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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황금중년' 잘쓰면 새삶 밑천-시청 퇴직 이보규 교수

이보규 2011. 12. 23. 19:09

은퇴후 '황금중년' 잘쓰면 새삶 밑천-이보규 교수

[특별기획-10년 늘어난 중년, New Old]

 

머니투데이 유병률 배성민 최은미 기자 |입력 : 2011.06.20 06:00|조회 : 34681

 

편집자주|"10년만 젊었더라면…" 열심히 살아온 사람도 돌이켜보면 후회가 남는다. "10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인생 멋지게 다시 한번 붙어보는 건데"라며 다들 아쉬워한다. 그런데 이미 10년씩은 다 젊어졌다. 수명이 10년씩 늘어난 건 현상일 뿐, 본질은 10년씩 젊어진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할 필요도 없다. 소원대로 10년 전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고령화에 대한 한숨만 넘쳐 난다. 나이 먹는 게 마치 흉 인양, 오래 산다는 게 마치 미안해야 하는 일 인양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새로 얻은 10년, 가열차게 다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젊게 사는 게 아니라 세상과 제대로 한판 붙어보고 있다. 은퇴하고 나서도 피가 끓는다면, 그 뜨거운 심장을 더 뛰게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을 '뉴올드(NewOld)'라 부르고자 한다. 고령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뉴올드를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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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 들면 산에서 다 만난다. 건강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발전으로 새로 얻은 10년, 그것도 여전히 팔팔한 10년을 새 출발을 위해 가열차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고령화는 기우일 뿐이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경운동 복지센터에서 60~70대가 난타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예순 일곱 동갑내기인 안경덕씨 부부는 3년 전 몽골로 이주했다. 관광이나 하며 노후 편하게 보내자고 돈 싸 들고 간 게 아니다. 그렇다고 자원봉사 목적도 아니었다. 이들은 지금 몽골에서 적잖은 연봉을 받으며,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다.

간호대 교수 출신인 부인 오가실씨는 울란바타르대 초대 간호대학장을 맡아 지난 달 1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의사만 있지 간호사는 거의 없는 척박한 의료환경에서 나이팅게일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경영컨설팅회사를 경영했던 안씨는 이 대학 출판문화원장을 맡아 세계고전문학을 출간하고 있다. 징키스칸밖에 몰랐던 몽골 젊은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드높이고 있다. "늙어서 고생은 돈 주고 사서라도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며 그 성과를 즐겨야 합니다." 몽골 이주 후 이들은 나이를 잊어버렸다.

내년이면 칠순인 이보규씨는 억대 연봉자이다. 36년간 서울시 공무원을 하는 동안에도 이만큼 벌어본 적이 없다. 지금 이씨는 자기계발과 창업 분야에서는 유명한 강사이다. 강의요청이 쇄도해 그 수입만 연 1억원이 넘는다. "2002년 은퇴하고 나서 10년 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죠. 독학으로 공부하고, 매일 저녁마다 강연 준비하고… 돌이켜보면 첫 직장에서의 10년과 은퇴 후 10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둘 다 새 출발이니까요." 은퇴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그림이 그려졌다.

◇ 55세 기준 남자 33년, 여자 37년 더 살아

통계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 생존자들의 평균수명은 예전보다 대략 10년씩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으로 '100세 시대' 연구를 진행중인 박명호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학발전을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하기란 어렵다"면서도 "현 생존자들은 근래 사망한 사람들보다 10년씩은 더 살 거라는 게 학자들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통계청도 지난해말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사망원인이 급격히 감소한다면 55세 남자의 경우 2009년 사망자보다 8.3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33.4년을 더 살고 88~89세 생일상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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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10년은 그냥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10년이 아니다. 골골하며 지내는 10년이 아니라 여전히 팔팔한 알짜배기 10년이다. 노년이 10년 더 늘어난 게 아니라, 중년이 10년 늘어난 것이다. 60대의 생리학적 나이는 50대가 되고, 50대의 생리학적 연령은 40대가 된다는 얘기이다.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998812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하루 이틀만 아프다 죽자)'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처럼, 평균수명 연장이 의미하는 핵심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기간이 더 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10년은 이때까지 우리 선배 세대들이 누려보지 못했던 황금기의 보너스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이 보너스를 새 인생의 밑천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 박명호 교수 등 100세시대 연구진이 지난해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평균 70.49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의 황금 보너스를 어디 쓴지도 모르게 줄줄 새나가게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이다.

◇ '베테랑' 60대 400만명 경제활동 참여땐
노인부양 부담 줄어 고령화 극복 열쇠


2010년 현재 우리나라 60대는 399만4000명. 이들 대부분이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된다면 우리나라 노년부양비는 15.6%에서 9.9%로 낮아진다. 일하는 세대 100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 노년 세대가 15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다는 얘기이다. 나이 먹었다고 짐으로만 인식될 이유도 없고, 나라 재정에 부담만 줄 거라는 우려도 줄어든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은퇴자들에 대한 교육 인프라가 강화돼야 하는데, 그 교육은 젊었을 때 노하우를 재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만드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또한 은퇴자들에게도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숫자로만 보면 10년 더 사는 건 분명 고령화이다. 그러나 이 10년이 새로운 업(業)을 만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면, 그건 오히려 저령화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축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