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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웃잖아… 청춘들, 얼굴 펴” -외대 차태훈 교수

이보규 2009. 5. 28. 15:23


말기 암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열정적인 강의와 멋진 패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차태훈 교수. 22일 학교 강의실에서 만난 그는 “베레모와 안 어울려 귀고리를 하지 않았다”며 밝게 웃었다. 홍진환 기자

“나도 웃잖아… 청춘들, 얼굴 펴”

 

 말기암 한국외대 차태훈 교수, 시한부 선고 딛고 ‘희망’ 강의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차태훈 교수(45)는 종종 귀고리를 하고 강단에 선다. 젊은 학생들 사이에선 ‘멋쟁이’ 교수님으로 통한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즐겨 쓴다는 비니모자에 목걸이까지 하고 나오는 날엔 “마케팅 전공 교수라 역시 다르다”는 평도 듣는다.

그의 남다른 패션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 1년 넘게 받아 온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지자 그는 올해 초 삭발을 했다. 그날 차 교수는 비니모자 5장을 샀다. 모자로 가려도 드러나는 까맣게 변한 얼굴. 그 허전함을 귀고리와 목걸이로 달랬다.

차 교수가 위암 판정을 받은 것은 2007년 9월. 수술대에 올랐으나 암세포가 너무 퍼져 있어 제대로 된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주치의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며 6개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1년 반째 삶의 의지를 지켜내고 있다.

22일 교내 연구실에서 만난 차 교수는 소문대로 멋쟁이였다. 그러나 오랜 투병생활로 야윈 탓에 재킷의 어깨는 처져 있었고 바지 허리춤은 몇 겹이 겹쳐 있었다. 4년 전 졸업식에서 제자들과 찍은 사진 속 차 교수는 지금보다 하얗고 통통했지만 그때의 서글서글한 미소는 이날도 여전했다.

차 교수의 강의는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리포트와 팀 프로젝트 과제가 많고 매주 퀴즈시험을 치러야 한다. 마감을 연장해 준다거나 출석 점검을 거르는 일은 결코 없다. “‘뺑뺑이’를 세게 돌려야 제자들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차 교수는 10년째 계속해온 리포트·시험지 첨삭지도 등으로 학내 강의평가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