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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두려웠던 그들,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빛나는 제2인생 위하여

이보규 2011. 12. 23. 18:53

은퇴가 두려웠던 그들,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10년 늘어난 중년, New Old] <15·끝 - 1>빛나는 제2인생 위하여

 

공유 :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현수 기자 |입력 : 2011.10.17 05:36|조회 : 2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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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몽골 대학교수 안경덕·오가실 부부(67), 나이벡 대표 정종평(66), 서울대 야구감독 이광환(64), 외래교수 이보규(70), 녹차 테마파크 임선민(62), 패션모델 곽용근(73), 연꽃농장 대표 김성구(73), 인터넷방송자키 심현용(60)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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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뮤지컬배우 정상기(70), 희망도레미 대표 한석규(64), 아름다운서당 교수 김윤석(64), 바리스타 윤원상(67), 전시해설가 조장호(72), 유기농카페 창업 이동희(68)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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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드는 결코 올드하지 않았다. 그들은 열정 면에서는 청년이었고 그들 얼굴의 주름살은 삶의 지혜를 담은 주머니였다.

지금까지 14명의 뉴올드를 만났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7세. 중학교 교장, 은행 임원, 대학교수, 시 공무원, 농촌진흥청 연구원, 중소기업 부사장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열었다.

교장선생님이었던 사람은 연꽃농장 주인으로, 바리스타로 변신했고 시공무원은 뮤지컬배우, 스타강사로 각각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전직 은행 임원은 전문성을 살려 마이크로크레디트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의 대표로 변신했다.

흙과 함께 살아온 연구원은 누릇한 종이냄새와 향냄새가 배어나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해설가가 됐다. '돈 좀 들여 광고 한번 찍으면 물건이 더 잘 팔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중소기업 전직 경영자는 자신이 TV광고에 나오는 모델이 됐다.

물론 이들도 본래 은퇴가 두려웠다. 은퇴는 먼 얘기가 아니고 남의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퇴직자금으로 버티기도 불안하다. 도전에 대한 실패를 극복하기에는 시간이 짧다고 느낄지 모른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활기있게 살려면 소개된 뉴올드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특징은 우선 퇴직금으로 놀 만큼 놀아봤다는 것이다. 결과는 허무,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10번째로 소개된 희망도레미 한석규 대표(64)는 5년 동안 신나게 놀아봤다고 했다. 이집트, 터키, 요르단 등 해외여행을 마음껏 다니고, 좋아하는 등산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땄지만 허무했다고 했다.

뮤지컬배우가 된 전 성동구청 재무국장 정상기씨(70)도 골프에 심취했지만 이내 그만둔 경우. 이들은 공통적으로 은퇴 후에도 '취미'가 아닌 '일'을 하며 지내야 의미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평판보다 스스로에 대한 긍지와 소신도 필수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은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은퇴 후에도 보람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현역시절부터 미리미리 준비해 긴 후반 인생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소장은 사전 대비와 관련해 "다시 취업을 해 좀더 수입을 얻기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 자기 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 사회 환원적인 삶을 살 것인지, 3가지를 병행하며 생활할 것인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을 찾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갈렸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다 인터넷방송자키로 변한 심현용씨(60)나 프로야구구단(LG트윈스, 히어로즈) 감독이었다가 은퇴 후 서울대 야구부 감독으로 인생2막을 연 이광환 감독(64)처럼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비슷한 분야의 일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전혀 새롭지만 그동안 꿈꿔왔던,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 것. 중소기업 부사장이었던 곽용근씨(73)가 패션모델이 되고, 서울 금호여중 교장선생님이었던 윤원상씨(67)가 바리스타가 된 경우가 그렇다.

비슷한 길을 가거나 아예 색다른 길을 찾은 사람 모두에게서 발견한 점은 시 구청의 교육프로그램과 복지기관, 지역 문화원, 사회기관에 개설된 아카데미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

구에 있는 박물관 문화해설사 모집에 지원해 서울대에서 열린 전시회 도슨트로까지 활약한 경우도 있고 구 복지관의 모델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대행사에 발탁되기도 했다. 희망도레미 한석규 대표는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에 신청한 후 인생 2막의 방향을 잡았다.

또 이들은 무작정 귀향이나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보다 현실에 충실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설계연구소장은 "은퇴설계를 상담받는 사람들의 30~40%가 전원생활이나 귀농을 원하지만 이런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감보다 좀더 철저한 준비와 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노후를 전원에서 보내려면 간병비 등으로 도심에서 살 때보다 자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80대 중후반의 간병기나 남편과 사별한 후 부인 홀로 생존하는 경우 전원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진다 △전원생활을 하면 그동안 알고 지낸 사회와 단절되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점 등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연꽃농사로 전원생활을 하는 김성구 전 교장은 학교에 재직할 때 스스로 꽃을 재배하며 준비를 했고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간간이 갖는 휴식을 제외하고는 농장에서 규칙적인 작업을 해 생활패턴이 깨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다. 올해 73세인 그는 7년 전 직장암 수술을 했지만 80∼85세까지 농장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나이들었다는 핑계를 대지 않는다는 것. 이광환 서울대 야구부 감독은 "나이 들어도 어딘가 미쳐야 한다"는 팁을 직접 제시했을 정도다. 이 감독이 제시한 원칙은 △소중현대(小中顯大)돥작은 것 속에 큰 것이 있다 △안타만 치려고 하지 마라. 삼진아웃만 당한다 △나이 들어도 어딘가 미쳐야 한다 △범사에 감사하라 4가지다.

바리스타 윤원상씨는 대표 바리스타의 강의를 듣기 위해 6개월간 매주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화학기호부터 첨가목록까지 외우고 공부하는 열의를 보인 노력의 산물이었다. 시청 공무원이었던 이보규씨(70)는 강연으로 버는 수입만 연 1억원이 넘는 자기계발 스타강사다.

은퇴 후 읽은 책만 500여권. 메모하고 노트정리하고 고시생처럼 공부했다고 한다. 지자체, 대학, 기업, 단체 등 한달 평균 강연이 30회를 넘고 하루 2~3건 강의를 할 때도 있을 정도다. 그들은 은퇴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우재룡 소장은 뉴올드 세대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세상에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고령화 사회를 맞아 떠나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은 은퇴생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개인 못지않게 정부나 사회·기업도 은퇴라는 위기이자 기회에 눈을 떠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