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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내가 방해되는 일 없을 것”… ‘박근혜 견제론’ 해명한 듯

이보규 2010. 8. 23. 05:37

MB “내가 방해되는 일 없을 것”… ‘박근혜 견제론’ 해명한 듯

깜짝회동 무슨 얘기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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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김광호·송윤경 기자 | 입력 2010.08.23 01:01

 




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21일 전격 회동의 키워드는 '정권 재창출'로 집약된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상황적 요인과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 전 대표의 현실적 필요성이 매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레임덕 없는 후반기 국정 확보가,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실질적 국정 동반자" 위상이 처음부터 초점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간 해묵은 두 사람의 '불신'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이 '관계 회복'의 완성이라기보단 단초를 마련하는 수준의 '선언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1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회동의 내용 = '이·박 회동' 후 양측은 "성공적인 회동" "분위기가 좋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이견을 확인하고, 갈등을 증폭시켰던 과거 회동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박 전 대표가 (회동 내용을) 적절할 때 소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이 대통령이 말했다"고 예우했고, 박 전 대표는 대변인 격 이정현 의원을 통한 전언에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는 말로 화답했다.

'정권 재창출'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이·박 대화'의 교점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 핵심은 '차기 권력'을 둘러싼 그간 '친이계의 박근혜 견제' '박근혜의 차별화' 등에 대한 오해 불식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은 회동에서 "박 전 대표가 하고자 하는 일(대권)에 내가 방해가 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완곡어법은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구체적으로 친박 측으로부터 '박근혜 대항마'로 의심받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이해를 구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도움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역점 과제인 4대강 사업과 대북정책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경제 문제를 포함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이정현)는 전언에서 보듯 향후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나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안해 박 전 대표의 대북 또는 대중 특사 문제가 거론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 의미와 전망 = 이번 회동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 권력구도 정리의 의미가 커 보인다. 결국 향후 친이·친박 간 갈등 등 여권의 균열이 안정적 국정 동력 확보와 정권 재창출의 최대 불안 요인이란 점에서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타협의 의미도 엿보인다.

실제 이번 회동이 '실질적 동반자 관계'의 안착으로 귀결될 경우 정치권 전체 구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여권 내부 차기 경쟁의 구도도 정리되는 것은 물론 여권으로선 국정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점에서다.

상황적으론 "이 대통령 입장에선 박 전 대표 한 명 못 껴안는 소통과 포용력 부족이란 비판을,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보수 강경파들의 불만을 해소할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만남"(친박계 의원)이라는 진단이다. 물론 임기 후반기는 앞서 세종시 수정 문제와 같은 갈등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만남을 성사시킨 한 배경이다.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표 등 친박계의 반감이 큰 권력분점형 개헌 추진이나 보수대연합식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간 두 사람 간의 불신과 갈등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으로 문제가 모두 해소됐을 것이란 관측은 어려워 보인다. "회동 자체보다 회동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 친박계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친박계 한 측근 의원은 "이번 한 번 만나서 얼마나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겠느냐. 이걸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김광호·송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