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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뇌로 앞쪽형 인간이 되자.

이보규 2009. 3. 4. 19:57





본 이메일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4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85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나덕렬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 의 ‘건강한 뇌로 앞쪽형 인간이 되자 ’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장만기 | 원장 양병무


앞쪽뇌가 손상된 환자들은 뒤쪽뇌가 손상된 환자들과 다르다. 앞쪽뇌가 손상되면 사람이 바뀌어 버린다. CEO의 뒤쪽뇌가 손상되면 기억력과 계산력이 좀 떨어지긴 해도 본인이 그걸 인지하고 메모도 하면서 주위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그럭저럭 CEO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CEO의 앞쪽뇌가 손상됐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람이 멍해지면서 우유부단해지고 큰 그림을 못 보고 작은 것에 매달리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화도 잘 낸다. 결국 CEO의 역할을 할 수도 없게 된다. 또한 가족 내에서도 서열이 제일 꼴찌가 된다.

앞쪽뇌와 뒤쪽뇌의 기능 차이

뒤쪽뇌를 통해서 정보가 들어온다. 촉각, 청각, 시각이 들어오고, 들어온 정보가 뒤쪽뇌에 저장된다. 뇌를 반쪽으로 잘라보면 안쪽에 해마라는 기억센터가 있는데, 이곳에 정보가 저장된다. 한마디로 뒤쪽뇌는 정보를 받아서 저장하는 곳이다. 반면 앞쪽뇌는 들어온 정보를 필요에 따라 조각조각 나눠서 편집을 거쳐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앞쪽뇌는 정보를 모아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을 하고, 정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한다.

뇌에는 해마 바로 앞쪽에 편도차라는 감정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충동이 올라온다. 충동이 올라와서 전두엽에게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전두엽 입장에서는 그것을 다 표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앞쪽뇌는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와 뇌 속에서 올라오는 내부 욕구를 조절하고 통합하는 사령탑, CEO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전전두엽은 인간을 정말 인간답게 만드는 보석 같은 기능들이 있다. 전전두엽에는 가운데 면, 바깥쪽 면, 아랫면이 있다. 세 면에 따라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가운데 면인 동기센터가 망가지면 사람이 바뀐다. 말을 걸지 않으면 하지 않고, 대답을 하더라도 짧게 한다. 잘 움직이려 하지 않고, 얼굴 표정도 없고, 수동적이고 자발적이지 못하며, 의욕이 없고, 게을러지고, 감정의 표현이 없어진다.

아랫면의 충동조절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굉장히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화를 많이 내고, 조급증이 생기고, 성적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많이 먹게 되고,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도박중독, 쇼핑중독 등 각종 중독도 생긴다. 그리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해 사람들 사이에 이간질을 시키기도 한다. 아랫면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성이 떨어져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돈이나 물건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바깥쪽 면은 기획기능을 갖고 있다. 출발점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목표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경우의 수를 사고의 풍부성이라고 한다. 그게 바로 기획센터에 있다. 사고를 전환하는 것,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것 등의 기능이 모두 기획센터에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결단하는 결단력도 기획센터에서 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인지 점검하는 것도 기획센터에서 하는 일이다. 기획센터가 망가지면 목표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지고 사고의 풍부성이 떨어지고, 사고의 전환이 안 되기 때문에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럽고,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앞쪽뇌와 뒤쪽뇌의 밸런스

앞쪽뇌와 뒤쪽뇌의 밸런스는 중요하다. 앞쪽뇌가 손상되면 모든 자극에 반응하려고 한다. 아기들이 기어 다니면서 만지고 빨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기들은 앞쪽뇌가 덜 발달해서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앞쪽뇌가 발단하면 이 행동을 멈추게 된다. 그러나 전두엽이 망가지면 무조건 남을 따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물건을 무조건 사용하려고 한다. 길거리에서 물건을 주워 오기도 하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해 그냥 내버려 두면 하루 16시간 TV를 보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남들이 우르르 내리면 같이 따라 내려서 환자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경우 귀가 얇아서 3개월 사이에 보험을 27개 가입한 환자도 있다.

그래서 앞쪽뇌가 없으면 ‘나’는 없다. 어떤 자극이 나타나면 무조건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는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극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다. 충동억제를 못하기 때문에 충동이 올라오면 그 충동에 놀아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앞쪽뇌와 뒤쪽뇌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뒤쪽형 인간은 무조건 남을 모방하려는 사람이지만 앞쪽형 인간은 먼저 나의 주어진 여건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 내에서 자기 인생을 디자인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이목에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반복하기 때문에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니까 더 동기부여 되는 것이다.

앞쪽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뇌는 변한다. 1970년도만 해도 뇌가 변화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근육은 운동을 하면 알통이 생기지만 뇌는 근육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뇌세포가 증식하고 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뇌가 변화하는 걸 ‘뇌 유연성’이라고 한다. 뇌세포는 정보를 주고받아야 되기 때문에 가지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가지 속에 또 가지가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볼 수 있는데, 원래 있던 가지가 아니라 없던 가지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서 뇌는 계속 변한다. 특히 반복하면 할수록 효과는 굉장히 크다. 네이처에 소개된 유명한 논문을 보면, 저글링을 3개월 시켰더니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뇌가 두꺼워졌다. 그리고 다시 저글링을 3개월 동안 하지 말라고 했더니 두꺼운 부분이 없어졌다. 이런 식으로 뇌는 엄청난 변화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변한다.

