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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위치서 순간 즐겼다" 신지애 1년10개월 만에 '지존' 되찾다

이보규 2012. 9. 11. 16:39

"편안한 위치서 순간 즐겼다" 신지애 1년10개월 만에 '지존' 되찾다

 

신지애가 10일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연장 9번째 홀에서 폴라 크리머(미국)를 따돌리고 우승하자 두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신지애(24·미래에셋)의 복귀 신고식은 혹독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1박2일 동안 펼쳐진 9차례의 연장 혈투 끝에 '지존'의 면모를 되찾았다.

신지애는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윌리엄스버그 킹스밀 리조트 리버코스(파71·6384야드)에서 재개된 대회 9차 연장전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로 막은 폴라 크리머(26·미국)를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따냈다.

최종라운드를 선두 크리머에게 2타 뒤진 채 시작한 신지애였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우승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대역전 우승을 이끌어 냈다.

최종일 '우보만리(牛步萬里)'처럼 묵묵히 자기 플레이를 펼치며 타수를 줄여나갔고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1타 차 리드를 달리던 크리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좀처럼 하지 않던 스리퍼트로 보기를 범해 연장으로 끌려갔다. 추격자 신지애는 여유로웠고 쫓기는 크리머는 경직됐다. 연장전을 대하는 태도는 상반됐다. 신지애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은 반면 크리머는 짙은 선글라스 뒤로 긴장한 기색이 흘러나왔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신지애의 손을 들어줬다. 2시간 여동안 8차에 걸친 연장전을 벌이고도 승부를 못가린 신지애는 다음날 열린 9차 연장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16번홀(파4)에서 진행된 9차 연장전에서 신지애는 파로 막은 반면 크리머는 보기를 범했다.

신지애는 공식 인터뷰에서 "선두로 나서면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2위의 입장에서 크리머를 뒤쫓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따라 잡아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생겼다. 정말로 매우 편안한 위치에서 순간을 즐겼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10년 11월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약 2년 만에 거둔 값진 우승이었다. 이전까지 통산 8승을 거두며 LPGA무대를 호령하던 신지애였지만 이번 대회 우승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5월 고질적인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2개월을 병실에서 보낸 신지애였다. '지존', '컴퓨터 퍼트' 등 각종 수식어를 자랑하던 신지애였지만 경기 감각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었다.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복귀 무대를 가졌지만 공동 31위에 그쳤다. 2월 혼다 LPGA타일랜드 3위, 3월 KIA클래식 공동 3위, 4월 LPGA롯데챔피언십 공동 7위 등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던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어 출전한 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재기 가능성을 보였지만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공동 26위까지 추락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CN 캐나다여자오픈이 반전의 기회가 됐다. 공동 3위까지 끌어올리며 왕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았고 이어 열린 이번 대회에서 지존으로 돌아왔다.

부상으로 2개월을 쉬면서 체력을 비축한 덕이라고 한껏 자신을 낮췄지만 칼을 갈았을 터이다.

2008년 3승(브리티시여자오픈·미즈노클래식·ADT챔피언십), 2009년 3승(HSBC챔피언스·웨그먼스LPGA챔피언십·P&G챔피언십), 2010년 2승(에비앙마스터스·미즈노클래식)을 쌓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단 1승도 못 건지며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던 신지애는 1년 10개월 만에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올 시즌 한국(계) 선수가 거둔 6번째 우승 타이틀도 얻었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예전의 정교한 컴퓨터 퍼팅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대신 인내심을 배운 듯 했다.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뚝심으로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을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모처럼 LPGA 정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