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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이나 낙태”…탈북여성 결혼생활 ‘잔혹사’

이보규 2010. 8. 19. 20:14

“열번이나 낙태”…탈북여성 결혼생활 ‘잔혹사’

 

북에선 시장으로 내몰리고 中선 인신매매형 결혼

목숨을 걸고 북한 땅을 떠난 탈북 여성이 한국 땅에 도착하기까지 결혼생활에서 겪는 인권침해 실상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달 한양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이화진(사회학과)씨는 2000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30대~40대 기혼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논문에 담았다.

이씨의 논문 `탈북여성의 북한, 중국,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통해 본 인권침해와 정체성 변화과정'을 보면 북한에서의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고자 탈북을 선택하는 여성이 중국 남성과 인신매매에 가까운 결혼을 하게 되는 등 각종 인권 침해를 당하는 사례가 담겨 있다.

북한 당국은 1995년 '고난의 행군' 이후 직장 여성에게 주는 배급량을 줄이려고 기혼 여성을 대거 가정으로 돌려보냈지만, 이들 중 많은 수는 오히려 장사 등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남성은 배급이 나오지 않더라도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에 등장하는 한 탈북여성은 "남성들 임금으로 도저히 생활할 수 없으니까 대체로 자기 '에미네'(아내)들을 구박해서 장마당(시장)으로 내몰아요. '집구석에서 놀면서 뭐 하니' 하고 말이죠"라고 북한의 현실을 전했다.

북한은 남성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지만 이혼조차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의 통제 아래 놓여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북한 여성은 결혼생활의 어려움과 생계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출구로 탈북을 선택하지만 국경을 넘은 이후에도 순탄치 않은 삶이 이어진다.

논문에 따르면 대다수 탈북 여성은 강제송환을 피하고자 브로커를 통해 중국인 남성과 인신매매형 결혼을 한다.

매매혼 과정에서 탈북 여성은 감금, 원하지 않는 성관계 등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식당에서 일하던 한 피면접자는 식당 주인이 자신을 조선족 남자에게 팔아넘기려 하자 저항했다가 흉기에 찔리기도 했다.

또 다른 피면접자는 21살 나이에 상대 중국인 남성의 위협으로 이뤄진 첫 성경험을 떠올리며 "요즘도 계속 악몽을 꾼다. 너무나 억울해서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브로커나 상대 중국인 남성이 감금이나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해도 '북한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 때문에 이런 행위를 견뎌야 한다는 게 탈북 여성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한국에 도착해도 탈북 여성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각종 무시와 차별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한 탈북 여성은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자) 시댁 식구들이 내 장롱을 뒤지며 '너 간첩 아니냐'고 묻고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논문을 쓴 이화진씨는 19일 "이러한 삶 속에서도 탈북 여성들은 탈출과 저항을 통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한다"며 "탈북 여성은 피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주체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씨가 만난 탈북 여성 중 한 명은 매매혼으로 팔려간 중국인 가정에서 식구들이 자신을 교대로 감시하자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각종 방식으로 저항, 브로커와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

이씨는 논문에서 "탈북 여성들이 긴 수용소 생활로 심신이 지쳐 있고 신분 노출을 두려워해 인터뷰가 쉽지 않았지만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살림을 도우면서 가까워져 나중에는 친자매처럼 내면의 깊은 감정을 서로 나누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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