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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볼-단칸방, 드라마 인생 존 허 PGA 첫 승

이보규 2012. 2. 27. 18:37

연습볼-단칸방, 드라마 인생 존 허 PGA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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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 박재호 | 입력 2012.02.27 13:47 //| 네티즌 의견 보기') } })(); //]]> | 네티즌 의견 보기


◇존 허. 스포츠조선 DB

27일(한국시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청년 존 허(22·한국명 허찬수)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우연히 접한 골프, 허나 곧 가난한 소년에겐 사치가 돼 버린 골프, 그래도 떨치지 못했던 골퍼의 꿈.

존 허의 '아메리칸 드림'은 단칸방, 연습볼, 지하철 캐디백이란 가난과의 한판 승부를 이겨낸 결과다.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무대 정상에 우뚝 선 그는 엄친아도, 타고난 골프 천재도 아니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인 존 허는 2세 때 한국으로 와 서울 중평초등학교를 다니다 12세에 다시 미국 시카고로 갔다. 그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 아버지(허옥식씨)의 사업실패로 가족은 위기에 빠졌다. 좁디좁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부모님과 형(허민수씨)까지 나서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 골프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존 허의 뒷바라지를 했지만 비용은 만만찮았다. 존 허는 꿈많은 10대때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윙을 익혔다. 볼을 줍는 대신 연습볼을 제공받았다. 애시당초 미국 무대 도전은 여의치 않았고, 한국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서울 강북에 살때 분당 연습장을 가기위해 캐디백을 메고 지하철을 탔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겨를조차 없었다. 무작정 꿈을 향해 달리던 그에게 2009년 신한동해오픈 우승은 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난해말 PGA 퀄리파잉스쿨(시드확보 예선전)도 드라마틱 인생의 연장이었다. 존 허는 당시 마지막홀 보기로 27위로 밀려났다. 25위까지 주어지는 시드를 받지 못할 위기. 하지만 앞선 순위 2명이 다른 자격으로 1부 투어에 합류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시드를 받았다. 어린아이처럼 껑충껑충 뛰던 존 허의 모습은 미국 골프채널 카메라에 담겼다.

올해 존 허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본인은 "루키의 목표는 단순하다. 나는 늘 컷통과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올해 5개 대회만에 우승. 이전 4차례 대회에서도 모두 컷을 통과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는 공동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66만6000달러(약 7억5000만원). 올해 벌어들인 상금만도 104만달러(약 11억6500만원)가 넘는다. 이번 우승으로 돈방석은 물론이고 지지부진한 메인스폰서십 계약도 순조롭게 해결될 전망이다. 존 허의 스윙 코치인 제프 윤(GMG 아카데미) 프로는 "요즘 존은 골프를 즐긴다. 도저히 새내기라고는 볼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존 허가 우승한 마야코바클래식은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 골프장에서 열렸다. PGA 투어인데 장소는 멕시코. 같은 기간 세계랭킹 상위 64명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양용은, 최경주 등은 매치플레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1년 내내 대회 스케줄이 꽉 차 있는 PGA는 이처럼 상위랭커들이 총출동하는 WGC시리즈가 있는 기간이면 늘 규모가 작은 다른 투어대회를 연다. 상금이 일반 대회의 절반 수준이고, 페덱스컵 포인트도 반만 받지만 엄연한 정규 대회다. 우승자 역시 당당한 PGA 투어 챔피언 대접을 받는다.

이날 존 허는 마지막 4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줄이며 합계 13언더파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전날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13위여서 우승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엄청난 뒷심이었다. 로버트 앨런비(41·호주)와 연장에 들어간 존 허는 2시간여의 8차례 연장 사투를 펼쳤다. 존 허는 8번째 연장홀에서 11m 칩샷을 홀에 붙여 챔피언 파퍼트를 성공시켰다. 존 허는 "연장 내내 긴장됐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8차 연장은 PGA 사상 두번째 긴 연장이다. 최고 연장 기록은 11차 연장(1949년)이 한번 있었다. 그 뒤로 4차례의 8차 연장이 있었다.

존 허의 연장 상대인 앨런비는 프로 22년차에 PGA 4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통한의 더블 보기로 연장에 끌려간 뒤 무릎을 꿇었다. 앨런비는 "오히려 내가 루키처럼 플레이했다. 실망스럽다. 하지만 존(허)을 보라. 참 대단하다. 저렇게 어린데. 어제(3라운드)도 같이 쳐봤는데 발전가능성이 크다. 이번 우승이 존의 골프 인생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