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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인공섬 띄운 두 남자

이보규 2011. 5. 25. 06:32

 

 

                                   한강에 인공섬 띄운 두 남자

                                     '세빛둥둥섬' 기획 1 - 최초 제안자 김은성 &한강사업본부 김형건 기술사 인터뷰

                                                                                         하이서울뉴스 이효순 | 2011.05.24

                                                               한 남자, 김은성

한강에 로봇태권브이 모양 수중 시계탑은 어때요

한눈에 보기에도 얼굴에 재기 발랄함이 묻어나는 김은성(32)씨가 성큼 성큼 걸어온다. 그는 세빛둥둥섬 최초 제안자로 개장식에 초대받았다. “평소 자전거 타고 이 앞을 많이 지나갑니다. 다니면서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는 인공섬을 보며 신기해 했어요.” 2006년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 김은성은 밤마다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가르는 게 취미였다. 그러다 번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한강에 뭔가 있었으면... 시민들도 외국인들도 한강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것 말야. 그래, 물에 둥둥 떠 있는 섬을 만들면 어떨까?’ 그러던 중 뉴스에서 서울시민의 아이디어뱅크 ‘천만상상 오아시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썰렁했어요.(웃음) 그때가 2006년 11월이었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돼서인지 별다른 의견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생각했던 걸 올려본 거예요. 이렇게 현실로 옮겨질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는 이 아이디어로 2010년 서울창의상 시민제안 실행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상금 200만 원도 받았다. “상금이요? 어머니 드렸습니다.” 그는 그 후에도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수시로 아이디어를 올렸다. 그 중 하나가 재미있다.

전시(戰時)에 국회의사당 돔이 열리면서 로봇태권브이가 출동한다는 ‘전설’처럼 매 시간마다 로봇태권브이 모양의 시계탑이 올라와 시간을 알려주는 한강의 수중 시계탑을 만들자는 엉뚱 발랄한 내용이었다. 물에 떠있는 인공섬도 만들었는데, 수중 시계탑쯤이야...

개장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김은성 씨

그는 현재 한 외국계 기업 인사총무팀에 재직 중이다. “아이디어를 냈을 당시 저는 취업준비생이었어요. 취업되기까지 입사 면접을 많이 봤어요. 이력서에 세빛둥둥섬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도 썼고요.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곳이 없었는데 지금 회사의 당시 인사총무 부장님께서 면접 때 유독 이 부분을 자세히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합격했어요. 하하”

세빛둥둥섬은 수상레저부터 공연, 전시, 컨벤션 시설까지 갖춘 총면적 20,382㎡의 복합수상문화공간. 시민의 생각을 반영해 만들어진 이 시설을 시민들이 그 어떤 부담도 없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게 그의 바람이라고 한다.

                                                                    또 한 남자, 김형건

강물에 인공섬 띄운 ‘흙박사’

“저기요. 잠시만요. 저기요~” 개장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불러도 그는 잠시의 겨를도 없다. 손에든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댄다. 한강사업본부에서 인공섬의 사나이로 통하는 김형건 기술사다. 그는 지난 2007년 1월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에 발령받아 곧바로 세빛둥둥섬을 만드는데 투입됐다. 처음부터 세빛둥둥섬과 함께한 유일한 사람이다.

개장식 전까지는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더니 식이 시작되고 중반에 이르자 저 뒤편에서 조용히 행사를 지켜본다. 기회다 싶어 그를 붙잡아 세웠다. 궁금했던 건 강물에 인공섬을 띄우자 마음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이다. “고민의 연속이었죠. 그런 공간을 만들어서 안에 뭘 담을지? 한강의 공공성과 민간사업자의 입장을 어떻게 조절할지, 하천점유허가는 어떻게 받을지? 주말마다 출근해 과장님, 본부장님과 자장면 먹으며 머리 맞댔어요. 그렇게 1년이 갔죠.”

국토해양부에 하천점유허가를 받는데 1년 4개월. 인공섬을 띄우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꾸려고 끊임없이 자료를 제출하고 시뮬레이션 모형을 만들어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제발 안전을 믿어달라며 설득하기 위해선 어디든 쫓아다녔다. 자문위원인 교수들이 전국 각지의 대학에 있어 그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녔다.

사실 그는 토질 및 기초 기술사다. 흙을 전공한 토목공학 박사인데 지금 물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허허, 지금은 물에 대한 공부도 꽤 해서 물도 흙만큼 압니다.” 세빛둥둥섬의 당초 규모는 지금의 1/5. 이름도 플로팅가든으로 수상정원 정도를 생각했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 번듯하게 오픈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지분 67%를 가진 최대주주가 빠져버렸다. 사업자체가 무산될 위기였으나 다행히 새로운 주주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세빛둥둥섬의 아름다운 야경

김형건 기술사에게 세빛둥둥섬에 대한 뒷이야기를 안 물을 수 없다. 첫째 세빛둥둥섬이 여의도에 놓일 뻔 했다던데... “처음엔 여의도 생각했었어요. 그랬다면 대박이겠다 싶었는데 너무 복잡해질 것 같더라고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 물살이 가장 조용한 곳을 선택할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이곳이 최종 결정된 겁니다.”

둘째, 이곳엔 5분대기조가 있다? “네, 있어요. 팔당댐에서 1초당 5000톤을 방류하면 6시간 만에 이 인공섬까지 옵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온다 싶으면 5분대기조가 기다리고 있다가 팔당댐 방류 소식에 따라 인공섬과 강 둔치를 연결하는 도교를 떼었다가 다시 붙여야합니다.”

그렇다면 강 수위가 높아지면 인공섬도 따라서 둥둥 떠오르는 것인가? 물론이다. “보통 때 세빛둥둥섬은 반포대교 높이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홍수로 수면이 높아지면 점점 떠올라 반포대교 위로 올라가겠죠. 만들기 전에 우리끼리 농담으로 비 많이 오면 항상 잠수교 잠기는 게 뉴스 화면에 등장했는데 이젠 세빛둥둥섬이 떠오르는 게 찍히겠다고 했어요.”

지난 5년간 휴일도 반납하고 세빛둥둥섬에 푹 빠져 산 이 남자는 5월 23일과 24일 단 이틀간의 짧은 휴가를 끝으로 한강사업본부를 홀연히 떠난다. 이미 지난 3월 정기인사에서 지하철건설본부로 발령이 났지만 세빛둥둥섬 사업을 마무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다시 돌아와 이날 개장식까지 치른 것이다. “이제 다 만들어졌으니 운영은 또 다른 분들의 몫이지요. 제 입장에선 시민들이 보다 편하게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바랄게 없어요.” 김은성씨와 김형건씨의 마지막 말이 마치 짠 듯이 똑 같다. 아마 두 사람의 마음이 이 새로운 공간의 나아갈 방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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