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의 시간/_ 불교 이야기

무소유 법정스님이 떠난 자리

이보규 2010. 4. 4. 22:48

무소유 법정스님이 떠난 자리

법정(法頂) 스님이 걸어온 56년 불가(佛家)의 길은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운 무소유(無所有)의 삶이었다. 스님은 떠나는 마지막 길목에 서서도 행여 '내 것'이 남을까 저어하며 두루 꼼꼼히 살폈다. 그래서 관(棺)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라 당부했다. "번거롭고 부질없으며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 의식"도 하지 말라 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비우고 살아가기'의 아름다움을 깨우쳐줬던 숱한 글들도 스님에겐 빚이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生)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된 책들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법정 스님은 재작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무엇이 남느냐"고 스스로 물었다. "집? 예금? 명예? 아닙니다. 몸뚱이도 두고 갑니다. 죽고 난 후엔 덕(德)이 내 인생의 잔고(殘高)로 남도록 합시다."
법정 스님이 남긴 맑은 삶의 향기
법정 스님은 입적(入寂) 직전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달라"고 했다. 빈손으로 와 빈손으로 간 스님이었지만 생전에 스님 손은 '내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데 열심이었다. 오랫동안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기부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스님이 실천했던 '무소유'(無所有)와 '나눔'의 정신 앞에 새삼 모든 이가 고개를 숙였다. 스님 몸은 대나무 평상에 누워 불길 속에서 사라졌지만 세속의 탐욕에 물들지 않았던 스님의 삶은 맑은 향기를 남겼다.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나고 향 싼 종이에선 향내가 나는 법이다. 스님이 실천을 통해 풍겨냈던 삶의 향내를 사회 구석구석에 배게 해서 많은 이가 그 향기를 맡고 스스로도 그런 향기를 내겠다고 노력하게 된다면, 스님의 향기는 우리의 영원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합니다.” 늘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던 법정스님이 남긴 어록을 모았습니다.
◆소유에 대하여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에 비로소 온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무소유(無所有)의 또 다른 의미이다."(〈무소유〉 중에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흔히 마음을 맑히라고, 비우라고 한다. 마음이란 말이나 관념으로 맑혀지고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선행을 실천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 선행(善行)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일이다. 내가 잠시 맡아 가지고 있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1994년 강연)
"먼 길을 가려면 짐이 가벼워야 합니다. 버리기는 아깝고 지니기에는 짐이 되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닙니다."(2005년 10월 운문사)
"놓아두고 가기!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인생에서 무엇이 남습니까? 집? 예금? 명예? 아닙니다. 몸뚱이도 두고 가는데, 죽고 난 후라도 덕(德)이 내 인생의 잔고(殘高)로 남습니다."(2008년 11월 17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수행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만큼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기도는 하루를 여는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생사가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생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3년)


◆나와 이웃은 하나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인생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2003년 12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것을 마음에 거듭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04년)
"우리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리움이 고인 다음에 친구를 만나야 우정이 더욱 의미 있어집니다." (2007년 4월)
"내 안의 샘에서 아름다움이 솟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남과 나누는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수시로 가꾸어야 합니다." (2007년 10월)
"50년을 밥이며 집이며 옷이며 공짜로 얻어 쓰고, 심지어 자동차까지 타고 다니면서 많은 빚을 졌습니다. 내가 세상을 위해서 한 일보다는 받은 것이 더 많구나,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이것을 기억하고 은혜 갚는 일에 좀 더 노력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2008년 8월)
◆자연에 따르라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산방한담’ 중에서)

"직선은 조급하고 냉혹하고 비정합니다. 곡선은 여유와 인정과 운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곡선(曲線)의 묘미'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05년 10월)

이해인 수녀님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기사 중에서

“내내 산만 바라보며 살면 국 없는 밥을 먹는 느낌인데,
이렇게 바다에 와보니 밥그릇 옆에 국그릇도 있는 것 같아 좋다.“
<법정스님이 부산 이해인 수녀님을 방문하여 해변가를 거닐면서 남긴 말>

“죽고 나면 빛이 바래니 살아생전에 나누며 살라”
<나는 남과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내가 그들에게 주지 않고 움켜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을 돌아보자>

“사람이 아프게 되면 그 사람만 아픈 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친분의 농도만큼 같이 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