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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안방극장에 ‘동성애 폭탄’ 쾅!

이보규 2010. 5. 24. 21:27
김수현, 안방극장에 ‘동성애 폭탄’ 쾅!

SBS '인생은 아름다워', 주인공 커밍아웃

드디어 터졌다. 그러나 지축을 흔드는 굉음은 없고 소리없는 고통만 흘러넘쳤다.

폭발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졌지만 부모와 자식은 차마 소리내어 울지도 못했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은 울음소리마저 잠식했고 채 실감나지 않는 충격은 앞으로 몰아닥칠 후폭풍을 예고했다.

김수현(67) 작가가 지상파 TV에서 터뜨린 '동성애 폭탄'이 주말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정면으로 그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TV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난 23일 방송에서 주인공 가족의 장남이자 젊고 핸섬한 의사인 태섭(송창의 분)이 마침내 부모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는 내용을 그리며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태섭의 고백에 그의 부모는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태섭은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몰라서, 알게 된 후에는 놀라서 미안했고 자식은 그동안 말하지 못해서,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줘서 죄송했다.

이들이 서로 주고받은 말은 가슴에 커다란 파고를 일으켰고 태섭 역의 송창의와 부모 역의 김영철, 김해숙의 가슴 미어지는 연기는 목석도 눈물짓게 만들만큼 절절했다.

이날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9.3%(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를 기록했으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각각 22.3%와 21.1%를 기록하며 20%를 넘어섰다.

◇"저요, 동성애자예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게 저에요." = 태섭은 연인인 경수(이상우)와 포옹하는 모습을 여동생에게 들키자 극심한 혼란과 고민 끝에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동성애자) 아닌 척한 적 없어. 기라고 안했을 뿐이야"라며 애써 자신을 정당화하던 태섭은 결국 엄마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는 "차라리 털어놓고 죽도록 매도 맞고 쫓겨나도 더는 못하겠어요"라며 "꿈에도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실 거예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게 저예요. 아버지께 말씀해주세요. 죽어달라시면 죽어드린다고. 셀 수 없이 죽고 싶었어요"라며 처연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또한 동성애자인 것 때문에 죽도록 외로웠다고 고백했다.

◇"너 정말 바꿀 수가 없는거니? 그거 안되는거야?" = 태섭의 고백에 엄마는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 그랬겠다"라며 간신히 위로를 하면서도 "미안해 태섭아. 놀래서. 거짓말 안한다. 안 놀랄 수는 없었다"는 말로 무릎이 꺾이는 충격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어쨌거나 넌 우리 자식이야. 하늘하고 땅이 맞붙어도 그건 어찌 못해"라며 아들의 고통을 끌어안았다.

아내가 전한 소식에 휘청댔던 태섭의 아버지는 "미안하다. 내가 너무 오만했어. 남의 일로만 알았어. 난 상관없는 일로만 알았어"라며 울었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기에 돌아올 답을 뻔히 알면서도 "너 정말 바꿀 수가 없는거니? 그거 안되는 거야?"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고 태섭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죄인 아닌 죄인이 돼 힘없이 무너졌다.

◇"나도 내 자식이라 안할테니, 너도 고아로 살아라. 이 나쁜 놈아" = 김 작가는 태섭 가족의 절절한 슬픔과 대비해 경수 가족의 무조건적이고 끈질긴 부정()을 배치하며 동성애에 대한 두가지 시선을 함께 끌고 갔다. 경수의 여동생은 오빠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파혼을 당하고 오빠를 원망하지만 태섭의 여동생은 오빠의 성정체성을 안 후 충격을 받고도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오빠를 걱정했다.

김 작가는 양 집안을 대비시키면서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학식.교양과 상관없을 수 있음을, 반면 부나 사회적 지위와는 비례할 수 있음을 꼬집으며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태섭의 부모가 제주도에서 펜션을 경영하며 소박하게 사는 것과 달리 경수는 저명한 대학교수 아버지와 귀부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결혼해 딸까지 낳았지만 커밍아웃하고 이혼한 경수를 그의 부모는 이해도, 인정도 못한다.

경수의 엄마는 아들을 얼르고 악다구니를 쓰며 커밍아웃 이전으로 되돌리려 애를 썼고 그것이 여의치않자 태섭까지 찾아가 "헤어지지 않으면 집에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태섭을 벌레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봤던 그는 정작 자신의 아들이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자 "나도 내 자식이라 안할테니, 너도 고아로 살아라. 이 나쁜 놈아"라는 쪽지를 남기고 떠났다.

이러한 경수 부모의 태도는 어쩌면 태섭 부모의 태도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 묘사에 대한 항의가 SBS에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가족에게 철저하게 버림받은 경수와 부모가 팔 벌려 안아준 태섭의 모습을 통해 동성애는 '용서'나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경수 가족이 아닌, 태섭 가족에 무게중심을 둔 것 역시 그러한 포석이다.

◇"동성애는 남녀의 사랑과 다를 게 없다. 있는 그대로 현상을 그린다" = 김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난 걔네(태섭-경수)를 위해서 인권운동을 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난 그들이 바람직하다고도, 이상하다고도 그리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현상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성애자는 어느 집에서나 나올 수 있는 아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라며 "'애들이 배울까 무섭다'고 항의하는 분도 있는데 동성애는 배우라고 해도, 배우지 말라고 해도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선천적인 문제다. 그런 선천적인 문제를 가지고 비난을 한다는 것은 흑인을 차별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한 "김수현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안타깝다. 동성애는 남녀의 사랑과 다를 게 없다"며 "항의가 들어온다고 유야무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각오했던 일이고, 끝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끌고 갈 것이다. 슬그머니 접는 일은 절대 안 한다. 그러면 이 아이들을 가족극에 투입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소 50부로 기획된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제 20부까지 걸어왔다. 커밍아웃한 태섭과 경수의 운명에 방송가와 시청자가 모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