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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이보규 2018. 3. 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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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 권한 및 사무배분 문제를 중심으로 -김병준3)

1. 들어가는 말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지방자치단체가 독립된 행정주체로 등장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관계가 새로운 관심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두 큰 축 즉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못된
정치행정적 또는 기능적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정치사회적으로 큰 혼
란이 일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올바른 관계가 국가운영에 매
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전제 아래 우리나라에서의 일반적 상황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논해 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두 가지 미리
언급해 둘 것이 있는데 그 하나는 중앙-지방관계의 정치경제적 성격을
규명하는 등의 틀이 큰 논의보다는 지금 현재의 우리 상황과 이를 변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
는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해 보기 위해 중앙-지방관계
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권한과 기능의 이양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는 점이다. 재정적인 관계와 정치적인 관계 등은 논의에서 벗어날
김병준 국민대 교수(행정학). 최근 저서로『한국지방자치론』(2000) 최근 논문으
로는 Citizen Ratings of Local Government Public Services: the Case of
Seoul (2001)이 있음.
96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2. 중앙-지방관계의 연구경향
중앙-지방관계가 국가운영의 중요한 부분이 되면서 이에 대한 다양
한 형태의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우리나라의 중앙-정부관계를 논하기
에 앞서 과연 어떠한 연구들이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보았으면 한다. 우
리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 것이 옳은지 또 이 글이 어느 부분에 해당하
며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앙-지방관계는 그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한 만큼 연구 또한 매우 다
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미시적이고 행태적인
연구가 있는가 하면 국가 전체의 정치경제적 구조를 연구의 단위로 삼
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분석도 있다(Rhodes 1983: 70). 또 기본적인
시각과 관련하여서도 다원론적(pluralistic) 시각과 엘리트론적(elite
centered) 시각 동반자(partner)적 시각과 대리인(agent)적 시각 등 분
류기준과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다(Dunleavy 1980: 14).
이들 연구들을 연구의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면 아래
와 같다.

1) 권한 및 자원의 배분과 상호의존관계에 관한 연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사무 및 권한의 배분 중앙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적 관계 등에 관한 연구가 중앙-지방관계 연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재정적 관계에 관한 연구가 그러한데 라이
트 교수의 고전적 저술인 『정부간관계의 이해(Understanding
Intergovernmental Relations)』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본적인 저술들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컨대 연방정부 또는 중앙정부의
권한 강화와 이들 정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의존이 재정적 요인에
의해 초래되었음을 반영한 것 등이다. 위의 라이트 교수 저술의 경우
전체 12개 장(章) 중에서 4개의 장이 재정적 관계에 할애되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97
재정적 관계에 관한 연구와 함께 사무배분에 관한 연구도 상당한 부
분을 차지한다. 사무배분에 관한 연구는 미국과 같은 연방형 국가나 주
민자치적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보다는 한국과 일본 등 단체자치적 전통
이 강한 단일국가에서 많이 나타난다. 권한과 사무의 배분이 미국과 같
은 연방제국가나 주민자치적 전통이 강한 나라보다도 복잡한 양상을 띠
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글 또한 이러한 부류의 하나로 이야기 될 수 있다.
재정적 관계와 사무배분을 포함한 전반적 분권화 상황에 관한 연구도
적지 않다. 재정적 관계나 사무배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연구들과
달리 분권화를 측정할 수 있는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와
지표를 개발하는 등 계량적 방법을 사용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고 국가
간 비교를 한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Kim 1989: 71).
2) 정부간 상호작용 및 갈등에 관한 연구
권한 및 자원배분에 관한 연구와 함께 정부간의 실질적 상호작용 및
갈등에 관한 연구도 상당한 부분을 이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과 같은 나라의 경우 공직자들의 중앙-지방관계와 관련된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주(州)정부의 부서 책임자 60%가 다른 정부의 관리들과 빈
번히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Wright, 1978:
258).
또 거의 대부분의 주(州)정부와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지
방 관계를 전담하는 직원이나 특별 에이전트(agent)를 별도로 두고 있
기도 하다. 이들의 활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정책문제와 같은 특정의 정책문제를 둘러싼 정부간 갈등에 관한
연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우리나
라에서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또는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등으로 불리는 지역이기주의 분쟁에 대한 관심이 그 좋은
98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예이다.
