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 핫이슈/_ 세상사는이야기

누가 이런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는가

이보규 2010. 9. 5. 12:26

누가 이런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는가

6·25 전쟁 참전유공자 최득수(83)씨는 적 기관총 진지를 부수고 고지를 탈환한 공로로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훈장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 한 행사장 근처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으면 저런 훈장을 받았겠느냐"고 수군거리는 걸 들은 뒤 충격을 받았다.

전장(戰場)에서 왼쪽 팔에 총상(銃傷)을 입고 충무무공훈장 2개와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이행옥(81)씨는 무공영예수당 월 15만원을 포기했다. 보훈급여와 무공영예수당을 동시에 받을 수는 없다는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보훈급여 42만원만 받는다. 하루 8시간 서울 강남 일대를 돌며 스티커 1000장을 붙이고 일당 3만원을 받는 걸로 생활비를 보충한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교육원이 6·25 참전유공자 중 19만7056명에 대해 처음으로 전수(全數)조사를 해봤더니 월평균 소득이 37만116원이었다. 근로소득·사업소득·연금·참전수당·노령연금을 모두 합해도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0만4344원에 훨씬 못 미친다. 전쟁 60주년을 맞는 지금 평균 연령 80.3세에 접어든 참전유공자 87%가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했다.

'참전이 자랑스럽다'(84%)는 참전유공자의 44.6%가 주요 수입원이 '자녀가 주는 용돈'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주는 6·25 참전 명예수당은 고작 월 9만원이고, 무공훈장 수훈자라고 해도 무공영예수당이 월 15만원이다. 극빈층으로 떨어진 유공자들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저녁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흔하다.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기에 가난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 그 자녀들이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바빠 연락을 끊는 바람에 독거(獨居) 노인으로 전락한 유공자가 적지 않다. 한 유공자는 "아이들에게 손을 벌리느니 차라리 겨울에 난방을 때지 않고 견디는 게 낫다"고 했다.

남은 유공자라 해야 20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숫자는 해마다 몇천명씩 줄어갈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들의 참전수당을 현실화하고 지친 몸을 눕힐 요양시설조차 마련해주지 못한다면서 어떻게 나라의 간판을 달고 있을 수 있는가. 유공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소액이나마 참전수당을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군대에 가 있는 시절을 '썩는 시절'이라고 방언(放言)하기도 한 대통령은 죽어서도 여전히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어느 누가 이런 나라를 지키려 몸을 던지려 하겠는가.

[출처 : 2010년 6월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행복비타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