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유감
청암 이보규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
추석이 다가오면 농촌 고향마을이 떠오르고 헤어져 사는 가족이 그리워진다.
해마다 예외 없이 다가오는 추석이지만 올해의 추석이 예년에 비하여
더 큰 충격과 진한 여운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매연 추석 때면 귀성객의 수송대책과 이에 따른 예매 행렬 그리고 암표상의 극성,
고속도로의 혼잡과 교통사고, 추석 성수품의 수요급증에 따른 물가상승 등이 예외 없이
되풀이되는 사회문제인데 금년도에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예로부터 중추절(仲秋節) 또는 가배일(嘉俳日)
또는 음력 8월의 한가운데라는 의미의 한가위로 불리면서
신라 초 이전부터 2천 여 연간 우리 민족의 명절로서 전해졌다고 한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의 계절,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맑은 하늘, 달 밝은 저녁,
그래서 추석(秋夕)이라고 불렀는지 모른다.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는 말은 여러 가지의 함축된 말이 아닐까.
오늘날의 추석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이어 오는 동안
핏줄의 끈끈한 정감(情感)이 가족단위로
그렇게도 집요하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응집력을 지켜 왔는지도 모른다.
추석은 추수감사의 의미가 짙다고 하겠다.
햅쌀로 갖가지 송편을 빚고 밤, 대추 등 햇과일로 풍성한 음식상을 차려놓고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나서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밤이 되면 대보름달을 바라보는 명절이다.
한편 객지에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덕담을 나누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성묘로서 가족애를 나누고 했던 추석이다.
내가 어려서 경험한 추석은 즐거운 마음으로 새 옷을 입고 좋은 음식 많이 먹어 배탈이 나곤 했는데
최근 추석에 대한 내용을 집약하면 추석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가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얀 송편 시루에 쪄서 뜨거울 때 먹는 송편도 맛있지만
솔잎 붙은 채로 대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나중에 참기름 발라서 먹는 맛은 더 잊을 수가 없다.
추석의 추억은 그뿐만이 아니다.
추석 다음날은 초등학교 대운동회가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송편 빈대떡 등 추석음식에 옥수수 감자 삶아서 가지고 와서 운동장 옆에 자리 잡는다.
청군 백군 나누어 경기 벌리는 아이들에게 함성 지르며 응원해 주는 축제가 열린다.
고향 방문한 사람들 모두 운동장 옆에서 서로 반갑게 만난다.
휴가 나온 군인들도 반갑게 정담을 나눈다.
저녁에는 동네 콩클 대회가 열리고 또 청년들이 만든 가설무대에서 연극의 막이 오른다.
마을 사람들은 무대 앞에 멍석 깔고 앉아 주인공의 연기에 함께 웃고 울며
눈물 흘리던 추억은 해가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추석을 즈음하여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 모습을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결코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귀성전쟁으로 표현되는 고속도로 정체로 교통난은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추석을 보내면서 귀성객에 대한 교통대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추석 축제의 그늘에 가린 우
리의 이웃에 눈을 돌려서 소외되는 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따뜻한 상부상조의 정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5천만 민족 가운데 2천만 명이 이동했다면
이동하지 않은 3천만은 왜 이동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중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그 지역의 토박이인 사람도 많이 있지만
상당수의 실향민들이 추석 때만 되면 눈물을 흘리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고향이 있고 부모도 계시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형편이 여의치 못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더구나 농촌에서 세 차례의 태풍이 지나가며 낸 농촌의 상처를
추석 명절이 치유하고 위안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것은 어느 한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불가능하다.
다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슬기와 지혜를 모아
단 한 가지라도 실천할 때만이 가능해질 것이다. 추석은 예외 없이 올해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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