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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는 올려야 하는가?

이보규 2010. 8. 13. 23:01

 

KBS 수신료는 올려야 하는가?

                                                            김민환(고려대 언론학부교수)

KBS가 월 수신료를 2,5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신료를 한 푼도 올리지 못했으니까 인상 요인은 긴 설명이 없어도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KBS 뜻대로 쉽게 풀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는 드물다. 이 문제는 물가나 경영의 문제라기보다 정치문제이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 인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추진했다. 그때는 야당인 한나라당과 보수주의 시민단체가 그야말로 벌떼같이 들고일어나 이를 반대했다. 그 명분은 간단명료했다. KBS가 공영방송 답지 않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 반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KBS 수신료를 전기세 등과 아울러 내는 제도를 없애는 대신에 KBS 수신료만 따로 내는 분리 징수제를 추진하기까지 했다.

                     여야 바뀜에 따라 뒤바뀌는 KBS 수신료 정책

지금은 여야의 주장이 백팔십도로 달라졌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주의자들이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일 태세인데 반해 야당인 민주당이나 진보주의 시민단체는 불퇴전의 기세로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각 정당과 5백 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KBS 수신료인상저지 범국민행동이라는 단체까지 결성했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은 시청자이고, 수신료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위해 내는 것인데,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정권 홍보를 하는 방송을 위해서라면 단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아마 이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될 때쯤에는 야당 쪽에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면서 아예 수신료 분리 징수제를 추진하는 법안을 낼지도 모른다.

수신료 논쟁의 등 뒤에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현실이 여과 없이 투영되어 있다. 어느 정당이건 정권을 잡으면 KBS를 정권의 앞잡이로 만든다. 그렇게 하여 KBS가 공영성을 내팽개치고 여당 매체가 되면 야당은 사사건건 KBS의 발목을 잡는다. 수신료를 올려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 정치인들은 일구이언(一口二言)을 법 먹듯이 한다. 여당이 되면 올려야 한다고 했다가도 야당이 되면 올려서는 안 된다고 말을 바꾼다. 야당일 때는 극구 반대하지만 여당이 되면 절대 찬성한다. 말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단지 ‘KBS가 아군일 때는’ 또는 ‘적군일 때는’ 이라는 전제를 생략했을 따름이다. 물론 좌우 시민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반대론자들의 명분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두 가지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첫째, 보도의 공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저버리는 것은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KBS는 공정성을 확립해 반론의 여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 그 길이 수신료를 올리는 길이고 KBS가 공영방송의 제자리를 찾는 길이기도 하다. 정권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장이 앞장서서 외압을 막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편파방송을 하지 말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내 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필요하다면 중립적인 전문가를 중심으로 특별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보도 공정성 확립과 경영내실이 선행돼야

둘째로 KBS는 경영이 어렵다면 수신료를 올리려 하기 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KBS에 놀고먹는 고액 연봉자가 부지기수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경영이 방만하다는 것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문제를 덮어두고 경영난을 오로지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다.

KBS 수신료는 이제 올릴 때가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올릴 때가 지나도 한 참 지났다. 공영성 보장이 없는 한 올릴 수 없다는 논거라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올려놓고 지켜보는 게 순리다. 그러나 KBS는 지금 국외자가 이 정도 이야기마저 부담 없이 펴기가 민망스럽게 만들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