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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선생님 ‘간’을 보고… 만만하면 노골적으로 무시”

이보규 2011. 11. 10. 16:23

“학생들이 선생님 ‘간’을 보고… 만만하면 노골적으로 무시”

 

■ 교사들이 말하는 ‘교실 붕괴’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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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광주 한 중학교 여학생이 수업태도를 꾸짖는 여교사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 가면서 욕설까지 한 데 이어 1일 대구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이 담배를 압수하는 교감의 얼굴과 배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학생인권 존중, 전면체벌 금지’의 부작용이 교실에서의 참담한 ‘교권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증언하는 교권 붕괴 실태는 더 충격적이다. 아이들은 “간을 본다”며 만만한 교사를 골라내 무시하고 학부모들은 폭력배까지 학교에 데려와 교사를 협박한다. 담임교사가 교실 자체를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사이 교권 붕괴는 이제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 흐름처럼 돼버렸다.

경기 성남시의 초등학교 정모 교사(28)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교사가 회초리를 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왕따 학생을 괴롭히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왕따 학생의 머리에 물을 끼얹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이 학교 5학년 한 학급은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대들어 담임교사가 2번이나 바뀌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26)는 “상황이 심각한 반은 교사 1명으로 관리가 안 돼 교장이 맡아 수업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교권 붕괴 현상은 중고등학교에서 더 심각하다. 수업 중인 교사 눈앞에서 ‘야설(음란한 소설)’을 돌려 읽으며 낄낄거리고 교실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가 조폭이다”라며 교사를 협박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같은 반 여학생을 쓰레기통으로 때리는 180cm가 넘는 거구의 남학생을 말리다 쓰레기통에 맞아 피멍이 들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는 “교사들도 남학생에게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리지 못했다”며 “학생들은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교사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버릇없는 자녀를 훈도하기는커녕 ‘교사 무시’에 가세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담배를 피우다 걸린 여학생의 부모를 부르자 학생의 아버지가 폭력배 친구를 데려와 협박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충남 서산시의 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25)는 “교사가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학부모가 전화로 반말과 함께 욕까지 퍼붓는다”며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물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교권 붕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 3월 발표한 ‘2010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 중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260건으로 2001년 104건의 2.5배나 된다. 또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실의 학교별 학생징계대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1학기에만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 건수가 1000여 건이나 됐다.
교사들은 무너진 교권을 다시 세우고 교사의 설 자리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한국교총 신정기 교권국장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교실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교권 보호를 위한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인격적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이 법은 2009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교사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주대 이명희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사가 전통적인 교사-학생 관계를 기대하기보다 학생들이 믿고 따르도록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