐 어쩔 수 없었다. 둘째 육아에 신경 쓰고 싶을 때 남편의 추천으로 ‘천추태후’를 하게 됐다. 배우로서 선택에 후회는 없다. 사실 촬영할 때는 아이 생각도 잠시 잊는다. 끝나면 그제야 많이 보고 싶어진다.”



‘천상 프로’라는 생각이 드는 채시라의 남다른 점은 부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녀는 ‘천추태후’에 캐스팅된 후 수개월간 액션스쿨에서 승마와 무술을 익혔다. 그런데 촬영을 앞두고 연습 도중 낙마로 골반뼈에 금이 가는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뼈가 붙는 데는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해 지금도 칼슘을 꾸준히 먹으며 조심하고 있다. 이후 또 낙마 사고를 겪었지만 그래도 요령이 생겼다. 억지로 말에 매달리지 않고 풀이 보이는 쪽으로 몸을 던졌다.”

심지어 수영을 못하는 그녀에게 물속에서 눈을 뜨고 연기를 해달라고 제작진이 요구하자, 이를 마다않고 집에서 매일 세수대야에 물을 받고 눈 뜨는 연습을 했다.

“집에서 연습하는 걸 지켜보던 남편(김태욱)이 ‘아내가 군대를 갔다’고 혀를 내둘렀다.”

채시라는 이렇게 엄마로서, 여자 연기자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촬영하는 드라마이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녀는 “천추태후는 액션, 사랑, 모성애가 있는 사극”이라며 “여성 리더의 한 전형성을 표현하기에, 여성들이 다른 사극에 비해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고 애정을 부탁했다.

‘천추태후’는 1월 3일 첫 방송한다.

충북 단양|이유나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