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茶)한잔의 여유/_ 울고웃는이야기

엄마젖 무덤이 사라졌다!

이보규 2014. 7. 16. 15:38

엄마젖 무덤이 사라졌다!

 

 

 

 

 

몇년째 노인정신요양원에 계신 울 엄마

내년이 백수시다

 

못난 아들 놈 문안 올린다

둘째 온다 했는데 오셨는가요

말짱히 깨어나 물으신다

여기 둘째가 왔어요 형제들이 합창한다

얼굴을 돌려 눈길 주시더니

"엉-둘째구나" 우시면서 손을 꼭 잡으신다

그윽한 눈길이 깊고깊다 간절하다

잡은 손이 따뜻하고 무겁다

 

맏이도 찾고, 먼저 세상떠난 셋째도

막내도, 어허 넷째도 이름을 찾아 부르신다

몇번을 거듭거듭 엉엉 소리내 우시며...

얼굴을 번갈아 내밀며 얼굴을 돌려

눈을 마주치며...

모처럼 또렷해진 엄마가 오히려 불안하다

간호하시는 분이 거들어 준다

지난밤 꿈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노라고

아침에 말씀하시더니...

 

자리를 떠날수 없어 죄다 곁에 붙어있다

양손을 나누어 잡고...

"엄마 젖좀 만지자" 슬며시 눈을 감으신다

엄마 품속으로 손을 넣는다 아련하다

이 젖무덤을 만지며 우린 세상을 만났다

다섯 형제가 젖을 빨며 이제 육칠십이 되었다

 

"헉-" 그렇게 풍성하던 엄마젖 무덤이 없다

사라졌다! 손이 저려왔다 가슴이 떨려왔다

머리속이 멍멍해 왔다 눈물이 핑돌고...

"형, 엄마젖 무덤이 없어요! 사라져 버렸어요" 

가슴을 더듬어도 피하지 않던

엄마의 눈가에 촉촉한 웃음이 피어난다

노인이 깨어나면 위험하다는데

덜컥 겁이난다 정신이 번쩍 든다

피곤하셨는지 잠이 드신다 우린 자리를 뜬다  

 

"엄마, 정말 미안해요. 정말로 고마와요."

 

2014. 7.   미래촌 아가동장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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