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규와 생각하기/_ 이보규자유로운글

결혼식과 주례이야기

이보규 2007. 8. 11. 23:08

         

           내 인생에 또 하나의 남은 역할 결혼식 주례


 

내가 결혼식 주례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87년. 시청에 근무하던 사무관 시절이었다.


당시 재무국장의 운전기사가 사무실로 찾아와 결혼 하는데

주례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러니까 그때 내 나이 40대 중반을 막 넘겼을 때였으니

처음 있는 일이라 매우 황당하고 난처한 일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운전기사로써 당시 모시는 국장에게 주례해 달라니까

그분께서 신랑의 고향이 나와 동향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는지

이보규 계장에게 부탁해 보라고 말했다며 찾아와서 떼를 쓰는 것이었다.

그때는 윗분의 말씀이면 무조건 순종하던 터라 몇 번 사양하다가

끝내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주례가 이제는 내 인생의 남은 역할 중 큰 한 축이 되어 버렸다.

주례를 맡게 되는 인연도 각양각색이다.

공직시절 함께 근무하였던 직원들. 서울에서 정착한 고향 분들과

고향에서 사는 분들의 자녀. 초. 중. 고등학교 동창들의 자녀.

서울에서 만난 지인들 가족. 대학에서 만난 제자들.

예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했다가 주례하는 모습을 보고 부탁하는 분들.

최근에는 시우회에서 추진하는 무료주례봉사요원으로 지정되었으니

더 많아질 것 같다.

 

이렇게 각가지 인연으로 주례를 부탁해 오면

시간이 중복되지 않는 한 봉사하는 마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해 왔는데

이제는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

어느 날은 하루에 세 번의 주례를 하기도 했고.

제자의 주례를 해 주기 위해 부산까지 장거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외국 여행일정 중에도 약속한 고등학교 후배의 주례를 하기 위해

아내는 외국에 남겨둔 채 일정을 단축하고 혼자 귀국하여 봉사해준 적도 있었다.

주례를 약속하고 나면 양복은 어떤 것을 입을까.

넥타이는 어떤 색으로 할까. 이렇게 사전 준비를 한다.

당일은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으려면 반드시 목욕을 한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신랑 신부를 위해 기도한 후 집을 나선다.

신랑의 직업이나 종교. 그리고 가풍에 따라 주례사 내용을 다르게 하기도 하지만

항상 신랑 신부가 다르고 장소가 다르고 하객이 다르니까

주례사의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결혼식 주례사도 본질적으로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으면서

유익하고 생산적인 결혼식이 되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가니까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처음 상견례를 하고 결혼서약을 받고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기까지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기존의 결혼식의 형식을 탈피해서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례사를 준비할 때는 다른 분들의 주례사와 비교 분석도 하고

좋은 말을 골라 새로 편집을 해서 보다 유익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웃겨 주면서도 제한된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편성한다.


주례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날씨를 계절에 따라 좋은 길일임을 선언하고

결혼하는 당사자와 양가에 축하의 뜻을 전하고 결혼 주례를 맡게 된 동기를

간략하게 소개한 후 오늘의 신랑 신부가 매우 다복한 결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음은 결혼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으로 큰 모험이지만

이 사실을 만천하에 선언함으로써 가정을 이루고

이제부터 부부로서의 권리와 동시에 순결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조금 코믹하게 설명한다.

 

또한, 결혼식에 임하는 신랑 신부의 기본자세로서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과 나를 성장시켜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와준 모든 분들과 사회와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도록 강조한다.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원앙새와 같은 한 쌍의 부부라고 비유하는데

그 원앙새의 특성이 가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고 동시에 잠들지 않고

배필이 정해지면 옆을 보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부부가 꼭 일생 지켜야 할 도리 중

 

몇 가지를 사례를 통하여 요약해 말해 준다.

 

첫째,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일생동안 유지하라. 결혼 후에 달라지면 안 된다.

 

둘째,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라. 사랑은 희생이다.

상대가 잘못하고 힘들 때 더 잘해 주라.

 

셋째, 서로 믿어라. 애정을 의심하지 말고 금전을 서로 신뢰하고, 뒤로 확인하지 마라.

 

넷째, 공부하라. 남편과 아내의 역할과 부모로서 자녀 양육법을 배우고 실천하라.

 

다섯째,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라.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끝까지 참아라.

 

그다음은 하객들을 향해 조용히 경청해 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신랑신부에게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한다.

 

끝으로 신랑신부에게 덕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첫째, 반드시 백년해로하라. 이혼이란 말은 농담도 하지 마라.

둘째, 자녀를 꼭 낳아서 아버지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자식으로 키워라.

셋째,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고 양쪽 부모에게

 

똑같이 돈도 드리고 효도하라고 강조하면서

주례사를 신축성 있게 시간 내에 마친다.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시킬 때는 딸을 키우면서 노심초사했던 순간과

시어머니로써 며느리에게 잘해 줄 것을 감정을 살려서 연출함으로써

부모들의 눈물이 나게 하고 또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임을 완수했음을 느끼도록 하고 결혼식을 마친다.

 

이렇게 결혼식의 주례를 해 주고 나면 신랑신부가 나중에 찾아와서

감동적인 결혼식이라고 고마워할 때 나는 보람을 느낀다. 끝

        

                      (시우회 결혼주례 봉사자로서 2007년도 시우지의 원고 청탁을 받고서)