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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경제성과,미국이우월한가?

이보규 2007. 6. 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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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경제성과, 미국이 과연 우월한가?


미국모델이 세계화, 정보화 등 세계경제 환경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모델이므로 세계화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미국모델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있다. 주주이익을 중시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미국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제를 혁신한 반면, 노사타협을 중시한 유럽은 노동시장 경직성과 무거운 사회복지비용으로 국가경쟁력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민주정부가 추진한 경제개혁들은 미국모델을 지향한 것들이 많았다.

미국의 경제성과, 높은 인구증가율과 낮은 노령화 덕분

미국의 경제성과가 유럽보다 더 좋다는 통계들은 미국에게 매우 유리하게 왜곡된 것들이 많다. 경제성과를 비교할 때 흔히 드는 것이 실질경제성장률이다. 2000~2005년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은 미국 2.4%, 유럽연합 1.6%로 미국이 더 높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과를 비교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인구증가율과 노령화 정도의 차이이다. 미국은 서구 선진국들 중 아일랜드, 스페인, 호주 다음으로 인구증가율이 높은 나라이며, 노령화 지수도 아일랜드, 뉴질랜드 다음으로 낮은 젊은 나라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의 인구증가율과 노령화 격차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1960~70년대 이후 점차 둔화된 것도 인구증가율 감소와 노령화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인구증가율과 노령화 지수는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들이다. 미국과 유럽의 인구증가율과 노령화 정도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므로 그에 따라 경제성장률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인구증가율과 노령화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과 유럽의 실질경제성장률을 단순 비교하면서 미국모델이 유럽모델보다 우월한 경제체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실질경제성장률은 미국이 유럽보다 높지만, 2000~2004년 일인당 국민소득 연평균증가율은 유럽연합 15개국 3.7%, 미국 3.5%로 유럽이 미국보다 높았다.

노동생산성도 미국이 유럽보다 더 높다고 알려졌지만, 미국이 유럽보다 15~34%정도 더 오래 일을 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비교하면 미국 노동생산성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으로 생산성 격차를 비교하면 2005년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 네덜란드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을 능가했다.

고용률, 실업률 등 노동시장 성과는 유럽이 미국보다 나쁜 것으로 나오는데, 그 이유는 유럽연합 경제의 50%를 차지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노동시장 성과가 나쁘기 때문이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의 고용률·실업률 성과는 미국보다 더 좋다. 그런데 2004년 인구 십만명 당 수감자 수는 미국 725명, 독일 96명, 덴마크 70명, 핀란드 66명, 이탈리아 97명, 프랑스 91명으로 미국이 유럽국가들보다 수감자 비율이 7.5~11배 정도 더 높았다. 미국과 유럽의 수감률 격차를 고려하면 미국 실업률이 0.5~2%정도 더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북유럽 국가, 노동유연성과 함께 복지정책으로 안정성 확보

소득불평등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유럽보다 경제성과가 형편없다. 주요 선진국들의 지니 계수를 보면 소득불평등은 미국이 가장 높고,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가장 낮았다. 소득불평등이 클수록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의 차이도 커진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미국의 중간층 소득은 일인당 국민소득으로 측정되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통계는 기대수명과 유아사망률이다. 미국의 기대수명은 유럽보다 낮은 반면, 미국의 유아사망률은 7%로 유럽의 2배정도 높은 편이다. 미국의 일인당 의료비 지출이 유럽보다 2배 정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대수명·유아사망률 같은 기본적인 건강지수가 유럽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은 미국모델이 삶의 질 측면에서는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가를 보여준다. 15~19세 남자 청소년층 중 교육도 받지 않고 취업도 하지 않고 있는 소외 계층 비중은 미국이 유럽에 비해서 2배 이상 높다. 이것은 하층계층 청소년의 사회배제(social exclusion) 문제도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을 비교한 자료는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식 통계에 근거한 것이다.

유럽에서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나라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대륙 국가들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구조조정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제도가 노동시장 유연화의 부작용을 흡수하는 안전장치 기능도 수행함으로써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이루어냈다. 기업·산업 수준의 노동유연성과 함께 적극적 복지정책을 통해서 국가 전체적인 고용안정성도 달성하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노동유연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미국보다 경제성과가 더 좋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유럽국가들은 우리나라처럼 금융자유화·자본자유화 정책을 쓰다가 1990년대초 금융위기를 겪었다. 시장근본주의자들(market fundamentalists)은 세계화시대에 사민주의 복지국가모델이 추락할 것이라고 수많은 저주와 예언을 했지만, 북유럽국가들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비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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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영철
· 현 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경제학박사
· 저서 : <위기 이후 한국자본주의>(공저), 풀빛, 2004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