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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규 쓴글이 "사색의 향기"의 "향기메일" 소개된 글 (2009.03.05)

이보규 2009. 3. 18. 08:29
문인의 발자취를 더듬다
2009.03.05 2798

심훈 선생의 상록수를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독후감을 제출하기 위해 상록수를 읽고 또 읽었다.
어느덧 나는 소설의 주인공 박동혁이 되어있었고
채영신은 나의 애인이 되었다.
독후감을 발표하고 선생님의 칭찬을 들은 후
상록수는 항해사의 좌표처럼 마음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마을에 야학당을 개설했고, 문맹자반을 만듦과 동시에
나는 중학교 진학을 못한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이후로 어쩔 수 없이 농촌을 떠나 살았지만
상록수는 늘 나와 함께했다.

우연히 '심훈 선생과 당진'이라는 문학기행에 마음이 당겨
서둘러 참가신청해서 문인들과 더불어 다녀왔다.
농부가 밭을 가는 심정으로 글을 쓰겠다고
선생이 손수 이름 지은 '필경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문득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필하던 선생의 방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집필 55일 만에 상록수를 탈고했다는 설명이 찡하게 다가왔다.

문화 보존에 대한 중요성과 민족과 국가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기회였다.

- 이보규 님, '필경사에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