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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우리경제 숨통 트나

이보규 2008. 7. 19. 06:29
유가 급락…우리경제 숨통 트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선으로 내려서면서 고유가에 허덕이는 우리경제가 숨통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구조로 유가 하락은 경제에 청신호다.

하지만 최근 유가 급락의 주요 원인이 세계 경제 심장부인 미국의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점은 수출 주도의 우리 경제에 반갑지 만은 않다.

폭등세가 진정됐다고는 하나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물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유가 사흘째 급락..안정세 접어들까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129.29달러로 마감해 최근 3일 동안 배럴당 15.89달러(11%) 급락했다. WTI의 3일간 하락폭은 원유 선물거래 이후 최대 규모였다.

또 우리나라 주도입 유종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17일 배럴당 2.97달러 떨어진 131.08달러로 장을 마쳤다.

두바이유 현물시장은 시차에 따라 선물시황을 하루 늦게 반영하기 때문에 18일에도 급락세가 이어져 지난달 26일(128.41달러) 이후 처음으로 120달러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가가 추락한 것은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라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이나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공급 차질 우려를 압도하고 있는 것.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5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에 심각한 하향 위험이 있고 인플레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밝힌 이후 원유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17일에도 미국의 7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16.3으로 8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에 머물면서 경기가 위축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줘 석유 수요 감소에 무게가 실렸다.

이에 따라 이날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Eni)의 생산이 중단되고 캐나다에서는 선코어 에너지의 생산이 파이프라인 문제로 중단됐다는 공급 차질 소식은 시장에서 무시당했다.

아울러 최근 유가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인 이란 핵 문제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협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해결 기미를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을 이끌었던 달러화 약세는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고 곧 허리케인 시즌이 온다는 점은 유가 안정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의 페니매이와 프레디맥 등 모기지 업체에 대한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부실 가능성이 높은 미국 금융회사의 신용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으로 달러화의 추가 약세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3일 동안의 하락을 토대로 유가 상승 국면에 변화가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며 "더 오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국면일 수도 있는 만큼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우리경제 숨통 틀까

유가 급등은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물가 상승과 소득 둔화를 불러오고 이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 생산의 둔화로 이어지면서 거시 경제에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는 석유를 모두 수입에 기대고 있고 수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연초에는 6% 안팎으로 내다봤으나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자 4.7%로 수정했고, 한국은행도 고유가에 따른 실질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하반기 성장률을 당초 전망인

4.4%보다 훨씬 낮은 3.9%로 제시했다.

우리 경제는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구조로 앞으로 유가가 더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안정된다면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 투자 증가 등으로 고용 여건도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유가 급락의 배경이 미국 경기의 침체라는 점은 부정적이다. 과거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수출이 둔화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유가 하락이 미국 경제의 둔화 때문이라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수출 여건은 나빠질 수 있다"면서 "다만 미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고 개도국 경제가 영향을 받아 다시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우리 경제가 받는 악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임 국장은 "유가가 10% 오르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하는데 유가가 내린다면 반대로 성장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유가 하락이라는 요소와 미국 경제 둔화라는 요소가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7월 1~17일의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137.01달러로 정부가 4.7% 성장률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120달러보다 14% 높고 소비 위축이 심화하고 있어 정부의전망대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전문가 "경제에 긍정적 변수"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흐름을 추세 변환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변수라는 시각이다.

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현 상황으로 봤을 때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큰 폭은 아닐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유가 상승세가 둔화할 경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임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물가 급등으로 연결되고 이에 따라 내수 경기가 악화되면서 경기 하강이 시작된 측면이 있다고 보면 유가 흐름이 방향성을 바꾼다는 것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상당한 안정을 줄 수 있다"며 "세계 경제 침체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심리 개선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더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 수석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세계 경기 둔화의 증표라면 한국경제의 주 엔진인 수출에도 상당부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유가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 보면 그리 환영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