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의 시간/_ 기독교이야기

나는 설교나 강의를 이렇게 준비한다

이보규 2014. 9. 19. 05:47

김진홍 목사의 아침묵상

아침묵상 제목과 날짜
나는 설교나 강의를 이렇게 준비한다. 2014-9-19
1. 쉽게

일본의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을 표현하기를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가는 것과 같다" 하였다. 불가(佛家)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라 하여 고통의 바다에 비유하고 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말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니라"(마태복음 11장 28~30)

요약컨대 예수께로 오면 쉼을 누리게 되고 삶의 짐이 가벼워지고 인생살이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설교를 준비할 때나 강의를 준비할 때에 다섯 가지 나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설교학에서는 설교를 준비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의 전 과정을 Inventory라 한다. 나의 설교 인벤토리에 다섯 가지 기준이 있다. 그 첫째가 <쉽게>이다.

나는 설교를 준비할 때나 강의를 준비할 때에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쉽게 전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 내가 행하는 설교를 ‘할머니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던 나는 전도사가 된 후에도 처음엔 철학용어들을 사용하여 가며 어렵게, 복잡하게 설교를 하곤 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 2학년 학생이던 때에 청계천 빈민촌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였다. 개척 초기에는 역시 어려운 설교를 하곤 하였다. 그런데 빈민촌 주민들을 전도하여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설교시간이 되면 잠자는 교인들이 많았다. 보기에 민망하여도 처음엔 못본척 하고 설교를 계속하곤 하였다. 그러나 6개월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친하여진 후에 하루는 예배 시간에 교인들에게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여러분 왜 교회에 오면 늘 자는 겁니까? 예배당이 여관방으로 착각하시는 겁니까? 설교시간만 되면 자는 교인들이 많으니 무슨 연고입니까?" 하고 나무라는 듯이 말하였더니 그 말을 듣고 앞자리에 앉아 늘 졸고 있던 한 할머니가 나를 쳐다보며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이고 젊은 사람이 딱하시오. 우리를 재우면서 잔다고 나무라면 어쩝니까?" 그 말에 내가 말하기를 “할머니 내가 재운다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내가 자장가를 불렀어요, 수면제를 드렸어요. 왜 재운다고 하셔요?”

하였더니 할머니가 답하기를 “재우는 게지요. 하는 말이 어려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는데 졸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고맙다 하여야지 존다고 나무라면 경우가 없는 소리지라요”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아 곰곰이 생각하였다. 빈민촌에서 설교하며 하이데거니 칸트니 하는 말들을 섞어가며 설교를 하였으니 껌팔이, 행상, 막노동 하는 주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설교를 한 것이다. 그래서 설교시간이 되면 교인들이 졸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빈민촌까지 가지고 들어갔던 철학책들을 모두 엿장수에게 주고 엿을 바꾸어 마을 아이들과 갈라 먹고는 주민들의 생활현장으로 들어가 함께 살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대화하고 설교하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설교나 강의를 할 때에 쉽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