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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안구건조증

이보규 2008. 9. 18. 07:26

건강칼럼-안구건조증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이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스산히 불기 시작하면서 시나브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하면 독서의 계절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평소에 책과는 담을 쌓고 있던 분이라도 의무적으로 책 한권을 뒤적뒤적 거리게 된다.

하지만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왜 이리도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눈이 뻑뻑해서 피로하기도하고 명작을 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괜시리 메마른 가슴을 탓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바람이 불고 건조한 가을이라는 계절 탓도 있고 컴퓨터나 휴대용PMP등에 눈을 혹사시킨 현대인들에게서 너무나 흔하게 발생하는 안구건조증 탓도 있겠다. 그러니 나는 감정이 메마른것 같아 하면서, 애꿎은 가슴만 두드릴게 아니라 지금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눈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눈물로 감정적으로 슬플 때나, 눈에 무언가 들어가거나 자극을 받았을 때, 찬바람 쐴 때 분비되는 것이다. 자극에 의한 반사로 분비되는 것으로 맹물에 가까운 눈물이다.

 

두 번째는 하루 종일 일정량이 지속적으로 생성되어 각막 전면에 눈물층(Tear film)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눈물로써 정상적인 경우 그 분비를 느낄 수는 없다. 이 눈물은 지방, 물, 점액 3가지로 이루어져 있어 눈 표면을 코팅하여 말라서 상처 나는 것을 막아주고, 영양공급, 산소공급, 항균작용, 이물질 제거 등의 여러 가지 역할뿐 아니라 눈이 맑게 보이게 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기본적인 눈물의 생성이 부족하거나, 그 성분에 변화가 생겨 눈물층 유지에 이상이 생겨 눈물이 빨리 건조되는 경우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고 이러한 증상이 있는 경우를 통틀어 이를 안구건조증이라 한다.

 

안구건조증의 빈도와 증상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가장 흔한 안과 질환으로써 일부 논문에서는 10대의 50%, 20대의 83%, 30대 이상에서는 95.5% 이상에서 건성안이 발견된다고 보고할 정도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는 환경호르몬과 대기오염 등이 큰 원인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상적으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눈물의 생성이 줄어들어 안구 건조증상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으며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게 된다. 그 밖에 약물복용이나 안구 및 그 주위의 외상이나 수술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검사에서는 건성안이 의심되어도 실제 환자 자신은 불편함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환경이나 습관 등과 관련이 있다.

 

눈이 따갑다거나, 시린 느낌, 이물감, 가려움, 충혈, 바람이나 연기에 예민하게 느껴지는 불편감 및 눈을 감고 싶어지고 졸린 느낌 등이 주증상이고 실같이 끈적끈적한 눈곱이 생기기도 한다.

 

오히려 눈물이 더 많이 나온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반사작용으로 눈물이 더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부분 오후가 되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장시간 독서 시, 컴퓨터 앞에서 오래 작업하는 경우, TV시청 등 눈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에 증상이 더 심해지게 된다. 아파트 등 건조한 실내 환경이나 바람이 있는 외부로 나갔을 경우에도 더 심한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안구건조증의 치료

 

정확한 원인을 아는 경우에는 원인 치료가 우선이겠으나 대부분 중년 이후에 생기거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요즘은 젊은 분들께도 많습니다만)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눈물을 보충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눈물(인공누액 또는 연고)을 점안해야 하며 이 때 동반되는 만성결막염이나 안검염 및 각막염 등의 염증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치료에 사용하는 누액은 개인에 따라 그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대동소이하지만 성분의 조합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인공누액을 써보고 효과가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담당의사와 의논하여 성분이 다른 인공누액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누공폐쇄술 등의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눈에서 코로 이어져 있는 눈물길을 막아 부족한 눈물이나마 눈에서 좀 더 오래 유지시켜서 증상을 완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생리식염수나 맹물로 눈을 씻어 내는 일을 반복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오히려 부족한 정상 눈물을 씻어 내버리는 역할을 해서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킨다.

 

실내 온도는 18℃ 정도로 유지하고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60% 정도로 맞추어 눈물의 증발을 줄여주는 것이 좋으며, 여름철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의 사용으로 인해, 또 겨울에는 실내 난방으로 인해 공기가 건조해져서 눈물이 더 빨리 마르기 때문에 증상의 악화를 가져오기도 하며, 장시간의 비행기여행도 같은 이유로 증상이 심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외출을 하거나 바람이 불면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진찰 후 눈이 건조하여 그렇다는 설명을 듣게 되면 잘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각막 앞에 있는 눈물막이 바람이 불거나 하면 더 빨리 마름으로 인해서 외부의 자극을 쉽게 받게 되어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는 보안용 안경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50분에 10분 정도는 쉬어주고 가벼운 눈 운동을 해주며, 컴퓨터 화면의 높이를 눈보다 낮춰 눈이 노출되는 면적을 줄이고 눈을 자주 깜박거려 각막을 덮고 있는 눈물층이 잘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것과 함께 눈꺼풀 세척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효과를 보려면 하루에 두 번 눈두덩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30∼60초 정도 마사지해 지방 분비를 촉진시킨 후 눈 세척액으로 눈꺼풀 주위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면 된다. 이 때 절대 눈 안은 닦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안구건조증은 생활 속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호전될 수 있다. 이제 눈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고 이 가을 마음 놓고 마음의 양식으로 배를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글_이선민_서울의료원 안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