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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교수마저… 안타까운 '베르테르 효과(자살이 확산되는 현상)'

이보규 2011. 4. 12. 05:38

 

최우수 교수마저… 안타까운 '베르테르 효과(자살이 확산되는 현상)'

뒤숭숭한 카이스트 '올해의 KAIST인賞' 받고도 2200만원 유용 혐의에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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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 입력 2011.04.11 03:18 | 수정 2011.04.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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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4명의 학생이 자살한 데 이어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 (KAIST)는 10일 다시 큰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숨진 생명과학과 박 교수는 생체고분자를 쓰는 약물전달·유전자치료·조직공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아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교수였다.

경찰은 박 교수 자살이 최근의 학생 자살과는 직접 관련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학교측은 학생들의 자살 사태를 수습하려던 중에 박 교수 사건이 터져 당혹해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박 교수가 최근 지난 2~3월에 실시된 교육과학부의 정기 종합 감사에서 연구 인건비를 유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에 따르면 박 교수가 지난해 지원받은 연구실 운영비 1억원 중 22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지난 6일 학교측에 박 교수를 파면이나 해임·정직 등 중징계하고 검찰에도 고발하라고 통보했다. 박 교수는 이런 중징계 소식을 듣고 고민해 왔고, 실제 유서에서도 '자신의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는 제자는 (연구비 유용문제에 관해)보호해달라'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문제는 작년 말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문제를 제기, 학교측이 자체 조사를 한 데 이어 올 초 교과부 감사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을 조사한 결과 거액을 모아뒀던 교수 3명이 적발됐는데, 박 교수가 그 중의 한 명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악의적으로 연구비를 유용했는지, 아니면 학생들의 장학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돈을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교수들은 통상 자신의 연구실에 더 많은 학생을 받기 위해 '랩(LAB)비'라고 알려진 연구실 기금을 마련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교과부와 감사원 등은 대학의 연구비 부정집행에 대해 상당히 높은 강도로 집중 감사를 해 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공계 R & D(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예산이 매년 10%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에는 연구비 횡령혐의로 경찰의 내사를 받던 부산의 한 대학 교수도 아파트에서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카이스트는 박 교수의 비보가 전해지자 휴일인데도 주요 보직교수들이 학교로 나와 대책을 논의했다.

한 보직교수는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깝다"며 "이제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측은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박 교수의 비보에 충격적"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생명과학과 최광욱 학과장은 "평소에 큰 연구 업적을 내시던 유능하신 분을 잃게 돼 충격이 너무 커 할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학생 30여명은 이날 오후 9시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박 교수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병찬(수리과학과 4년)씨는 "숨진 박 교수님을 애도하는 의미"라고 했고, 촛불을 든 여학생 몇몇은 비통한 표정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서남표 총장도 이곳을 찾아와 "총장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 미안하다"고 짧게 인사를 건넨 뒤 고개를 숙여 묵념을 올렸다.

학부 총학생회는 이날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박 교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에 이어 교수까지 연이어 자살하게 된 데 대해 '독특한 내부문화'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기 영재'로서 실패를 모르고 자란 카이스트 학생들처럼 과학 분야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만 밟아 온 카이스트 교수가 외부의 충격을 쉽게 이겨내지 못해 이런 사태가 빚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살, 자기살해인가? 아니면 자유죽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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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4시경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한 아파트 15층에서 KAIST 생명 공학과에 재직중인 박 모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안치된 대전 을지대병원 영안실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마친 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박태관 교수는 생체재료분야 최고 권위… 클렘슨상 2009년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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