3) 중앙-지방 관계의 성격에 관한 연구
중앙-지방 관계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 또한 상당수 진행되
어 왔다. 오래 전부터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동반자(partner)로 이해
할 것인지 아니면 대리인(agent)으로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심
도 있게 논의되어 왔으며 이러한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유형화 하고
자 하는 시도 또한 깊이 있게 진행되어 왔다
1980년대 이후 한 때 콕번(Cynthia Cockburn) 손더스(P.
Saunders) 그리고 던칸(Simon Duncan)과 구드윈(Mark Goodwin) 등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하는 학자들이 이에 가세함으로써 이러한 연구가
한층 더 활기를 띤 적이 있다. 이들은 지방정부를 국가체계의 일부인
지방국가(local state)로 보고 접근하기도 하는데 이들 중 콕번과 같은
학자는 자본주의체제 아래에서의 지방국가는 중앙국가의 대리인에 지나
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Cockburn 1977).
그런가 하면 손더스와 같은 학자는 이중국가(dual state) 이론 즉 중앙
국가는 생산부문을 주로 담당하고 지방국가는 소비부문을 주로 담당한
다는 이론을 내 놓은 바 있다. 이들의 논의는 논의 자체의 타당성을 떠
나 중앙-지방 관계의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Saunders 1986).
3. 우리나라의 중앙-지방간의 관계: 권한 및 사무의 배분
1) 중앙-지방간의 바람직한 기능적 관계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경제적 환경에 따라 중앙집권적 국가운영 체계
가 매우 효율적일 때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의 경우 제3공화
국 이후 한 때 중앙정부 중심의 발전전략이 크게 주효했던 적이 있었다.
중앙정부 주도아래 다양한 행정주체들과 경제사회 주체들이 강력히 통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99
제되고 제한된 자원이 효과적으로 동원관리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기
틀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민권이 크게 성장되고 세계화와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중앙정부 위주의 국가운영체제는 그 명분을 잃고 있
다. 정보력과 창의성이 곧 경쟁력을 의미하는 시대에서 또 시민사회가
지니고 있는 자원의 공적 활용이 국가 생존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
는 시대에서 획일성을 바탕으로 하는 집권적 구도는 그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을 지향하는 많은 나라들이 자율과 경쟁의 논리를 바탕으
로 지방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
다. 즉 중앙정부의 기능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
정부의 통제를 줄이거나 간접적인 통제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의 통제가 줄어들거나 없어진 곳에
는 시민사회와 지방의회로부터의 통제가 자리잡도록 유도함으로써 지방
자치단체 또는 지역사회 차원의 자기책임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재조
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즉 EU는 이러한 구도와 보충성의 원칙 즉 지역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기초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상급정부
가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
고 있다. 또 일본만 하더라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5년에 지방분권
추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의해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기관
위임사무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분권화를 추진하고 있다.
1999년에는 지방분권추진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지방분권일괄법
을 제정하는 등 분권화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일극중심체제(一極中心體制) 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역
할과 자기책임성을 강조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2) 권한 및 사무배분의 진전
100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가. 지방이양촉진법 제정 이전의 권한 및 사무배분
우리 사회에서도 1990년대에 들면서 정보화와 세계화 등에 대한 논
의와 함께 분권화 개혁은 중요한 국가 개혁과제의 하나가 되어 왔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그 자체가 분권적 질서 확립을
위한 역사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권한 및 사무배분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1998년 12월의 중앙행정
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이양촉진법) 제정을 기
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 두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지방이양촉진법 제정이전에도 중앙정부 권한과 사무를 지방으로 이
양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의 권한 및 사무
재배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이러한 선거에 의해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기는 하였으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권능과 재정능력은 여전히 제
약된 상황에 있어 지방자치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다.
