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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몬주익의영웅 황영조가 박태환에게 보낸편지- 16년-전에는 나

이보규 2008. 8. 11. 23:27

16년전엔 나, 오늘은 너… 8월 10일은 기적을 부른다
●‘1992년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박태환에게
거침없는 레이스 도전정신이 일궈
국민에 기쁨과 희망 너와 내가 해냈다

<<(박)태환아! 정말 장한 일을 했다. 가슴이 벅차올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수고했다고밖에. 저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이런 기쁨을 맛본 지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수영에서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로 따내다니 이 어찌 흥분할 일이 아니겠는가. 정말 고생했다.>>

네가 150m부터 1위로 치고 나올 때 16년 전 바로 이날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을 달리던 생각이 났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레이스를 펼쳐야만 금메달을 딸 수 있다.

나도 그때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피 말리는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몬주익 언덕에 올라서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모리시타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결국 40km 지점에서 과감히 스퍼트를 한 내가 이길 수 있었다.

이날 너의 레이스를 보면 평소에 하던 것과 달랐다. 평상시에는 약 100m를 남겨두고 스퍼트했는데 이날은 150m부터 치고 나갔다. 그게 라이벌의 허를 찌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국의 장린과 미국의 라슨 젠슨, 그리고 호주의 그랜트 해킷, 모두 너의 뒤에 있었다. 바로 그런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금메달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 잘했다.

네가 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도 나는 알고 있다. 네 아버지는 나를 만나는 날이면 가끔 이렇게 말씀하셨지. “우리 아들 금메달 딸 수 있는 비결 좀 알려 달라”고. 너도 잘 알다시피 딱히 비결은 없지 않니.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생이 필요하다. 친구 만나는 시간도 줄여야 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맘대로 못 먹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세계의 벽을 넘기엔 너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넌 그것을 잘 참아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뒤 한때 우쭐하며 방황했지만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5개월여의 지옥 훈련도 잘 소화했다. 결국 금메달은 너의 땀이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도 ‘땀의 진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사실 너와 나는 인연이 참 많다. 나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때 마라톤을 제패하고 최우수선수(MVP)가 됐는데 태환이 너는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수영을 제패하며 MVP가 됐다. 그래서 널 유심히 지켜봤다. 내가 16년 전 금메달을 딸 때 한국 시간으로 8월 10일 새벽이었다. 바로 16년 전 오늘이었다. 너와 나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태환이 네가 한 일은 한국 스포츠가 진정한 강국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스포츠 강국은 메달이 가장 많이 걸려 있는 기초 종목 육상과 수영이 약한 나라는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우린 그동안 육상과 수영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것을 너와 내가 해낸 것이다. 이제 한국 수영도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넌 국민들에게 엄청난 기쁨과 희망을 줬다. 좋은 소식보다는 안 좋은 소식이 많은 요즘 너는 국민들께 큰 힘을 줬다.

태환아 정말 축하한다. 하지만 아직 두 고비가 더 남았다. 자유형 200m와 1500m. 400m에서 했듯 거침없이 레이스를 펼친다면 세계적인 강호도 네 앞에선 힘을 못 쓸 것이다. 다시 한 번 힘을 내라. 국민들이 손에 땀을 쥐고 널 지켜보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체육진흥공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