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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 첫날의 소망

이보규 2015. 1. 2. 06:31
제 342 호
2015년 새해 첫날의 소망
박 찬 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는 분명 새로운 해이다. 그러나 그 해는 어제 떠오른 해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러하다. 오늘의 세상은 새로운 세상이면서 어제로부터 이어진 세상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칼바람이 부는 날 쌍룡차 해고노동자들은 굴뚝 위로 올라갔고, 기륭전자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은 차가운 길바닥에 몸을 던지며 오체투지를 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이들의 처지는 바뀐 것이 없다. 이들이 맞서고 있는 현실은 드라마 ‘미생’ 속에서 장그래가 부닥쳤던 현실보다 훨씬 가혹하다.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 사회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 전체 노동자의 반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보도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10%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동시장에 처음 편입되는 청년들의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출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비정규직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사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생존경쟁의 결과로서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 즉 능력이 뛰어나고 부지런히 일한 사람은 고소득층이 되고, 능력이 떨어지고 게으른 사람은 저소득층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같은 회사 내에서 임원이 일반 사원의 1백 배에 가까운 많은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다수의 학생이 수긍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하였다. 그러나 수십 배의 임금 격차는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그 임원은 일반 사원보다 1백 배에 가까운 연봉을 받을 만큼 능력이 뛰어나고 또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 학력과 스펙이 좋은 이들이다. 그런데 좋은 학력과 스펙을 갖추려면 개인의 능력 외에도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불평등사회 일본』이라는 책을 쓴 사토 도시키 교수에 의하면, 일본 사회는 이미 학력이 세습화되면서 고학력 지식 엘리트 계급이 재생산되는 구조로 들어섰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상당히 활발했던 계층 이동이 이제는 학력 세습에 의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우는 어떨까. 일류 대학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 자사고 등의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해외유학, 어학연수 등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 사회에서도 학력 세습의 각종 장치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잊혀진 헌법의 ‘균등’ 정신

  1930년대에 조소앙은 정치, 경제, 교육에서의 기회균등을 주장하는 ‘삼균주의’를 제창하였다. 조소앙은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교육에서의 기회균등을 강조하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1년에 만든 「대한민국건국강령」에서 삼균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채택하고, 강령의 여러 곳에서 기회균등을 강조하였다. ‘균등’이란 ‘차등’이나 ‘차별대우’의 반대말이다.

  1948년 제헌국회가 만든 제헌헌법도 ‘균등’의 이념을 곳곳에서 강조하였다. 제헌헌법을 논의하던 국회에서 한 의원은 “이 헌법에 임시정부의 삼균주의 이념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헌법 기초위원회의 간사는 “이 헌법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만민이 균등하다는 만민균등주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답하였다. 제헌헌법의 전문 가운데 두 번 이상 나오는 단어는 4개밖에 없다. 그것은 독립, 민주, 자유, 균등이다. 제헌헌법을 만든 이들은 ‘균등’이라는 이념을 매우 중시하였던 것이다. 균등이라는 단어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는 문장과,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는 문장에서 나온다. 이 문장들은 9차에 걸친 헌법 개정 과정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현형 헌법에도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인들 가운데에도 이런 문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대우, 사실상 귀족학교의 설립,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 심화 등은 현행 헌법 전문의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는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바를 천명한 글이다. 그런데 대한민국호는 지금 그러한 지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15년 새해 첫날, 나는 대한민국호가 유턴하여 본래의 지향점을 향하여 나아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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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찬승
· 한양대 사학과 교수
· 현 한국구술사학회 회장
· 저서
『마을로 간 한국전쟁』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1조 성립의 역사』
『근대민중운동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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