단적으로 아래의 <표 1>은 당시의 분권화 개혁이 얼마나 느리게 이루
어져 왔나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사무와 권한의 문제를 숫자로 따지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나의 사무와 권한이 다른 사무와 권한에 비해
수십 배 또는 수백 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는 상황파악을 위한 참고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
겠는데 지방이양촉진법 제정이전의 8년간의 자료 즉 1991년부터
1998년에 이르는 기간의 자료를 보면 1994년과 1998년을 제외하면 지
방으로 사무이양 자체가 거의 되지 않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그 속도가
느렸음을 알 수 있다. 1991년 기준으로 법정상의 사무의 수가 모두 1만
6천건 가까이 되었고 그 중 중앙정부가 직접 처리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국가사무가 1만 건 이상 그리고 중앙정부가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지방위임사무가 2천 건 이상이었음을 생각할 때 결코 강한 분권화가 이
루어져 왔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01

나. 지방이양촉진법의 제정과 그 이후의 권한 및 사무배분
지방이양촉진법의 제정은 한마디로 보다 과감한 지방이양을 추진하
기 위한 조치였다. 법 제정 이전의 지방이양 작업은 두 가지 점에서 뚜
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중앙과 지방간의 권한 및 사무이양을 위한
원칙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그 하나이며 추진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였다.
먼저 원칙과 관련된 문제인데 사무이양이 빠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사무 재배분 작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전에 분권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이에 바탕을 둔 사무 재배분의 대원칙이 정
해져 있어야 한다. 즉 세계화와 정보화를 포함하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과 상호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국
민적 합의 내지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위에 다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시민사회의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원칙이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대원칙
아래 구체적인 작업을 위한 소원칙과 소소원칙 등이 정해져 있어야 한
다.
원칙의 정립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무이양 또는 재배분 자체
102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가 속성상 권력자원의 이동을 의미하는 바 이양과정에서 이러한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 세력의 반발과 함께 대립과 갈등이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이러한 반발과 대
립은 당연히 보다 극단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재배분의 결과 또한 예
상치 않은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재배분 작
업은 제 관계집단의 힘의 균형만을 반영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다. 중앙 각 부처를 비롯한 중앙집권지향 세력의 힘이 분권체제 지향세
력의 힘보다 훨씬 강한 우리의 상황에서 이는 곧 올바른 분권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하게 된다. 정부의 분권화 개혁의지가 높다고
해도 실제 집행과정 또는 재배분 과정에서 이러한 개혁의지가 왜곡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 및 소원칙 등과 관련하여 지방이양촉진법 제정 이전의
사무 재배분 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세계
화와 정보화 등으로 표현되는 시대적 변화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
으로서 분권화가 갖는 의미에 대한 인식부족과 분권운동 집단의 정치경
제적 힘의 부족 등으로 분권화 이념을 반영하는 대원칙을 세울 수가 없
었다. 많은 경우 분권화와 이를 통한 지방자치의 활성화는 민주화의 한
수단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정도였다. 즉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크게 부
족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을 포함한 지식인 계층에서까지
분권화 개혁은 민주화의 한 수단일 뿐 국가경쟁력이나 효율성과는 오히
려 배치된다는 인식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대원칙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원칙과 소소원칙 또한 명확히 규
정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원칙은 오로지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지방자치법상의 이러한 원칙들은 분권적 철학을 담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념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원칙으로서의 의미
를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사무배분의 개념조차도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는 실정이었다.
원칙의 문제에 이어 재배분 사업을 처리하는 기구와 처리 절차에도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03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우선 기구문제부터 살펴보면 재배분 사업은
기본적으로 행정자치부(정부기구개편 전에는 총무처)에 소속된 기능이
양합동심의위원회에서 처리했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권한 및 사무이
양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위원은 상임이 아닌 것은 물론 임기제로 임명되는 것도 아니었다. 매
년 1회 12월 초에 열리는 2-5일간의 회의를 위해 일시 위촉되는 것이
통례였다. 일시 위촉된 위원은 적게는 수십 건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건
에 달하는 사무에 대한 이양을 검토해야 했으며 때로는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부처의 사무까지 검토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검토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었다. 독자적인 사무발굴과 재배분
업무의 전문적이고 연속적인 수행을 위한 독자적인 사무국도 갖추고 있
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회의는 행정자치부 행정국장(중앙부처 통합 전에는 총무처 조직국장)
이 주재하였으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
해 참석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사무관급이었다. 참석자 누구도 당해
기관의 최종적인 입장을 전달할 입장에 있지 못하였다.
아울러 위원회 자체가 총무처 소속이었던 바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행
위를 구속하기가 힘이 들었다. 특히 건설과 산업경제기능 그리고 재정
관련 기능 등의 이양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했는데 1995년의 경우는 위
원회에서 이양하기로 결정한 42건의 건설관련 기능이 언론에 보도까지
된 이후에도 해당 부처의 반발로 심의위원들의 동의 없이 보류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또 중앙행정기관이 이양 결정된 사무에 대해서도 필요한
법령개정을 서두르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하였는데 위원회는 이
러한 경우에도 이행촉구를 위한 그 어떠한 법률적 권한도 지니지 못했
다.
