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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콘 박영진 "'소는 누가 키우나'...원래는?"

이보규 2011. 2. 27. 21:58

2011.02.27, 김찬규
 

개콘 박영진 "'소는 누가 키우나'...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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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토론은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대사가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토론 내용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재미있어도 보고나면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말은 그 내용을 바로 환기시켜 준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는 ‘집안일은 누가 할 거야’라는 뜻인데, 그대로 하면 일반적이고 또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지닌 옛날 사람 느낌을 줘야 하니까 ‘밭은 누가 갈 거야’ ‘감자는 누가 캘 거야’라고 아이디어를 냈다가 ‘소’로 결정된 거다.”


‘두분토론’에서 박영진의 우기기 말투가 기대 이상으로 잘 먹히는 건 현재 남자의 낮아진 위상과 관련이 있다. 남자가 오히려 약자가 된 세태라서 호응도가 더 높다. 만약 남자가 강자였다면 박영진은 밉상 캐릭터에 그쳤을 것이다.

“‘소는 누가 키워’라는 말에는 남성이 약해져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남성이 허세를 부리면서 말하지만 권위는 추락하고 초라해진 지 오래다.” 그래서 ‘소는 누가 키워’가 유행어로 자리잡으면서 ‘그런 소가 ~소야’라는 억지 말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박영진의 두분토론은 ‘~하는 남자의 자존심을 매도하지마’에서 허세의 정점을 찍는다.


“남성들은 힘을 잃고 위축돼 있다. 하지만 남자는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 직장 구하고, 장가도 가야 하고,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다. 나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기분을 안다. 고개 숙인 남자보다는 고개를 들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개그로 승화시키고 싶다.”

박영진은 ‘박대박’ 이후 제법 긴 슬럼프체험했다.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코너 아이디어도 ‘토론식으로 하자’는 건 진행자로 나오는 김기열이 냈다. 그후 몇 차례 회의를 거쳐 ‘남녀 토론’으로 정착됐다. 박영진은 토론 상대자인 김영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영희는 신인이고 나와 코너를 같이할지도 몰랐다. 막상 함께 해보니 당당하고 뻔뻔하게 잘하더라. 욕심이 많고 고집도 세 우려도 했지만 이 코너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본이 나오고 나서도 거기서 더 재미있게 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정도다. 처음엔 김영희에게 기대려고도 했다.”

박영진은 원래 웃음 모티브를 우리 언어의 특수성에서 찾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언어인데 사실은 말이 안되는 것, 그런데도 잘 알아듣는 말이 우선 웃음 소재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고 하고, 문을 닫으면 나갈 수 없는데도 “문닫고 나가”라고 한다. 이런 점을 활용한 ‘말장난 개그’가 ‘궤변개그’ ‘우기는 개그’로 발전했다. 그의 궤변보다 말이 안 되는 현실이 코너의 인기 비결이었다.

하지만 그는 캐릭터가 있고, 유행어가 있으며, 연기 호흡의 힘을 발휘하는 개그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박영진은 “나는 표정도 개그맨 같지 않고 음성도 저음이라 힘들었다”면서 “아직 개그의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 헤랄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