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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취업못해… 손자 돌봐야해서… 짐 못벗는 노부모들

이보규 2012. 5. 8. 20:28

자식 취업못해… 손자 돌봐야해서… 짐 못벗는 노부모들

 

65∼69세 33%가 자녀와 함께 사는 ‘新 대가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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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수연(가명·34·여) 씨는 결혼하고 4년 만에 시부모님과 살림을 합쳤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시부모님 집에 ‘얹혀’ 살기 시작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신혼집은 전세를 준 뒤 서울의 시댁으로 들어갔다. 시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가 아니다. 김 씨 또한 “어디 가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모신다는 말이 나오면 내가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다보니 집에 혼자 남아있는 아이 문제 때문에 갈등이 깊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지만, 부부 둘 다 퇴근 시간이 불규칙했다. 사각시간을 메우기 위해 아이를 돌봐주는 아주머니를 고용하느라 돈도 많이 썼다. 관리비, 주택대출금 이자, 보육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김 씨는 “우리가 먼저 ‘부모님 댁에 들어가서 살면 안 되겠느냐’고 여쭸고, 시부모님도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자리 잡으라며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보육, 취업 등의 문제로 장성한 자녀가 부모에게 ‘얹혀’ 사는 형태의 가족이 늘고 있다. 이른바 ‘신(新)대가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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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지역별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꼴(38.5%)로 장성한 자녀와 살고 있었다. 65∼69세 노인의 경우에도 이 비율은 33.2%에 이르렀다. 2009년(29.5%)보다 높은 수치다.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했다.

노인 건강이나 경제문제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니다. 오히려 자녀가 취업을 하지 못해 독립을 못한 게 더 큰 이유(28%)였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식들과 사는 경우도 14.4%였다. 결국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함께 사는 셈이다. 이에 비해 노인 자신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 자식과 산다는 대답은 23.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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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살림을 합친 후 자녀가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 2년차인 이경연(가명·28·여) 씨는 아예 결혼한 후에도 죽 친정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친정아버지의 경제능력이 이 씨 부부보다 훨씬 낫기 때문. 이 씨 부부는 현재 관리비, 생활비를 따로 부모님께 드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 씨는 친정아버지로부터 가족카드도 따로 받았다. 대형마트에서 장볼 때마다 아버지의 카드를 쓴다. 이 씨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한 번 장볼 때 20만 원 넘게 지출하는데, 우리 부부 능력만으로는 안 돼 어쩔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늙은 부모를 자녀들이 부양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자녀를 계속 부양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학업기간이 길어졌으며 취업이 어려운 현 사회상황, 결혼한 후에도 높은 물가와 대출, 양육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상황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 전문가들은 “외국에서는 25세가 되면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에 한국은 심리적으로 부모로부터 빨리 독립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경제적인 이유가 없어도 자식과 같이 살고 싶다는 노인도 많았다. 자식과 같이 사는 65∼69세 노인의 25.7%는 ‘부모와 자식 모두 독립할 능력이 되지만 같이 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blog_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