분권화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도 기능이양합동심의위원회 체제의 큰 문제
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에 중앙정부가 처리하거나 지방정부
에 위임하여 처리하고 있는 특정 사무나 권한에 대해 지방이양 시킬 것
104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양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와 함께 이양 또는 재배분 요구 자체를 망
설였다. 또 이양 요구를 한 경우에도 그 의견을 위원회에 참석하여 직
접적으로 전달할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의 기획
관련 부서 공무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가 하면 많은 안건을 일
시에 처리되는 관계로 그나마 발언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기능이양합동심의위원회 체제 아래에서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
단체간 권한 및 사무의 배분은 중앙정부의 의견이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보다 크게 반영되는 상태로 운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권한 이양을 추
진하는 총무처(현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지원하는 내무
부(현 행정자치부) 그리고 일시 위촉된 위원 일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입
장을 대변하곤 했지만 집권적 행정구도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각 부처
와 소속 공무원들의 입장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또 위원회 자체가 그
러한 위상을 지니지 못하였으며 기능이양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총
무처와 내무부 역시 스스로의 기능을 이양하는 문제에서는 소극적으로
돌아서곤 했었다.
지방이양촉진법의 제정은 김대중 정부의 주요 공약사업의 하나로 이
러한 환경을 바꾸어보자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권한 및 사무배분에 대한 보다 뚜렷하고 확고한 원칙을 정립하고 운영
체계 또한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등 보다 근본적
인 정비를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1998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지방이양의 대 원칙으로 건국이
래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 우선의 원칙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사
무를 배분하는 데 기초자치단체가 우선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원칙을 주
요 내용으로 담았다. 상징적인 조항이기는 하였으나 지방자치단체가 국
가운영의 중심축이 되어야 함을 처음으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
를 지니는 것이었다.
아울러 권한 및 사무 재배분의 추진기구로서 대통령 직속의 지방이양
추진위원회를 두기로 하였다. 위원을 15인 이상 20인 이하로 두기로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05

하였으며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인 위원장이 같이 맡기로 되어 있었
다. 과거의 기능이양합동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을 총무처의 조직국장이
맡던 것에 비하면 그 격이 크게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그 활동을 시작하면서
분권화에 대한 기대는 다시 한번 꺾이고 말았다. 위원회가 기능상 한계
를 보이는 등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실제 그 활동
의 결과 또한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참고로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실적을 보면 1999년 하반기에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1년 8월 제9차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모두 441건의 사
무를 이양하기로 결정하였다. 적지 않은 수라 할 수도 있겠으나 법 제
정 당시의 기대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더욱
이 이양하기로 결정한 441건 중 시도에서 시군구로 이양된 것을 제외
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은 불과 200여건에 불과하다(국가에서 시도로
이양한 사무 208건 국가에서 시군구로 이양한 사무 13건 국가에서 일
부 시도로 이양한 사무 7건 국가에서 시도와 시군구로 이양한 사무 3
건 등). 이 역시 숫자로만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지만 보
기에 따라서는 법 제정이전의 기능이양합동심의위원회의 실적에도 미치
지 못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에
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지방이양촉진법 자체의 한계
를 들 수 있다. 법 자체가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기에는 여러 가지
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우선 일본의 지방분권추진법 등
과 비교할 때 법 제정의 목적이나 사업의 구체성 등에서 다소 차이를 보
이고 있다. 지방분권 일반을 포괄하는 일본의 지방분권추진법과 달리
지방이양촉진법은 사무배분이라는 비교적 좁은 영역을 그 대상으로 하
고 있다. 그 결과 재정부문에 대한 규정이 일본의 지방이양촉진법 보다
다소 약하게 규정되어 있다.
