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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 모든 것

이보규 2009. 2. 13. 20:57

 

2009 행복 아이콘 피겨여왕 김연아 모든 것

 

붉은색 드레스의 김연아가 애절한 세헤라자데의 음률에 맞춰 4분간의 활주와 도약을 마치고 은반 한가운데서 두 팔을 벌리고 선 순간, 전 세계는 전율을 채 삭이지 못하고 한동안 숨을 죽여야 했다. 한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거의 완벽한 연기였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 것은 TV로 이 모습을 시청하던 한국민들이 먼저였다. 전광판에는 116.83점이 새겨지고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역대 최고기록 72.24점을 합해 187.07점으로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 한국민들은 경제 불황의 시름도, 정치판의 추잡한 싸움도, 강호순의 잔혹한 만행도, 용산의 끔찍한 참사도 모두 날려 보내고 있었다. IMF 때 박찬호와 박세리가 있었듯이 지금 우리에게 김연아가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TV 앞에서 그녀의 환상적인 연기에 시름을 잊고, 그녀의 투혼에 용기를 얻으며, 그녀의 승리에 희망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진정 2009년 한국의 희망 아이콘이다.

 

@경기의 매력 점프전략

 

김연아는 단순한 스케이터가 아니다. 여느 선수들처럼 기계적인 몸짓으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손끝 하나, 시선 처리 한 번에도 감정을 싣는다. 김연아가 손을 그러모으고 안타까운 표정이라도 지을라치면 보는 이의 가슴에는 싸한 통증이 스쳐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한 편의 드라마가 얼음 위를 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 가히 얼음 위의 '발레리나'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김연아의 매 프로그램은 공연이 아닌 경기다. 그의 점프에 실수는 없는지, 엣지의 범위가 조금이라도 규정을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등 심판들의 엄격한 눈이 김연아를 주시하고 있다.

 

김연아가 '토털 패키지'(Total Package)라고 불리며 단연 최고의 스케이터라고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인한 정신력, 섬세한 표현력도 있겠지만 여자 선수 중 유일한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에도 지지 않을 전매특허 점프도 한몫한다.

단독으로도 뛰기 힘든 트리플 점프를 연속적으로 구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10대 초반부터 트리플 점프 기술 다섯 가지를 익혔던 김연아는 지치지 않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점프를 구성해왔다.

특히 연속 점프를 구사할 때 다른 선수들이 기우뚱거리는 것과 달리 김연아는 프로그램 후반부에도 성공률이 높은 3T(트리플 토룹)를 구사, 다른 선수보다 월등히 안정된 점프 콤비네이션을 선보인다. 이 덕에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에서 콤비네이션 점프로 가산점을 얻었으며 이것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즉, 아무리 아사다 마오가 최고 점수인 트리플 악셀을 구사할 수 있다 해도 실패시 감점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김연아의 점프 조합은 그의 경이로운 점수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

 

@참가 대회는 몇 개?

 

피겨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세계적 선수로 거듭난 김연아 덕에 요즘 국민들은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정보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 중 많은 이들이 의문점을 갖는 부분은 '몇 개의 대회가 있는지'와 '매번 똑같은 의상과 프로그램으로 임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 유럽 선수들만 참여할 수 있는 유럽선수권 대회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 이어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그랑프리 파이널에 김연아가 참여할 수 있다 " 고 설명했다.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는 참가하는 선수들도 많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로 가장 큰 규모이며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2007~2008년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는 국내에서도 개최된 적 있으며, 유럽을 제외한 4대륙에 속한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는 총 6차로 진행된다. 한 선수당 두 번만 참가할 수 있고, 세계 랭킹 1위, 2위, 3위는 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규정상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만나지 못했다.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의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은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에서 가장 우수했던 선수 6명이 출전하는 경기다.

그렇다면 어째서 김연아는 계속 같은 프로그램과 같은 의상으로 경기에 임할까. 대한빙상연맹 측은 " 한 시즌 동안 같은 프로그램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원칙 " 이라며 " 프로그램 일부나 의상을 과제 순서에 따라 변형, 교체할 수는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바꿔야 해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라고 말했다.

 

@CF 현장에서도 퍼펙트

 

두 달에 2000만 원 정도 드는 훈련비용, 한 달 경비가 100만 원. 대회 경비나 전지훈련비도 마련하기 힘들어 빌려 쓰고 갚는 식이었다는 김연아는 스스로 일군 실력 덕에 이제 많은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으며 좋은 조건으로 훈련을 하고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거기엔 끊이지 않는 광고업계의 러브콜도 한몫한다. 그동안 김연아가 찍은 광고를 총망라, " 아침에 일어나서 '디오스' 냉장고에서 '아이시스'를 꺼내서 한 잔 마신다 " 로 시작하는 '김연아의 하루'가 있을 정도로 여느 CF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촬영시 김연아의 모습은 어떨까. '매일유업'광고 담당자는 " 촬영 날이 경기 직후인 데다 감기가 걸려 있었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된 촬영에도 계속 웃으면서 촬영에 임했다 " 고 회고했다.

'샤프란' 광고를 담당했던 관계자 역시 " 김연아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광고주들도 인정하는 것처럼 다른 모델보다 표정도 좋고, 표정이 어떻게 응용되는지 파악하고 있다 " 고 말한다.

'김연아 라인'을 출시해 엄청난 판매 효과를 본 귀고리 업체 제이에스티나의 박경미 씨는 " 화보 촬영할 때의 김연아는 선수가 아닌 연예인 같은 느낌을 줬다 " 면서 " 선수한테 내재된 '끼'가 상당함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 고 회상했다.

 

@ " 과분한 사랑, 나눠 드릴게요 "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은 김연아의 홈그라운드였던 만큼 각각 1000여 개가 넘는 인형과 꽃이 빙상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후 " 저에게 주신 인형이지만, 우리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선물로 전하는 것이 팬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 는 김연아의 뜻에 따라 인형들은 소아암병동인 여의도 성모병원 엔젤병원과 고대 구로, 안산 병원을 비롯해 장애인 피겨 선수들이 있는 동천의 집 그리고 고려대학교와 이화여대 봉사단 등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연기만큼이나 고운 마음과 끼로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김연아, 누구보다 힘들게 걸어온 것을 알기에 그의 웃음이 주는 행복의 크기는 더욱 값지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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