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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노인들, 돈 못번다고 괄시마소"

이보규 2009. 3. 14. 22:11

“말년에 돈 못번다 너무 괄시마소”

(우리 주변 노인들에 현주소를 보는듯함니다. 읽고 생각하고??..)


반평생 바쳐 생계 책임졌는데…집에서 쉰다고 패잔병 취급
문제는
일에 치여 사느라 변변한 취미도 없는데…
아내는 말 걸면 성질부터 내기 십상
"늙어서 두고 보자더니 이런 거였나"
해결책은
가장 은퇴후엔 부부역할 달라져
변화 인정하고 지속적 대화 시도
취미생활 함께 준비하는 것도 효과적

노년기 남성들은 서럽다. 수십 년간 젊음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자리가 없어졌다. 회사에 몸을 담궜을 때는 함께 술자리를 기울이며 교류를 하던 이들도 많았지만 막상 일을 그만두고 나니 그토록 많던 주위 사람들이 다 어디 갔었나 싶다. 일에 치여 사느라 어디 변변한 취미 생활하나 마련한 것도 없다.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해도 경기침체로 쉽지가 않다.

결국 돌아갈 곳은 조금 답답하긴 해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가정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보는 가족들의 눈초리가 어째 심상치 않다. 특히 아내의 변화된 태도는 할말을 잃게 만들 따름이다. 말을 걸면 성질부터 내기 십상이다. 처음엔 째려만 보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집에만 있는 자신이 못마땅하다는 티를 낸다.

여자들이 흔히 말하던 "늙어서 두고 봅시다"가 이런 거였나 싶다.
▶돈 못 버는 가장은 패잔병(?)

=공무원에서 퇴직한 지 5년 된 김모(64) 씨. 얼마 전 김씨는 퇴직 가장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TV화면 속에 비치는 남편은 존재 자체로 아내에게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신도 같은 처지가 아닌가 싶다. 요즘 들어 아내는 김씨의 행동에 사사건건 시비다.

그래서 물었다. "수십년간 가정을 위해 돈을 벌었고 이제 쉴 때가 된 것 아닌가? 특별히 할 일도 갈 곳도 없는 사람이 내 집, 내 가정에서 지내는 게 대체 뭐가 잘못인가?"

아내는 귀찮듯이 말한다. "당신은 친구도 없어요? 집에 있는 것 보기 싫으니 집에만 있지 말고 뭔가 계속 바깥 활동을 하세요."

도대체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 건지 모르겠지만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다. 김씨는 이제 다만 아내의 목소리가 커지면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거나 텔레비전을 크게 틀 뿐이다. 한마디로 "듣고 싶지 않다".

3년 전 퇴직한 박모(62) 씨는 아예 아내와 사실상 별거 중이다. 다만 한지붕 아래에 있을 뿐이다. 방도 2개씩 각자 사용하고 화장실도 따로따로 쓴다. TV, 전화 등은 당연히 각자 것을 사용한다.

박씨는 그 이유를 경제력을 가지지 못해 가장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평생 벌어먹였는데, 이제 돈을 못 번다고 그렇게 괄시를 할 수가 없다"며 "억울한 생각만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아내는 "여자는 평생 남자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나? 집에 온 이후로 사사건건 간섭하니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아내의 말이 좀체 이해가지 않는다.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그 정도 말도 하지 못하면 입을 다물고 살란 말인가?"

퇴직 이후 내내 마찰음을 빚었던 박씨 부부는 결국 서로 등을 돌린 채 남남이나 다름없는, 아니 그보다도 더 못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남녀 모두 달라진 역할 인정해야

='은퇴 남편 증후군'으로 불릴 정도인 이러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의 은퇴 후 부부 사이는 여러모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

우선 생리학적으로도 남성과 여성은 그 간극이 좁혀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년 이후 남성에게는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늘어나고, 여성에게는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더 분비된다. 노년 남성이 사소한 일에도 섭섭해하고 남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 더욱 독립적이 되고 부끄러움을 타지 않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더욱 달라지는 것은 역할이다. 그동안 가장으로서 권위의 토대였던 경제 권력이 사라지고 난 이후 그에 따른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흔히 '고개 숙인 가장'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유사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경기침체는 남성의 실직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또 비용 등의 문제로 외부 활동 등의 폭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종일 일하던 남편이 하루 종일 집안에 있게 된다면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여성은 예전에는 그렇게 일찍 들어오라고 해도 밖에만 맴돌던 남편들이 집에 틀어박혀 "감놔라, 대추놔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성 역시 마찬가지다. 아내의 달라진 태도에 당연히 "돈 못 번다고 하루 아침에 이렇게 괄시할 수가 있나"고 서운함을 내비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년기 부부들이 이런 변화를 부정하고 귀를 닫고 있는 것이 현실. 그동안 주로 바깥에서 활동하던 남편이 가정 내에서 오랜 시간을 소요하다보면 그만큼 부딪힘이 많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인정하고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서로 대화를 중단하고 그럴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갈등 상황에 대한 극복의지가 없다면 노년 부부 간의 갈등 해결은 난망할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바꿀 필요가 있으며 가족 내의 지위ㆍ역할 변화에 따른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이어 "평소 지속적으로 가족 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같이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남현ㆍ박동미 기자/airinsa@heraldm.com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몸도 마음도 일하고 싶은 노인들 정부ㆍ기업ㆍ시민단체 함께 고민을"

'난 아직도 일하고 싶다.'
새로운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이제 취업준비는 20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노령층도 취업 준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노인들. 몸도 마음도 아직은 일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느끼는 그들이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노인층에게 일자리 및 각종 취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은퇴자협회의 주명룡 회장. 그가 정부, 시민단체, 기업의 합심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나 사회가 제공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가 '돌려막기식' 일자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령화를 대비해 정부가 수많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기적인 일자리일 뿐"이라며 "적게는 20만원에서 많아도 100만원을 넘지 않는 현 노인 일자리 정책은 결국 '용돈벌이'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래가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후대책이라도 충분하다면 문제될 리 없지만 당장 오늘 내일이 막막한 노인층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운영되는 '저임금 일자리'는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모델, 마담뚜, 급식관리사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노인 일자리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층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주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매일 210명이 50세를 맞이할 만큼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반짝이는 아이디어 일자리로는 늘어나는 고령인구에 대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외국의 사회적 기업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주 회장은 "외국의 경우 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별도 운영, 이윤을 적게 추구하더라도 노인층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한국 역시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노인 인력 활용을 두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며 시민단체는 사회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수요층과 연결시켜 주는 것. 주 회장은 "한국은퇴자협회도 자체적으로 과자나 제빵 공장을 운영하면서 노인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며 "기업이 사회환원을 한다며 일회성 봉사활동 등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별도 기업을 설립, 노인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게 진정한 사회 환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부 역시 전국 16개 시도에 만들어진 44개의 종합센터와 37개 일반센터의 고용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 나유 님의 메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