위원회의 구성에서도 큰 문제를 보여 왔다. 먼저 위원의 구성에서 정
106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부측 위원이 4명이나 된다. 이들의 존재는 위원회 결정의 집행력을 높
이고 권한 및 사무의 이양을 하는데 중심적 위치에 놓여 있는 중앙정부
각 부처와 위원회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
가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들의 존재는 행정조직 특성상
권한 및 사무이양에서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
요가 있다. 논의과정에서 보수적 견해가 지나치게 강하게 표출될 가능
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위원들 역시 제1대와 제2대 공히 적지 않은 문제가 발견된다. 분
권화 개혁은 권력의 이동일 뿐만 아니라 사회내의 제 세력들의 정치경
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민간위원의 분권화
의지는 위원회의 성공적 운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외부로부터 오는 정치경제적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조
직적 기반과 함께 중앙행정기관의 보수적인 입장을 설득해 나갈 수 있
는 전문성 등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구성된 민간위원들은 조직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큰 취약
성을 안고 있다. 민간위원의 대부분이 전문성과 지역대표성 그리고 성
별상의 대표성 등을 감안하여 영입된 것으로 보이는 바 이 점에서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전문성이 높은 인사들도 있고 지역적 안배와
성별에 대한 고려도 적절히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자치단체장도
3인이나 포함되어 있다. 분권화에 대한 의지도 비교적 강하게 지니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위원들이 대부분 개별적 차
원에서 영입된 경우로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장협의회 등의 조직적인
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치단체장들만 해
도 개별적인 차원에서 임명된 경우이지 자치단체장협의회의 공론과 추
천을 거쳐 임명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개별적으로 영입된 위원들이
권력의 이동인 분권화 개혁을 얼마나 강도 있게 또 조직차원의 강한 책
임성을 지니고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위원회와 위원의 법률적 위상도 문제가 된다. 우선 임명 절차
에서 일본과 같은 경우 지방분권추진위원회의 위원은 원칙적으로 상하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07
양원(중의원 참의원)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
러나 우리의 경우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 등과 관련하여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소극적인 자세도 큰 문
제가 되고 있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중앙정부 각 부처 공
무원의 입장은 권한과 사무의 이양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지방
자치단체로의 권한 및 사무의 이양이 권력의 이동을 의미할 뿐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이들이 스스로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이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를 포함한 일부 부처의 일부 공무원들만이 이러한 작업에 적
극성을 띨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그나마 이들 역시 자신들의 권한 및
사무의 이양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일종의 아이러니가 되겠지만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공무원들 역시
권한과 사무를 이양 받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공무원의 소극적인 자세를 지지부진한 분권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이야
기하고 있다.
4. 통합 메커니즘의 정비
1) 국가통합의 과제와 중앙통제 메커니즘의 변화
가. 국가통합의 과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권한과 사무의 이양을 통한 중앙정부와 지방
자치단체간의 기능적 관계의 재정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
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 보이지는 않는
다. 최근 시민사회로부터 분권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을 뿐만 아
니라 지방자치단체 학계 일부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조직적인 행동을
108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추진해 나가고 있다. 2001년 3월 있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지방자치
헌장 선포와 2001년 9월에 있었던 전국 2800여 지식인들의 분권화
선언 등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요약컨대 향후 권한과 사무의 이양속도가 다소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우리사회에서는 국가 차원의 통합성을 어떻게
이루어나가느냐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즉 권한과 사무의 이양도 국
가차원의 통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통합
의 고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
이기주의와 같은 지역차원의 이익이 국가차원에서 중요한 이익을 해치
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은 학자들과
시민들로부터 지적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중앙정부는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데
국가가 설정한 국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순응을
필요로 한다. 계획사무를 예로 드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하위 계획을
수립하지 않거나 아니면 중앙정부의 계획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띠게
되면 기대된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사무를 위임
하여 처리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위임사무
의 처리에 소극적인 입장을 띠게 되면 국가사무는 집행과정상 큰 혼란
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중앙정부가 국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방자치의 실시 및 심화가 국가행정의 수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성이 커
지고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지방자치
실시 이전의 국가행정 수행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놓이
게 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에 대한 통제체제의 변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09
나. 중앙통제 메커니즘의 변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순응(compliance)를 확보하는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운영상의 통제 인사통제 재정통제 그리고 정치
사회적 통제가 그것이다.
먼저 운영상의 통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정에 개입
하여 행하는 통제로 보고 조언과 정보제공 인허가승인조사 및 감사
등이 있다. 주로 법령이나 인사권에 기반을 두고 행해지게 된다. 지방
자치가 다시 실시되기 전의 우리나라 중앙정부는 한편으로는 지방의회
의 기능을 대행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치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을 활용
하면서 강력한 운영상의 통제를 행해 왔다.
