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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규 교수의 작은 설날 서글픈 생각

이보규 2013. 2. 9. 10:36

 

 

이보규 교수의 작은 설날 서글픈 생각

 

해마다 설날 연휴에는 뉴스의 중심이

고속도로 정체와 귀성 귀경 전쟁이야기다.

 

나의 고향은 거기에 늘 있지만 갈 곳이 없는 실향민과 다름이 없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기다리는 분이 있어서

언제나 고향에 찾아가는 멋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이제 부모님뿐만 아니라 집안 어른들도 모두 돌아가셔서

고향에 가서 찾아뵐 분도 반겨 줄 사람도 없다.

소꿉놀이 친구들 죽마고우도 이래저래 고향을 떠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동생이 살고 있지만 형이 명절이라고 찾아갈 입장도 아니다.

 

몇 해 전 만해도 4촌 형 까지 7형제들이 서울에서 만나서

북적대고 음식 나누어 먹고 세배 돈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 큰 형님들이 80세에 이르고

형제들 집집마다 아들 며느리 와 손자들이 크고 많아져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사실상 어렵고

많은 가족이 들어가서 북적댈 집도 마땅하지 않다.

 

결국 명절이면 서로 만나 얼굴 대하며 나누던 형제의 정도

지나간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

핵가족이란 말이 명절 때면 더 실감한다.

이제 대 가족이모이지 못하고 각각 따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형님에게 전화로 문안드리고

두 아들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큰 아들은 회사 일이 바빠서 어제 나흘 만에 집에 들어 왔는데

오늘도 역시 또 출근한다고 한다.

 

작은 아들과 며느리도 일이 많아서 오늘도 회사에 출근한다고 하니

청소 해 놓고 기다리는 부모 마음을 알 턱이 있을까.

 

결국 귀여운 손자 동규 얼굴도 내일이나 만나보게 되었다,

북적대던 설 연휴가 갈 곳 없고 오는 사람 없는 쓸쓸한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