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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학비평용어 / 거리

이보규 2008. 7. 16. 05:40
[문학비평용어] 거리 (distance)








서사 소통의 여러 단계에서 각 소통 주체 사이의 밀착된 정도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때 이 용어의 의미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느냐 하는 혹은 그 반대로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고있느냐 하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엄밀하게 말해 거리는 내포작가-화자 - 수화자-내포독자로 이어지는
서사 소통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수 있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작가-
화자-독자를 중심으로 고찰되며 여기에 서사 내용의 주체이자 핵심적
기능이라는 의미에서 등장인물이 거리 발생의 한 요소로 추가된다

전통시학에서 거리의 문제는 이야기 전달자의 위치 즉 시점과의 깊은 관련 하에서 전개되어 왔다.
브룩스 위렌은 <소설의 이해>에서 거리의 문제와 관련하여 작가 등장인물
독자간의 거리가 1인칭 시점에서 가장 짧아지고 관찰자 시점에서는 멀어지며 전지적 시점에서는 작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내가 뤼브롱 산에서 양을치고 있을때의 이야기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알퐁스도데의 <별>같은 작품은 서술자(화자)와 등장인물이 동일화 되고 작가의 내면 심리를 목동의 내부에 투영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서사적 거리가 좁혀지고 헤밍웨이의 <살인자들>같은 작품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작중인물의 심리에 작가가 개입하는 바 없이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텍스트 안에 실현되는 서술이 항상 미묘한 시점상의 혼란을 가지고 있고 더욱이 전통적 시점 개념 자체를 부정하며 텍스트안에서 서술되는 내용의 인식주체와 서술주체를 구분하고자 하는 현대의 구조 시학적 개념에 비추어 볼때 전통시학의 이와같은 일괄적 거리 설정은 그 엄밀성을 옹호받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가령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1.-그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2.-별똥이 떨어지고 있었다.
3.-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1은 3인칭 시점의 서술이지만 2와 3에서는 그것이 모호하게 나타나며 '그'라는 인물의 눈에 비친 것을 그 자신이 서술하고 있는 1인칭 시점일수도 있다.
혹은 작중인물인 그가 관찰한 내용을 다른 극화되지 않은 화자가 보고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어느 경우이냐에 따라 서술되는 내용및 등장인물과 독자간에
거리감의 차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작가와 등장인물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밀착해 있을때
즉 고전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것처럼 "가련하도다 길동이여"와 같은
서술들이 자주 사용됨으로써 그 작품은 감상적이 되기 쉬우며 예술적 효과도 손상을 입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거리감의 단축이 반드시 한 작품의 심미적 효과를 자해하는것은 아니라는 점이 유의되어야 한다,

능력있는 작가들은 작품이 지닌 개성및 효과의 획득을 위해 다양한 소통관계들 간의 거리를 신축성있게 조절한다.
즉 독자가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태도를 똑같이 공유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 인물의 시점 속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 소설적 세계를 독자들이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하며 반대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할 때에는
허구적 세계로부터 독자를 유리시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은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것으로 고급 독자는 텍스트가 요구하는 허구적 환상에 자진해서 빠져들기도 하고 혹은 비판적 시각과 냉정한 거리를 견지하기도 함으로써 스스로 능동적인 거리의 조절을 통해 독서행위를 수행한다
특히 현대 소설에 있어서는 '말하기'보다 '보여주기'의 수법이 두드러지고 작가는 자신이 개입하는 것보다 일련의 상황을 보여주고 제시하는
쪽의 서술방법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화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화자와 동등한 위치에 서서 일련의 상황을 해석하고
거리를 알맞게 조절하는 독자의 적극적인 기능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출처 : 집, 이은환
글쓴이 : 이은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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