둘째 인사통제(人事統制)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 및 공
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및 정책과정
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매우 강력한 통제로서 운영상의 통제와 같이
직접적이며 권력적인 성격을 지닌다.
셋째 재정통제(財政統制)인데 국고보조금과 같은 재정지원이나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국책사업의 실시 등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는 경우이다. 즉 중앙정부의 지시에 순응하는 경우 많은 재정적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지원을 받
을 수 없도록 하는 보상체계를 확립운영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의 정책의지와 의도에 순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사통제나 운영상
의 통제에 비해 비권력적이고 간접적이며 유인적(誘因的)인 성격을 지
닌다.
끝으로 넷째 정치사회적 통제로 중앙정부가 지닌 정치사회적 영향력
과 여론형성 기능 등을 통하여 행하는 통제를 말한다. 지방선거에서 중
앙당이 행사하는 공천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정책행위
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지방자치단체의 비합리적인 정책행위에 대해 시
민들의 반대여론을 동원하는 것 등은 그 좋은 예가 된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이전에 우리의 중앙정부가 어떠한 방식의 통제
110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를 통해 국가통합과 국정목표를 달성해 왔는지는 명확하다. 여론 형성
을 통한 통제와 국고보조금이나 국책사업 등을 이용한 재정경제적 통제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크게 의존한 것은 역시 인사통제와 운
영상의 통제였다. 재정적 유인이나 여론 형성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가 스스로 순응하여 따라오게 하는 비권력적 통제가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의 의지를 원초적으로 억제하는 권력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선체제의 출범과 함께 이러한 통제구도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주민에 의해 직접 선출됨으로써 중앙정
부는 자치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부단체장 역
시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시도의 부시
장부지사의 경우는 그 임명권이 아직 대통령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시도지사의 제청이 없이는 임명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제
청이 있는 경우 법적 결격사유가 없는 한 30일 이내에 임명절차를 종료
하도록 되어 있다(지방자치법제101조 제3항). 인사통제의 기반이 완전
히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인사통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운영상의 통제도 상당부분 약화될 수밖
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법률적인 권한이 없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지방자치법을 포함한 각종 법령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에 대한 중앙정
부의 관여를 인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만 하더라도 제155조는 중앙행
정기관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조언 또는 권고할 수 있음을 규
정하고 있고 제156조는 위임사무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그리고 제157
조는 자치단체장이 내린 처분과 명령에 대해 시정과 취소를 행할 수 있
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또 제157조의 2에 규정된 직무이행명령제는
자치단체장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그 의무에 속하는 국가위임사무 또
는 시도 위임사무의 관리 및 집행을 명백히 해태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
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그 이행할 사항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11
그러나 이러한 법률상의 규정과 관계없이 중앙정부에 의한 운영상의
통제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
인 입장을 내세울 수 있는 정치력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령에
규정을 두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해오던 개입이 어려워지게 됨은 물론
법령상 규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력을 지닌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의해 중앙정부가 곤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민선체제아래 중앙정부는 결국 재정통제와 정치사회적 통제 등 비권
력적인 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러한 비권력적 통제기제가 과거의 권력적 통제기제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사회적 통제의 예
가 되겠지만 지역분할의 정치구도 속에 중앙정부의 여론형성기능은 일
부 지역에서만 그 영향력이 발휘된다. 영남지역에 기반을 둔 중앙정부
는 호남지역에서의 여론형성 기능이 매우 낮고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중앙정부는 영남지역에서의 여론형성 기능이 매우 낮다.
