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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내가 짓기

이보규 2014. 4. 16. 09:47

김진홍 목사의 아침묵상

아침묵상 제목과 날짜
내 집 내가 짓기 2014-4-16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두레수도원 안에 있는 사택이다. 수도원에 일이 늘어나고 식구가 늘어나게 되니 밖으로 나가 살아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올 해 내가 살 집을 짓기로 하였다. 집을 짓되 돈 많이 들여 전문 건설업자에게 맡기지 말고 내 손으로 값 싸고 튼튼하게만 지으려 한다. 물론 나 혼자서 지어낼 수는 없고, 두레교회 교인들이 힘을 모아 함께 지으려 한다. 책이 많아 40평은 되어야겠기에 우리 부부는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다.

집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원칙을 정하고 있다. ‘집 주위 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집을 짓는다’는 원칙이다. 산속에 가장 흔한 것이 돌이다. 그리고 산에는 나무들이 지천으로 있다. 흙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돌과 나무와 흙을 재료로 집을 짓자는 구상이다. 모양 좋은 집을 지을 욕심이 없으니 한결 쉬워진다. 바깥 모습은 아무리 엉성하여도 관계없다. 이 나이에 사람이든 집이든 모양 찾을 이유가 없다. 방 안이 따스하고 공기 잘 통하고 햇살이 들 수 있는 집이면 족하다. 책이 많기에 습기가 들지 않아야 하는 것도 뺄 수 없는 조건이다.

나는 목사가 교인들 덕에 좋은 차타고 좋은 집에 사는 모습이 싫다. 교인들 중에는 지하습기찬 집에 살고 있는데 목사는 호화로운 집에 사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그리고 목사들 중에는 호사스런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목사도 있다. 나는 체질적으로 그런 목사를 보면 닭살이 돋는다.

요즘은 지하철로 서울 나들이를 하곤 한다. 지하철 이용이 좋은 것이 한국지하철은 노인은 무료여서 좋고, 한켠에는 경로석이 있어 늘 자리가 있으니 좋다. 지하철로 다니니 약속시간에 늦지 않고 닿을 수 있어 좋고,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내가 지은 집에 살며 지하철로 나들이를 하고 틈나면 수도원 둘레길 7Km를 한가로이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거기에다 문을 열고나서면 사방에 산나물이 있어 잠깐 사이에 한바구니 뜯어 개울물에 씻어서는, 현미밥에 꼭꼭 씹어 먹으니 밥맛이 바로 꿀맛이다. 이렇게 살다 어느 날 천국으로 직행하게 될 것을 상상하니 행복이 바로 이렇게 소박하게 사는 데에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