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 핫이슈/_ 언론속으로

김정일-카터 회동 끝내 무산

이보규 2010. 8. 28. 12:28

     김정일-카터 회동 끝내 무산

 

방한 3일만에 곰즈만 데리고 귀국
'카터 홀대' 통해 대미 메시지 보낸 듯

16년만에 북한 땅을 밟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끝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채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2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카터 전대통령이 북한에 억류중인 미 국적의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만을 데리고 27일 오전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카터 전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미국 정부가 강조한대로 순수한 개인방문의 의미로 '격하'되는 모양새다.

당초 북.미관계와 북핵 정세에 중요한 돌파구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그의 '메신저' 역할이 결과적으로 발휘되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카터 전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홀대'를 받은 것은 북한이 미국에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외교가는 풀이하고 있다.

지난 1994년 1차 방북당시 카터 전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김일성 당시 주석과 만나 '담판'을 지은 인물이다. 그 결과 대결로만 치달았던 제1차 핵위기와 남북대치상황은 급반전을 이뤄내 북미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를 제공했다.

따라서 카터 전대통령을 김 위원장이 만나지 않고 중국으로 가버린 것은 현 국제정세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취한 '의도적 무시' 조치라는 풀이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6자회담 재개 등 북한의 대화 제스처를 외면하면서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의 동서해 합동군사훈련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터 전대통령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자격이 아니라는 점에 불만을 품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카터 전대통령의 전략적 활용도를 낮게 봤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터 전대통령이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로 봤을 때 그를 활용해 국면전환 효과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북.미관계에 당분간 대화무드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카터 전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중국행을 택한 것은 북한이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한.미 대() 북.중' 구도로 확실히 재편시킴으로써 중국과의 안보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무시전략이 본격적인 대화국면을 앞두고 미국을 상대로 전형적인 '밀고 당기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