그럼 어떻게 두꺼워진 뇌를 보호할 수 있을까. 첫째, 운동이다. 운동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65세 이상 정상인들의 지난 1년 동안의 운동량을 조사했다. 걷기, 하이킹, 싸이클, 에어로빅, 수영 등을 주 3회 이상씩 운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운동한 사람들의 치매 발생률이 훨씬 더 낮았다. 그럼 운동을 하면 인지기능이 좋아질까. 역시 지난 1년 동안 운동량을 조사해서 운동을 많이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기억력을 비롯해서 모든 인지영역에서 운동을 한 사람이 더 우수했다. 운동을 하면 뇌는 분명히 변한다. 기억력이 향상되고 기획능력이 향상되며, 강한 동기가 생성된다.

둘째, 깨끗한 혈관을 유지해야 한다. 뇌혈관 질환에는 터지는 뇌출혈과 막히는 뇌경색이 있다. 심장에서 뇌혈관이 올라가다 보면 작은 혈관이 되는데 혈압이 높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터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핏덩어리가 뇌 속에 생기면서 정상적인 뇌 조직을 찢고 들어가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뇌출혈보다 흔한 것이 뇌경색이다. 혈관벽에 기름기가 쌓이면서 상처가 나고 딱지가 생기면서 결국 나중에는 혈관이 막히게 된다.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병, 고지혈증, 비만, 운동부족인 사람들의 혈관이 더 잘 막힌다. 특히 비만과 운동부족이 주범이다. 표준체중보다 10kg 정도 더 나간다면 그만큼의 배낭을 짊어지고 사는 것과 같다고 봐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지방형이 된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되기 때문에 앞쪽뇌의 혈관이 막히고 동기센터가 망가진다. 동기센터가 망가지면 운동을 더욱 하기 싫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1980년대만 해도 이런 환자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환자가 흔하다. 우리 식생활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큰 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히면 혈관성 치매가 생기는데, 사실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것이 더 흔하다. 뇌 꼭대기로 올라가면서 아주 작은 혈관이 되는데, 이 작은 혈관이 막히게 되면 한꺼번에 손상되는 뇌세포의 양이 적기 때문에 증상이 가볍고, 대부분 무증상이다. 무증상으로 자꾸 손상되는데, 이게 더 심해지면서 혈관성치매가 된다. 그런데 이게 뒤쪽뇌보다는 앞쪽뇌 쪽으로 혈관이 더 많이 막혀 간다. 때문에 앞쪽뇌 증상이 생기는데, 동기센터가 망가지기 때문에 사람이 멍해진다. 자꾸 수동적이게 되고, 만사를 귀찮아하고, 말도 하기 싫어한다. 또 기획센터가 망가지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리고, 충동억제센터가 망가지기 때문에 자꾸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셋째는 폭탄주 안 마시기이다. 술을 마신 뇌를 보면 앞쪽 뇌가 헐렁하다.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을 그린 그림을 보면 가닥이 엄청 많다. 그런데 술을 마시게 되면 이게 닭털 빠진 것처럼 빠진다. 특히 앞쪽뇌 쪽으로 많이 빠진다. 술을 많이 마시면 나이 들어서 기가 빠진 것처럼 약간 멍한 사람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은 기가 팔팔하다. 그래서 나는 전두엽이 기를 발하는 뇌가 아닌가 생각한다. 폭탄주를 마시면 자꾸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에 충동억제센터가 망가지고, 그러면 술을 더 먹게 된다.

앞쪽뇌를 저축하면 치매 걸려도 양반치매

앞쪽뇌를 저축하면 똑똑하고 오래 살 수 있다. 앞쪽뇌를 개발시키면 뒤쪽뇌까지 같이 개발된다. 그러나 뒤쪽 뇌만 개발시키면 앞쪽 뇌까지 미치지 못한다. 앞쪽뇌를 저축하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예쁜치매, 양반치매가 된다.

65세 정도 되는 중증치매환자를 진찰하다가 깜짝 놀랐다. 모든 인지기능이 다 떨어져 있는 틀림없는 중증치매인데, 다른 능력에 비해서 계산능력이 너무나 뛰어났다. 평생 슈퍼마켓을 하면서 계산을 계속했던 분이셨다. 즉, 평생 계산 신경망을 엄청 두껍게 발달시켜서 치매가 걸려도 그게 무너지지 않는 성이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평소에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긍정 신경망을 많이 발달시켜 놓으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그 부분이 무너지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앞쪽뇌는 성공하는 뇌이다. 동기센터, 기획센터, 충동조절센터를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충동억제를 해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면, 이 사이클을 돌리면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항상 ‘나는 누구인가? 나의 색깔은 무엇인가? 나만의 고유함은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고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진리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만의 아름다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앞쪽뇌이다. 이걸 개발하고 보호하면 평소에 성공적으로 살 수 있고 치매도 안 걸리고, 혹시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가 되는 것이다.


<나덕렬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의 약력>
▲ 서울대 의대 졸업
▲ 서울대 신경과학 석사
▲ 고려대 예방의학 박사
▲ 성균관대 의과대 신경과학교실 부교수, 교수
▲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의사
<저서> 앞쪽형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