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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갑자기 멈추다… 42세 이종범 개막 1주 앞두고 은퇴 선언

이보규 2012. 4. 3. 16:51

바람, 갑자기 멈추다… 42세 이종범 개막 1주 앞두고 은퇴 선언

 

1군 제외 통보 받고 결정, KIA 코치직 거절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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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왜 박수칠 때 떠납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2010년 가을, 이종범(42·사진)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구 열정에 불탔다. 방망이를 휘두르고 달릴 수 있다면 현역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그는 1993년 함께 데뷔한 양준혁(43·전 삼성)이 은퇴한 뒤에도 그라운드를 지켰다. 대타, 대주자를 가리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
그는 KIA(옛 해태 시절 포함)에서 ‘바람의 아들’로 불렸다. 잘 치고 빠른 ‘호타준족’이었다. 전성기가 지나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가 됐지만 며칠 전까지도 후배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타석에 서겠다고 했다.

그랬던 이종범이 지난달 31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한화와의 시범경기 직후 KIA 선동열 감독, 김조호 단장과 면담을 갖고 은퇴 의사를 전했다. 전날 이순철 수석코치로부터 ‘1군 엔트리 진입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종범은 “서운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따라줬던 후배들과 팬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뉴스이미지 [화보] 프로야구 시범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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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은 언제나 공정한 경쟁을 원했다. “자리만 지키는 선배는 되지 않겠다”는 거였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을 앞두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33(12타수 4안타)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때문에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은 야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야구계의 한 원로는 “KIA 코칭스태프는 이종범이 타격은 괜찮지만 수비와 주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이종범이 ‘올 시즌은 KIA에서 코치직도 맡지 않겠다’며 서운해했다”고 전했다.

이종범은 ‘야구 천재’였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다. 내야 땅볼 때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드는 등 화려한 플레이로 많은 야구팬의 사랑을 받았다.

이종범은 1990년대 해태 황금기의 한 축이었다.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일등공신이었다. 1994년에는 백인천(1982년 당시 MBC) 이후 최고인 0.393의 전설적인 타율을 남겼다. 도루왕 4회, 득점왕 5회, 최다안타 1회를 차지했다. 16시즌 통산 타율 0.297에 1797안타, 194홈런, 730타점, 510도루를 기록했다.

선 감독은 “멋지게 은퇴할 수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 소식을 들어 안타깝다”고 했다. KIA 구단은 이종범의 코치 전환과 해외 연수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종범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않아 보인다. ‘바람의 아들’은 그렇게 바람처럼 고향 팀을 떠났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