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茶)한잔의 여유/_ 울고웃는이야기

나는 신이 돕는다.

이보규 2012. 3. 11. 13:43

나는 신이 돕는다.

그리 크지 않은 지방도시에 신을 절실하게 믿고 따르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해 여름, 이 도시에 심한 장마가 덮쳐 이 노인의 집 앞에까지 물이 차오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가재도구들을 챙겨서 겨우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피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피신을 하지 않고 기도만 올리고 있었다.
“신이시어, 저를 구하소서.”
이 때 구조대의 자동차가 노인의 집 앞에 멈춰 섰다.
“노인어른, 빨리 나오십시오. 물이 곧 집을 삼킬 겁니다. 빨리 피하셔야죠!”
구조대원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노인은 계속 기도하며 구조대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이 구하실거니 걱정 말고 다른 사람들이나 구하게.”
구조대원들은 하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 비는 계속 내렸다. 드디어 물이 지붕 근처까지 올라왔다.

지붕 위로 올라간 노인은 계속 기도하였다.
“신이여, 저를 구하소서.”
구조용 보트가 노인의 지붕에 도착하였으나 노인은 계속 기도만 올렸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 물은 노인의 목까지 차올랐다.
“신이여, 나를 구하소서.”
노인은 쉬지 않고 기도했고, 이 길만이 살 길이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그때 구조대원이 헬리곱터의 밧줄을 내리면서 빨리 줄을 잡으라고 소리쳤다.
“나는 신이 구하실 것이니 걱정 말게.”
노인은 구조대원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계속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잠시 후 물은 노인을 집어삼켜 버렸다.

저승으로 가게 된 노인은 거기서 그토록 애타게 찾던 신을 만날 수 있었다.
“신이시여, 제가 그토록 애절하게 구원을 청하였건만, 어찌 저를 구하지 않으셨습니까?”노인은 땅에 엎드려 울면서 물었다. 이윽고 신이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소리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나는 너에게 자동차를 보냈고, 고무보트를 보냈고, 마지막에는 헬리곱터까지 보냈는데 네가 모두 모른 척 했으니 난들 어떻게 하겠느냐!”

*남의 도움을 겸허하게 받아들여라. 내 이웃의 도움도 신의 도움과 마찬가지니...

                  <행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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