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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배의 죽음을 보고

이보규 2012. 3. 24. 22:14

 

어느 선배의 죽음을 보고

 

 어제 충북법원장을 역임하신 이광렬 변호사님의 모친상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바로 상가로 가지 않았습니다.

하얀 Y샤스에 붉은 넥타이 매고 검남색양복 차려입고 오후 국선도 사범 아드님 주례를 먼저 서주었습니다.

미신을 믿지 않지만 주례를 하기 전에 상가를 가는 것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집에 와서 검정색 넥타이 매고 삼성병원 영안실에 가서 문상을 하고

지하계단을 천천히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중학교 한 해 선배를 만났는데 동기생 이종원 상가에 문상하러 왔다고 합니다.

누가 돌아가셨느냐고 했더니 본인이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너무 충격적인 소식에 입구 안내판에서 확인하고 지하2층으로 내려가서 문상을 하고 왔습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선배 죽었는지도 모르고 살아 갈 뻔 했습니다.

신 장암 진단을 받고 손 쓸 여지도 없이 4개월 만에 척추로 전이되어

갑자기 별세했다는 사모님의 이야기는 머리를 띵하게 하였습니다.

유명한 이미숙 탤런트의 삼촌이고 미남으로 키도 크고 참 멋쟁이였습니다.

 

지금은 이사 갔지만 한 때 같은 교회에서 함께 운동도 많이 다녔는데 인생이 참 허무합니다.

그렇게 잘 생기고 자식들 3남매 모두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 보내 잘 살게 하고

굴곡이 있었지만 사업도 열심히 했습니다.

 

아무리 돈 많아도 저 세상으로 떠나가는 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선배들이 상가에 둘러앉아서 하는 말이 죽음을 이제 피할 수 없으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살아있는 동안 몸 아프지 말고 살다가

조용히 떠나가고 싶다는 소망에 나도 한 표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