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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몰래 당신의 뒤를 밟고 있다”

이보규 2011. 4. 22. 16:26

“아이폰이 몰래 당신의 뒤를 밟고 있다”

 

‘이동경로 1초단위 저장’ 비밀파일 존재 드러나
애플, 개인위치정보 사용자 몰래 수집 의혹

 

10개월간 이동경로 낱낱이 기록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지난 10개월간 사용자 몰래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아이폰4를 구입해 사용해 왔던 본보 기자의 7개월간의 이동 궤적. 색이 짙고 원이 클수록 해당 지역에 오래 머물렀다는 뜻이다. 작은 주황색 동그라미가 가장 적게 들렀던 지역, 짙은 파란색 동그라미가 가장 많이 들렀던 지역이다. 아이폰트래커 화면 캡처


아이폰이 지난 10개월 동안 ‘사용자들의 뒤’를 밟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 시간) 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두 명이 애플의 아이폰과 3세대(3G) 이동통신 기능을 갖춘 아이패드에서 숨겨진 비밀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 대부분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이 파일에는 사용자가 지난 10개월 동안 이동한 장소의 위도와 경도가 1초 단위로 저장돼 있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 사용자는 약 260만 명, 3G 통신 기능을 갖춘 아이패드 사용자는 약 10만 명에 이른다.

▶ A2면 관련기사 [‘아이폰 위치정보 저장’ Q&A]


문제는 이렇게 민감한 내용을 저장한 파일이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돼 있다는 점. 해커가 나쁜 의도로 다른 이의 아이폰이나 컴퓨터에 접근한다면 아이폰 사용자의 중요한 개인정보인 이동경로가 쉽게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발견한 알래스데어 앨런과 피트 워든 씨는 자신들의 블로그에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해당 위치정보는 아이폰에 ‘consolidated.db’라는 파일로 저장되며 컴퓨터와 아이폰, 아이패드를 동기화시킬 때마다 이 파일도 함께 컴퓨터에 백업된다. 해커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침투할 수 있다면 암호화되지 않은 이 파일을 빼내 지난 수개월 간의 이동경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게 된다. 이들은 이 같은 위험을 대중에 알리기 위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저장된 위치정보를 조회해 볼 수 있는 ‘아이폰 트래커’라는 프로그램도 함께 만들어 배포했다.

기자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봤더니 지난해 9월부터 이동한 모든 궤적이 지도 위에 그대로 나타났다. 자주 머문 곳은 짙은 색, 잠시 들른 곳은 옅은 색으로 표시됐다. 자연히 애플이 사용자의 민감한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앨런 씨는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4’를 발표하면서 이런 위치추적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위치정보 파일이 애플로 전송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사용자 몰래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넣어뒀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blog_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