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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화

이보규 2012. 2. 24. 10:2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화

 


스물여섯이던 그해 그녀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오년 동안이나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쓰기 시작했지만

 점점 심혈을 기울여 마침내 십년이나 걸려

 천 삼십 칠 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그녀는 두툼한 원고뭉치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무명작가의 소설을 선뜻 받아줄 출판사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칠 년의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가자


그녀의 원고는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닳아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한 지방신문에

 "뉴욕에서 제일로 큰 출판사 사장이 애틀란타에 왔다가

 기차로 되돌아간다."는 짤막한 기사가 났습니다.

 

                  그녀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원고를 들고 기차역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녀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맥밀란 출판사의 레이슨 사장이

 막 기차에 올라타려던 중이었습니다.

 그녀는 큰 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습니다.

 "사장님, 제가 쓴 소설입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그는 마지못해 원고뭉치를 들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원고 뭉치를 선반 위에 올려 놓고는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가 그러는 동안 그녀는

 재빨리 기차역을 빠져나가 우체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얼마 후 기차 차장이 그에게 전보 한 통을 내밀었습니다.

 그 전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한번만 읽어주세요."

 

그러나 그는 원고뭉치를 한 번 흘깃 쳐다볼 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똑같은 내용의 전보가 또 배달됐습니다.
그래도 그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시 세 번째 전보가 배달됐습니다.


 

그때서야 그는 그녀의 끈질김에 혀를 내두르며

그 원고뭉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들이 짐을 챙기는 동안에도
그는 원고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출간된 소설이 바로 이십 칠 개 국어로 번역돼

 천 육백만 부가 판매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