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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말 섞기 싫게 만드는 말들

이보규 2018. 7. 23. 21:28

<김재화의 말글소리편지>


말 섞기 싫게 만드는 말들


해박한 지식을, 논리정연하게, 그것도 또렷한 어조로 좔좔 쏟는 사람을 보면 내 입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듣기에도 벅차서 내 입에서는 더 이상 말이 안 나오는 것이죠.

그보다 더 감탄케 하는 말들은 아는 것,

가진 것 등이 넘치는데도 모두 겸손하게 낮추는 겸양어들입니다.
객관적으로 이미 유명인사로 알려져 있거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른바

스펙이 어마어마한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식의 말을 할 때

우리를 더욱 탄복하게 합니다.

허유는 은나라 왕이 그에게 천하를 주려고 하자 불결한 말에

귀가 더러워졌다며 영천 물에 귀를 씻었습니다.
그때 소부란 사람이 아래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다 말고 소를 끌고 갑니다.
허유가 궁금해 하자 “되지도 않은 말을 들은 귀를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수 없소이다”라 했다는 고사 아시죠?

허유가 들었던 말처럼 누군가의 말이 듣기도 싫고



이미 들은 말까지 되돌려주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당신 없는 자리서 귀를 털고 있을지 모릅니다.

첫째, “너는 잘 몰라서 그래...”
막상 자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상대를 탓하는 말이 있죠.

둘째, “에이 설마~ 누가, 언제, 어디서, 왜 그랬는데?”
참, 우리말이 매번 구체적인 육하원칙을 들어 설명할 수가 있습니까?

셋째, “그건 내가 잘 알지. 우리 아버지가 그쪽 권위자이시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억지로 권위 있게 꾸미려 자신의 논리에 신빙성을 포장하려 드는 경우입니다.

넷째, “에이, 그래도 당신은 나보다 낫지!”
조언을 구하러 간 사람에게 느닷없이 자기 신세한탄을 해버리면, 참 듣기 싫습니다.

다섯째, “아, 모른다구! 어쨌든 네 말은 따를 수 없단 내 생각은 변함없어.”
자기가 싫은 것은 모두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 함께 대화하기 싫죠.

여섯째, “그건 그렇고, 너 돈 좀 가진 거 있니?”


어이없죠. 급하게 엉뚱한 쪽으로 화제를 전환하는데, 한마디로 경우 무!!

일곱째,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뭐.”
성의 없는 태도로 대하다가 내심 나중에는 반박할 태세도 보이는 말입니다.

여덟째, “거봐, 넌 그게 문제야!”
잘 모르니까 이야기를 듣자는 건데, 말하는 사람을 야단치면 어쩌자는 건지!

아홉째, “내가 잘 아는데, 그건 절대 중요치 않아! 내 말이나 잘 들어.”
핵심이나 본질을 겨우 찾았다 싶은데, 고춧가루를 뿌리는 말입니다.

“웃기지 말라고 해!”


열 번째, “웃기지 말라고 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부정하는데, 그것도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을 합니다.

결국 서로의 말 들으며 역지사지(易地思之) 자세 갖춰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말을 뚝 끊으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랑은 더 이상 어떤 말도 싫다는 표시라는 생각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이보규와 동행
글쓴이 : 이보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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