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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의 아름다운 인생역정

이보규 2013. 4. 9. 08:03

이원종의 아름다운 인생역정
[박상준 칼럼] 논설위원·마케팅국장
 
2013년 04월 08일 (월) 21:13:19 지면보기 14면 박상준 기자 sjpark@jbnews.com
 
 
 
 
 
누군들 평탄한 삶이 있을까.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역정을 들여다 보면 유난히 좌절과 극복으로 점철(點綴)돼있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체신대를 나와 우체국직원으로 근무했고 폐결핵으로 절망에 빠졌다가 성균관대에 편입해 행정고시를 패스한 그의 젊은시절은 신산(辛酸)한 삶이 스며있다.

흔치않은 관운이 있긴 했지만 공직생활도 그리 순탄하다고 보긴 힘들었다. 관선 충북지사 시절엔 '우암상가'가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고 서울시장시절엔 '성수대교 붕괴'로 모진 시련을 겪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좋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사자가 아니면 함부로 할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 충북지사로 도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3선을 눈앞에 두고 불출마 선언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그는 '하산(下山)의 미학(美學)'을 아는 인물이다.

새삼스레 이원종 전 지사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가 최근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우연히 출판사의 광고를 보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관선·민선지사 시절에 출입기자로 나름 인연을 맺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이원종 전 지사의 저서 '인생 네 멋대로 그려라'의 책 제목만 보면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포인트를 맞춘 것 같다. 하지만 희망, 성공, 행복, 인생, 리더, 조직이라는 여섯가지 키워드로 구성된 목차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공직자나 정치인, 지방선거를 꿈꾸는 선량, 또는 선출직들에게도 일종의 '내비게이터'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칫 책을 홍보하느냐는 지적을 감수하고라도 난 '이원종의 지난(至難)하고 아름다운 삶의 여정'이 담겨있는 이 책은 누구나 읽어볼만 하다고 본다. 사실 '인간 이원종'을 아는 사람들에겐 별로 새로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책에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열정으로 후학 양성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는 공직자의 '롤모델'로 여전히 '현역'이상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난 그가 10여년전 충북의 미래산업에 대한 지향점을 제시하고 뿌리를 내리게 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본다.

'IT·BT'는 충북의 대표적인 브랜드 이미지다.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로 인해 오창과학산업단지의 정체성이 더욱 확장될 수 있었고 BT(Bio Technology·생명공학기술)로 인해 오송보건의료단지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13년전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에 열린 '바이오엑스포'가 올 5월 오송에서 개최되는 '오송 화장품·뷰티박람회'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오산업의 미래가치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란 모름지기 실현가능한 '어젠다'를 설정해야 한다.

그는 '소통의 달인'이기도 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좌중을 쥐락펴락하며 웃음바다로 만드는 등 탁월한 유머감각과 말솜씨도 좋았지만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데도 선수였다. 또 퇴근길에 청내에 불켜진 부서가 있으면 일부러 들려 저녁을 사며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불도저같은 카리스마 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합리적인 방안을 이끌어내는 '軟性(연성)의 리더십'이 각광받는 시대에 걸맞는 리더였다.

하지만 그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인생의 절정에서 아름답게 퇴장했다는 점이다. 말은 쉽지만 '권력의 끈'을 내려놓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더구나 높은 지지율로 3선고지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면 말할 것도 없다. 자리에 연연하다가 추한 모습으로 떠밀려 내려간 사람들의 사례는 흔하다. 떠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다운 법이다.

그는 '내 인생은 남이 그려주지 못한다. 내가 하고 싶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내 멋대로의 인생을 그려가야 한다. 젊은 시절, 힘든 고비를 만날 때마다 이를 넘지 못하면 마지막 이라는 각오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레 버텨냈기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이었다. 관선 서울시장과 충북지사, 다시 민선 충북지사를 두번씩 역임하면서 두루 존경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온화한 인품과 친화력, 강한 의지도 뒷받침됐지만 무엇보다 나아갈 때와 떠날 때를 아는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의 여정'이 젊은이들에게만 가르침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참에 나도 이원종 전 지사의 저서를 사러 서점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