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 핫이슈/_ 사람사는이야기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마저 깨지마라

이보규 2009. 7. 10. 19:49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마저 깨지마라

어느 날 굶주림을 참다 참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장자가 마침내 자존심을 버리고 벼슬하는 친구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장자의 초췌한 몰골을 본 친구는 딱 잡아 거절하고 싶었으나 차마 냉정하게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빌려주지, 그런데 지금은 없고 한 달 후에 세금을  걷으니 그때 가서 빌려 주겠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자가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제 내가 여기로 오는 길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수레바퀴로 파인 곳에 고인 물속에 붕어 한 마리가 있었네. 내가 그 붕어에게‘그 곳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붕어가 말하길,‘나는 동해 용궁의 왕이다. 그런데 지금 곤경에 처해 있다. 나를 도와주시오‘하고 애원하질 않겠나. 그래서 나는 또 말했네.‘좋다. 나는 지금 남쪽의 물나라에 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그 곳에 가서 큰 강물을 그대에게 돌려 대주겠다. 그때까지 기다려라’고 말일세. 그러자 붕어가 나에게 또 말하는 것이었네. ‘나는 있어야 할 곳을 잃어 위급한 지경에 있다. 그러나 지금 한 되나 한 말쯤의 물만 있으면 산다. 그대가 갖고 있는 것 조금만 나누어주면 될 터인데 왜 그렇게 삶은 호박에 이도 들어가지 않을 헛소리를 하는가‘라고 말하면서‘그대가 나를 다시 찾으려면 시장 건어물전에 가서 찾으시오’라고 말하더란 말씀이네.“
 
철부란 수레바퀴로 패인 곳에 고인 물속의 붕어를 뜻한다. 사람이 다급하고 곤궁한 처지에 이른 경우를 두고 이런 말을 쓴다. 생일날 잘 먹으려고 굶다가 장자양반 제삿날 젯밥 공양 받을라!
 
솔로몬은 <지혜의 글>에서“선을 베풀 능력이 있거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주저 하지 말고, 너에게 가진 것이 있으면,‘네 이웃에게 갔다가 다시 오면 내일 주겠다’라고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고통에 쌓인 사람에게 위로하는 말이라도 하여 주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마저 깨려 해서는 곤란하다.

                                                                                                                             --행복 비타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