재정통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사무를 수행하는데 지방자치단체
의 순응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재원이 확보되어 있지 않을 뿐
만 아니라 합리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지도 않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하
여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적지 않은 수의 지방자치단체
가 이러한 재정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또 재정통제의 가장 핵심
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국고보조금 역시 재정보전의 성격이 강한 반
면 장려적 성격이나 유인적 성격이 약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행위를 바
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정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요약컨대 지방자치의 재실시와 함께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
한 통제력은 크게 약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크게 의존해
온 권력적 통제방식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반면 재정통제와 정치사회
적 통제 등 지방화시대가 요구하는 비권력적 통제방식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이러한 관계변화가 중앙정
부의 국가사무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됨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112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2) 중앙집권적 처방과 지방분권적 처방
권력적 통제구도의 약화에 따른 문제가 나타나자 우리사회 일각에서
는 분권화에 중앙정부의 집행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새로운 집권
적 성향의 처방이 나오고 있다. 민선체제 출범 이후 전남 영광군의 원
자력 발전소 허가 취소와 인천 서구의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허가 취
소 등의 행위가 있자 곧바로 자치단체장에 대한 징계 제도의 도입과 국
책사업특별법 제정이 논의된 것은 그 좋은 예이다. 자치단체장 징계제
도의 도입은 자치단체장에 대한 인사상의 통제를 강화하여 권력적 통제
의 약화에 따른 문제를 막아보자는 것이었고 국책사업특별법 발상은 자
치단체장이 지닌 인허가권을 회수하여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집
행력을 높여 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관계 변화와 그에 따른 정부간 갈등 등을 권력적 통제의 재강화와 자치
사무의 축소를 통해 해결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최근 제기되었던 기초
자치단체장의 임명제 전환 문제와 주민청구징계제도의 주장 등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집권적 처방은 자치권 확대에 따른 문제를 자치권의 축소로
해결하자는 단순한 논리를 담고 있는 것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이
기주의 성향에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 사회 일각으로부터 적지 않은 지
지를 얻었다. 국가 전체의 이익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와 불순응
(不順應)으로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국익 우선주의의 시각이 내
포되어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집권적 처방은 사회 각계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
아 왔고 제기와 동시에 강력한 비판을 받으며 수면아래로 잠복하는 모
습을 보여왔다.
집권적 처방에 대한 대응개념으로 분권적 처방이 있을 수 있다. 즉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를 이미 주어진
것으로 보는 일련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권적 처방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첫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13
단체간의 올바른 대화체계의 정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중앙집
권체제 아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관계는 일방적이며 하향적인
구도를 이루어왔다. 중앙정부의 지시가 있었을 뿐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의 의지와 이해관계가 중앙정부의 정책과정에 전달하는 체계는 제
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민선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러한 관계는 다
소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오랜 중앙집권적 관행으로 인해 쌍방향의 의
사전달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지방화시대는 이러한 구도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국정에 반영함으로
써 국가정책의 정당성과 집행력을 높여 나가야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불필요한 마찰과 분쟁을 줄여 나가야 한
다.
둘째 비권력적 통제체제의 정비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권력적
통제가 약화되고 있는 만큼 재정지원과 기술지원 그리고 중앙정부가 가
진 정치사회적 자원을 활용하는 비권력적 통제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
다. 민선체제 출범이후 나타나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도 상당부분 지방화시대에 부응하는 비권력적 통제 및 조정체계가
정비되지 않음으로 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비권력적 통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
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특정지역에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불
합리한 보상체계를 정비하는 일이다. 주민의 신장된 권리의식과 민선체
제에 걸맞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보상체계의 정비와
함께 장려적 성격의 보조금 등이 확대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순응을 확
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셋째 사무구분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형식상 기관위
임사무와 단체위임사무 그리고 자치사무가 존재하나 실제에서는 그 구
분이 모호하여 권한과 책임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기관위임사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조
례를 제정하여 중앙정부와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14 특집 지방자치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사무의 보다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사무의
구분을 보다 명확히 하거나 1999년 일본이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한 것
과 같이 우리의 경우도 사무의 구분 자체를 폐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의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가 반드시 수행할 필요가 있
는 사무는 중앙정부의 지역일선행정기관을 통해 중앙정부가 직접 처리
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5. 맺는 말
중앙-지방관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래서 중앙과
지방이 분권과 통합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대로 이에 대
한 명확한 비전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특히 입법권과 행정권을 가지고
중앙-지방관계를 디자인하고 있는 중앙정부 즉 국회와 중앙 각부처의
이에 대한 비전과 대안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중앙정부가 이러한 비전과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대답은 그
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심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치경제적 성격이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
지 또 궁극적으로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적 관계와 재정적 관계가 어떻
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큰 그림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
전히 중앙집권적 시각을 지니고 과거의 관행을 고수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결국은 시민사회가 나서지 않고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는 그 나름대로의 중앙집권적 이해관계와 신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치헌장 선포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과
지식인 분권화 선언이 이 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지방관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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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규와 동행
글쓴이 : 이보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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