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6 호 |
절대왕정의 부활 |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종종 ‘왕이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 본다. 답은 이렇다. 왕이 백성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성종 이후로는 무능하고 용렬한 왕들이 줄을 잇는다. 왕정 하에서 좋은 시절은 원래 쉽게 끝나기 마련인
것이다. 혈통을 따라 왕위에 올랐는데 무슨 특별한 노력과 공부와 선정의 의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궁궐에서 태어나 평생 궁궐 안에서 살았던
사람, 좋은 옷을 걸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늘 명령만 내렸던 사람이 백성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인가? 왕은 간혹 궁궐 밖으로
나가기는 하지만, 보통 백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기회란 없었다. 미복(微服)으로 암행하여 백성의 질고(疾苦)를 살핀 왕의 존재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다. 이젠 허물을 탓하고 근신하는 형식적 치레도 없어 이제 한반도에서 왕은 아주 없어진 것인가? 왕정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나는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오직 왕이란 명칭만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른바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에 의해 몇 년에 한 번 사실상의 왕, 곧 대통령을 뽑고 있지 않은가? 세습하지
않고 선거에 의해 뽑히기에 왕이라 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동일한 지배집단에서 계속 왕이 나오고, 그가 또 절대권력을 휘두르기에 사실상 왕과
다르지 않다. 바뀌는 것은 왕의 얼굴일 뿐이다. 백성(요즘은 ‘국민’이라는 바뀐 이름으로 부른다)들은 왕을 뽑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환상을
가진다. 행사를 통해 왕으로 선발된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특히 경제적 고통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환상은 깨어지기 마련이기에
환상이다. 왕은 옛날의 사족과 동일한 지배계급을 대리(혹은 대표)해서 국민을 지배하는 자일 뿐,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목적으로 삼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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