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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AEGIS)함

이보규 2009. 8. 1. 11:24

이지스(AEGIS)함 


                                                 한 범 덕(미래과학연구원 원장)


국어사전이 필요해서 사전을 꺼내보니, 그 위에 적힌, 빛바랜 동생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학창시절, 제가 웅변대회에 나가서 부상으로 받은 사전인데, 아마 동생에게 주었던 
모양입니다. 30년 전, 군에서 죽은 동생이 갑자기 그리워져 가슴이 뭉클하게 아렸습니다.

저보다 두 살 아래인 제 동생은, 당시 포천 지방에서, 포병으로 복무를 하였는데, 
불발된 포탄 분해 작업을 하던 중, 폭발사고로 인해, 전우 3명과 함께 산화하여 
지금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제가 국방대학원에 있을 때, 일선에 배치된 전투함을 견학하던 중,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전투함 이라하면, 으레 뽀빠이와 같은 근육질의 수병들이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대신에 앳된 여자해군들이 컴퓨터를 부지런히 작동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지요.. 이제는 모든 장비가 컴퓨터로 작동하는 시스템이기에, 근육질의 수병보다는
키보드를 빨리 조작하는 섬세한 손길의 여자해군들이 훨씬 필요한 것입니다.

지난 7월 21일, 현대중공업이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공동으로 ‘이지스함’을 제작하여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지스(Aegis)란, 그리스신화의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라는 말에서 
따온 말로, 1983년 미 해군이 최초로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군함을 취역했다는데, 
이 시스템은, 3차원 위상배열레이더 즉 다른 말로는, 스파이(SPY)-1 레이더라고 한답니다.
쉽게 말하면, 센서가 전후좌우로 부착되어, 200개의 목표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고,
24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고 하니, 가히 가공할 장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꿈의 구축함이라 불리는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을 보유하게 되어,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수출까지 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것이지요.

이런 전자장비가 더 좀 일찍 개발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직접 포탄을 들고, 그것을 해체하는 일들은 없었을 텐데... 
그리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뜬 비극도 없었을 텐데...
빛바랜 국어사전에 적힌 동생이름을 보며,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잠시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어보았습니다.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미래과학연구원 원장 한 범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